이웃집좀비 단평

세계영화판을 둘러봐도 최근 수년간은 주목할 만한 좀비영화가 대단히 드물다. 이 소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거의 다 뽑아먹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웃집 좀비]는 이런 투정이 그저 할리우드식의 다 말라 밑천이 드러난 상상력의 빈곤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배경이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제외하고서라도, 좀비라는 소재에 가해자와 피해자, 타자의 영역까지 고루 대입시키는 명민한 시선이 날카롭고 명랑하다. 특히 이 옴니버스 영화의 다섯 번째 파트는 조지 로메로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을 정도. 80년 강범구 감독의 [괴시]로 시작된, 그러니까 표절작품으로 첫발을 뗀 불행한 한국좀비영화사에 드디어 괄목할만한 느낌표가 등장했다.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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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트위터 하느라

요즘은 트위터 하느라 블로그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재미있는 플랫폼이다.


최악의 기사가 가능한 까닭

http://bit.ly/adezXn 근래 본 기사 가운데 최악이다. 조재현과 안톤 오노 사이의 연관 검색어로 무릎팍 도사를 가져오는 상상력은 누가 보더라도 빈곤하고 조악하지만 사실 그건 문제도 아니다. 기자의 함량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인용을 하면서 "떠들었다"로 서술을 받는 문장이 포함된 스트레이트 기사가 도무지 무슨 재량으로 데스크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뉴시스는 데스크가 없단 말인가? 데스크는 매체의 얼굴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스크는 권위와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물론 이런 기사를 가능케 하는 욕망의 실체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다. 바야흐로 조회수가 언론사를 먹여 살리는 시대다. 막무가내로 대중의 분노를 가져오는 쉬운 방아쇠들을 자극하면 설사 욕을 먹더라도 어찌됐든 기사가 회자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기사의 존재가 가능해진다. 생존의 문제가 끼어들면 존재를 규정하는 최소한의 원칙은 언제든지 무시될 수 있다. 당위를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체계다. 누구도 좀체 자유롭기 어려운, 부끄러운 정체다.


추천합니다, 야옹이와 흰둥이

‘야옹이와 흰둥이’라는 제목의 웹툰입니다. 디씨인사이드 카툰 연재갤러리에서 찾았는데 12편으로 짜인 1부가 마무리 되었네요. 의인화라는 흔한 장치를 은유나 짧은 웃음기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말 그대로의 사람 사는 세상을 야옹이 꾹꾹이 마냥 살갑게 포착해내고 있는 이 작품이 저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고양이나 개를 기르는 분들은 더 좋아하겠네요. 필군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보러가기


정운찬 "아바타 집에서 봤다"

정운찬 "아바타, 대강 집에서 봤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봤다는 말 철회하고 손의원 발음이 이상했다며 제발 이걸로 해명해주셈! 명랑한 국민 생활에 보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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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티브 잡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스티브 잡스는 실패한 CEO의 전형이었다. 당시 IT전문잡지의 칼럼을 읽으며 조만간 그가 자살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는 완벽한 실패자였다. 애플에서도 쫓겨난 상태였다. 사람들은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방성 앞에 폐쇄적인 전략을 고수했던 스티브 잡스가 몰락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표절을 주장하는 스티브 잡스와 그러거나 말거나 윈도우 3.1로 승자가 된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성공이란 그런 것이구나, 언급했다. 지금은 어떤가. 구매자들은 그가 다음 키노트에서 애플 로고가 새겨진 돌멩이를 들고 나와 아이폰 4G라고 소개하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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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가 점령당하고 있다

줄을 서세요, 2010년 한국영화계
서울아트시네마에도 관심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경험은, 모두가 설마하면서도 내심 예상했던 것이 끝내 실현되는 걸 지켜보는 일입니다. 지금 그런 일이 한국 영화계를 뒤집어 엎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 이름의 성명서가 뿌려졌습니다.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로 끝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놀라운 건 이토록 허술하고 낡은, 눈에 빤히 보이는 셈에 영화판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 이렇게 위태로운 선무당 발걸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며칠 전에는 영진위 노조가 민주노총에서 자진 탈퇴했더군요. 노조가 강성이라 영진위가 그간 발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곳 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화판 전역이 뒤숭숭합니다. 알아서 눈치보고 줄서기 좋은 날들이지만 그리 길게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사랑하는 무언가의 체계를 보호할 이유가 있습니다. 망가진 체계는 더 이상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영화의 체계는 꾸준한 개선과 보완을 요구하지, 우향우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닙니다.

이하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의 성명서 전문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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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이 책이 조금 일찍 나왔더라면 저는 지난 연말 몇 몇 매체에서 부탁했던 ‘올해의 책’ 리스트의 가장 윗머리를 당연히 비워두었을 겁니다. <내가 살던 용산>은 만화작가 김수박, 김성희,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의 옴니버스 작품집입니다. 용산참사를 가운데 두고 이 끔찍한 사건의 안과 밖,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고른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이 책은 막연한 낭만이나 감성으로 실체를 배반하는 대신 꼼꼼한 취재와 인간이 사람의 이름으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무게감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유사한 소재를 두고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작화와 전개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놓치기 어려운 즐거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집의 처음과 끝을 여는 김수박, 김홍모 작가의 작품이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그간 김수박 작가의 작품을 볼 때 가졌던 일말의 위태로움, 이를테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 에세이가 아닌 사실관계를 다룰 때는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걱정을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찾는 여러분께 진심을 다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퉁퉁 부어버린 눈과 어쩔 수 없는 분노를 품 안에 동여매고 키보드를 누르는 저녁, 허지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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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대적할 수 있는 상대는 SK텔레콤 밖에 없다"

"구글에 대적할 수 있는 상대는 SK텔레콤 밖에 없다". 저는 이런 말이 자기계발서를 너무 많이 본 사람들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근거 없는 것이지요. 뭐랄까. 요 앞에 애플파이 굽는 집에서 "애플에 대적할 수 있는 상대는 우리 가게 밖에 없다"는 말을 듣는 기분이랄까. 어쩌면 교회에서 들은 "당신은 특별하다"는 말을 너무 곧이 곧대로 흡수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는 남들과 달리 선택되고 특별하다"는 말이 인류의 역사 내내 얼마나 많은 파국을 만들어왔는지 아신다면 그런 생각 못하실 겁니다.


바비, 꼬마니콜라, 500일의썸머, 시네도키뉴욕 단평

바비
고민은 알겠다. 로버트 케네디 이야기를 새삼 꺼내면서 빤한 음모론이나 읊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사건'이 아닌 '사람'들을 통해 당시를 환기하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는, 그러나 일말의 체계를 찾아볼 수 없는 난장으로 무산된다. 이 난장 안에서 [캐논볼]을 뛰어넘는 화려한 캐스팅은 소란과 거품, 산만함을 넘어 급기야 낭비가 된다. 이 영화의 유일한 재미란 연출을 맡은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다른 누구도 아닌 데미 무어의 남편으로 출연한다는 것 정도랄까. 그것만큼은 재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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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에도 관심을

조희문 체제 영진위의 사업공모 문제에 대해서는 앞선 한겨레 칼럼에서도 밝힌 바 있습니다. 정당한 공모가 아닌 ‘잃어버린 10년’ 프레임의 사람 바꾸기입니다. 과정과 결과 모두 졸속이고 부실 투성입니다. 작전을 짜려면 기민하고 체계적으로 해야지요. 조희문 위원장은 너무 노골적으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군요. 강한섭 전 위원장이 어떻게 퇴출됐는지 잊어버렸나요. 시간이 간다고 조용해질 문제도 아니고 이건 뭐 오래 못 가겠어요. 안타깝습니다. 미디액트, 독립영화전용관, 다음은 아트시네마입니다. 시네마테크는 애초 민간에서 시작된 사업입니다. 정부의 것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영진위는 전체 예산의 30퍼센트를 지원해왔으니 공모 또한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영진위의 시네마테크 사업자 공모는 2월 초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에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임대료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참여하지 않더라도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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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고민

제국군 마크입니다. 이걸로 오른쪽 팔에 문신을 하나 더 하려는데 상박과 하박에 이미 하나씩 있어서 마땅히 할 곳을 못 찾겠네요. 손바닥이나 겨드랑이를 추천하는 분들도 있던데 저 그러면 엄마한테 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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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세요, 2010년 한국 영화계

2007년도 11월의 일이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영화인 대토론회’라는 것이 열렸다. 100명의 원로영화인들이 참여한 이 날의 토론에는 세대를 초월한 영화인들의 화합이라는 명목이 붙었다. 그러나 토론은 화합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조희문 당시 인하대 교수는 “오늘날 한국영화계 갈등의 바탕에는 이념적 지향을 달리하는 시각이 작용한다”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지난 10여년은 영화계 입장에서는 과다한 분열과 갈등으로 보낸 시간”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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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의 길창덕 선생 별세

‘꺼벙이’의 길창덕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께서 행복하게 해주셨던 소년 소녀들은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할 겁니다. 저 땜방을 너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문방구에서 ‘꺼벙이’ 단행본을 사들고 집에 오던 그 날 그 길의 충만함을 저는 아직 잊지 못합니다.


신해철이 맥심 편집장 될까(수정)

내가 군대에 있을 때는 <맥심>이 없었다. 창간되기 전이었다. 듣기에 <맥심>을 내무실에서 보는 사람은 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맥심>은 자리에서 찾을 수 없다고. 증언에 따르면 <맥심>은 늘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성배를 발견한 존스 박사의 눈빛과 하늘을 가르는 유성의 속도로 책장을 넘기면, 대부분의 페이지에 무엇이 묻었는지 한 덩어리가 되어 떼어지지 않았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해철이 재창간되는 <맥심>의 편집장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기자보다 편집장이 백배는 중요하다. 광고부나 기타 다른 사람들의 압력에 굴하지 않으면서 고집을 가지고 정확한 위치에 광고와 기사를 배열해내야 한다. 거기에는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기자들의 개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그 모든 걸 한데 모아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도 편집장의 역할이다. 해낼 수 있을까. 라이센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신해철의 <맥심>을 확인해보고 싶다.

추가 20시 48분) 각종 일간지들이 하루 종일 보도한 것과는 다르게 신해철 측에서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맥심>은 일단 라이센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요. 소송 중이기도 하고요. 오늘 이 소식으로 많은 잡지판 이빨이 바쁘게 돌아갔을 텐데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날까요. 관련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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