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에 세 이 요약보기전체보기목록닫기
- 아침 애기(26)2009.07.26
- 천주교에 관한 추억(25)2009.07.12
- 봉하마을(13)2009.05.26
- 포경수술의 음모(204)2009.04.09
-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33)2009.03.05
- 정력남 도밍고(23)2009.01.14
- 연애와 정복욕(13)2008.12.08
- 사랑해요, 현주씨(31)2008.12.01
- 치질의 기억(65)2008.11.26
- 엄마, 생일(52)2008.11.12
대충 씻고 청소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창밖을 보니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아침 햇살이 유난히 예쁘다. 얇은 던힐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슬리퍼를 신었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반 지하로 내려오는 작은 계단 한 가운데 새우깡 한 봉지를 든 애기 하나가 무심히 앉아있다 깜짝 놀란다. 채 수정란티를 못 벗은 것 같은데 아이고 깜짝이야, 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내...
- 에 세 이
- 2009/07/12 22:05
천주교다. 모태신앙이고 중학교 졸업 이후로 성당에 나가지 않은지는 꽤 됐지만 어느 교단처럼 신의 이름으로 창피한 일을 벌여 얼굴 붉힐 일은 없으니 굳이 종교를 말해야 하는 경우가 오면 그냥 천주교라 대답한다. 몇 살 때인지 꼬맹이였을 때 엄마가 성서를 사주었다. 얇은 구약 두 권과 두꺼운 신약 한 권으로 구성된 책이었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 구약은 무시...
봉하마을에 갔다. 자정에 출발해 어둑한 국도를 헤매다 아침에 닿았다. 적지 않은, 그러나 결코 많지도 않은 규모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어 평일 아침의 시골 마을을 채웠다. 분주하되 차분한 분향소를 배경으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다, 라는 푯말을 들고 온갖 잡다한 낙서가 가득한 옷을 입은 어느 남자 혼자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남자는 모든 ...
나는 포경수술에 대해 할 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중학교 때 했는데 다년간의 자위행위와 포르노 교육을 통해 알만한 건 거의 다 섭렵하고 있을 시점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포경수술은 사내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인생의 과정이자 통과의례라 여기고 있었다. 이를테면 포경수술 - 대학입학 - 군복무 - 취업 - 대출 - 자가용 구입 - 결혼 - 대출 - 내 집 장...
- 에 세 이
- 2009/03/05 21:53
세상일이라는 게 참 별 볼 일 없는 농담 한 줌이라는 걸, 별 볼 일 없는 무대 위의 별 볼 일 없는 만담가가 내뱉은 그저 그런 꽁트 같은 것이라는 걸, 그러니까,
공짜표가 생겨서 엄마 손잡고 플라시도 도밍고 공연에 다녀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도 꽤 가고 싶었던 모양인데 3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생색 효도의 장을 양보할 만큼 속 깊은 형이 아니라 조금 미안했다. 공연이 시작한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 주위를 쏘다니며 어깨를 툭툭 건드려 나도 모르게 이단 옆차기를 할 뻔 했으나 내복을 입은 관계로 ...
연애라는 행위에 있어서 이것이 정복욕인지 사랑인지 구별해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노릇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노력해야 한다. 생각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그저 그런 인생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거야. 그냥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 골골 거리다 암 걸려 뒈질 걸? 그것 참 허무하다. 당신이 그저 정복자라면, 일단 암보험부터 들어두길.
어저께 참 좋은 동생들을 만났다. 인정받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나 보려고 지방에서 올라왔다. 고마운 노릇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엄마를 한 명의 여자로 생각하고 대하는 친구였다. 많은 것을 느꼈다. 반성을 했다. 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엄마는 내게 한 명의 여자로서 대우받을 만큼 충분한, 매력적이고 헌신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런 사람이다.
군대에 있는 동안 온갖 지저분한 병을 다 보았다. 어떤 건 보았고 어떤 건 겪었다. 훈련소 조교로 있다 보니 아무래도 볼 것도 많고 겪을 것도 많았다. 입대 전 심야를 뜨겁게 부비고 온 친구들은 종종 성병에 걸려 왔다. 취침 소등 이후 조용히 다가와 가려워 환장하겠다는 훈련병 앞에 나는 초라하고 무력했다. 그럴 땐 조용히 세면장으로 데려가 음모를 면도해...
엄마에게 새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번은 합정동까지 오셨다.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 내내 왜 또 반지하냐 재킷은 왜 그리 짧냐 아이고 잔소리 잔소리. 기어이 짜증을 부렸다. 엄마가 뭘 해줬다고! 불쌍한 엄마는 발길을 돌렸다. 참 못난 입이고 말이다. 가족은 가족에게 폭력적이다. 객관화해야 한다고 입으로 말했는데 정작 내 입은 그러지 못한다. 밉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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