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들' 세 장면 삭제 개봉 - 네이버 뉴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라. 옛 성현들의 말씀은 당췌 한개도 어긋나는 법이 없다.
아무리 요즘 세태가 퇴행적이라고 하'지만', 과거지향적이라고 하'지만', 그리고 사익집단들의 대국민 테러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설마 '지만'이가 창피한줄 모르고 제기했던 시대착오성 딴지가, 국가의 위엄있는 헌법기관에서 받아들여질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다. '지만'의 혈족이 현 거대야당의 당수라고 하'지만', 그리고 그 아비의 망령이 2005년 대한민국의 대기를 엄습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좀 심했다. 새해의 첫 한달을 온전히 보내기가 왜 이다지도 힘들단 말인가.
'사실과 허구가 혼동될 여지가 있으니 삭제함이 옳다.'라는게 '지만'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의 판단이다. 문제는 영화에 삽입된 3개의 다큐멘터리 클립이다. 이 색바랜 기록필름이 관객들의 상식에 기반한 두뇌활동을 저해시키고 바야흐로 범국민적인 혼돈의 경지를 초래할 것이라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우려한 법원의 결정이 진심으로 눈물겹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쓸데없는 관심과 정성이 아닐 수 없다.<올드보이>의 근친상간 모티브를 감당하지 못했던 할리우드와 미국사회도 < JFK>에 삽입된 기록필름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객들은 < JFK>에 등장하는 음모론을 그대로 믿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CIA가 케네디 죽음의 책임을 통감하며 대국민사과를 할 필요도 없었다. < JFK>는 영화적 성과 이외에도 그 진위를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담론들을 쏟아내며 다분히 생산적인 공론의 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동네 아해들에게까지 비웃음을 당하는 할리우드지만, 한국사회의 퇴락한 패러다임보다는 두 세발자국 앞서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박정희 시대의 말라 비틀어진 '계몽정신'을 벗어나지 못한 법치주의의 비극이다. 무지몽매한 개개인을 계몽시켜 일일히 잡아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한물간 박통식 영웅주의와도 그 맥을 함께 한다.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따위'는 희생되고 말고 할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서양관점의 부르주아 관념으로 전락해버린다. 사실 이 시점에서 정말 필요한 계몽은 과거의 망령에 연연하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자기 계급의 근본정신을 망각해버리는 중세인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판단능력과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이번 판결의 이면에는 사실 음험한 의도가 암약하고 있다. 과거사 관련 영화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려는 시점에서 생뚱맞게 불거져나온 딴지의 의도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광주의 피와 지역감정의 골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던 사익집단들이 더 이상의 과거사 관련 영화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다. 허울이 좋은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방점을 찍어놓았으니 과연 누가 시비를 따질 수 있겠는가.
백골이 진퇴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을 양반이 현세에 이다지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니 박정희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공고한 권력으로 남아, 한국사회를 낡고 닳은 향수에 집착시키는 박정희는 이미 '저주'에 가까운 존재로 거듭나버렸다. 이것을 가능케한것은 저 일천한 일족의 자손들과, 독재자의 망령에 사로잡힌 괘씸한 국민들의 한심한 의식수준, 그리고 그 이해관계를 함께한지 어언 기십년을 지나 이제는 어엿한 사익집단으로 자리잡은 무뢰배의 집단과 그 괴수들이다.
이번 판결은 틀림없이 차후 등장할 과거사 관련 영화들에게 적지 않은 정서적, 물리적 타격을 안겨줄 것이고, 우리 영화계의 자기검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한국 사회의 과거지향성은 더 이상의 뒷걸음질을 거부하고 아예 '전체, 뒤로 돌앗'을 외치며 결연한 의지로 뛰어나가려 한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상식있는 자들이여,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다.
ozzyz




덧글
FromBeyonD 2005/01/31 21:26 # 답글
망령들의 자뻑을 경하드리옵니다.근데 자뻑이 자기한테 하는 뻑큐 맞지? ^^;;
ozzyz 2005/01/31 21:37 # 답글
아, 자뻑. 추억의 경어로세....트러블슈터 2005/01/31 21:52 # 삭제 답글
무삭제판 DVD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건가요?(그런데 DVD가 과연 무삭제판으로 나올 수 있을지가...)
ozzyz 2005/01/31 21:56 # 답글
트러블슈터/ 차후 이의소송을 진행한다고 하니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사태 자체가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요...LunaticMoon 2005/01/31 22:09 # 답글
흐...정말 우습게 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회입니다.초하류 2005/01/31 22:16 # 답글
정말 어이 없기가 서울역에 그지없음입니다. 에혀~~레테 2005/01/31 22:26 # 답글
저도 오늘 뉴스에서 봤어요.높은 분들이 염려하듯 우리네 백성들이 그리도 어린 존재라면 영화의 특정 부분을 삭제하고 이 영화는 '픽션'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자막을 넣는다해도 결국은 영화 내용에 동화되고 말겠죠.
영화의 등급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창작물에 대해 가혹한 가위질을 하면 영화인들도 위축이 되겠지만, 관객 또한 볼 권리를 잃게 되니 열받습니다.
명예훼손 운운하는 박지만씨는 아들인 자신부터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하며 살지 말았으면 하네요.
ozzyz 2005/01/31 22:41 # 답글
LunaticMoon/ 시원하게 웃고 말기에는 영 찜찜하죠. 우리가 살아가고 부딪혀야 할 세상이니까요.초하류/ ^^ 바보들의 비극이에요.
ozzyz 2005/01/31 22:42 # 답글
레테/ '지만'에 대해서는 별 거론의 가치도 못 느낍니다. 그 수준에 맞춰 놀아주자면... 지만이 바보에요.hermes 2005/01/31 22:46 # 답글
판사님들은 영화가 무엇인지, 코미디가 무엇인지보다는 자신들에게 혹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건지도 몰라요. 지만씨가 두려워하는 실체도 어쩌면 그것과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르죠.ozzyz 2005/01/31 22:56 # 답글
hermes/ 그게 바로 암약하고 있는 진짜 이유들 중 하나인게죠.길손 2005/01/31 23:20 # 삭제 답글
이왕 상영할 거 백지로 내지 말고 "이 장면은 법원의 명령으로 삭제 처리되었습니다. 삭제된 부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사이트로 방문하세요. www.블라블라.com 이렇게 자막 내고 삭제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배너광고비만 해도 영화제작비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사에 직접 건의해볼까요?ozzyz 2005/01/31 23:23 # 답글
길손/ 그것 역시 다수에게 영화를 상영하는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지만'이가 딴지를 걸게 확실해요. 참 시기가 안좋네요...lezhin 2005/01/31 23:35 # 답글
짤린영화는 보고 싶지 않은데 음.. 봐야되나 말아야되나..길손 2005/01/31 23:35 # 삭제 답글
음... 그것도 걸리려나요? 하지만 영화와는 별개의 동영상 클립으로 처리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금지된 영상도 아닌데...참 어쨌거나 뽕지랄이 때문에 21세기도 벌써 5년째인 이 시대에 별 웃기는 일을 다 보겠네요. 더 웃기는 건 사법부라는 이름의 꼴통들이고요.
ozzyz님의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applevirus 2005/01/31 23:36 # 삭제 답글
여전히 죽은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군요.ozzyz 2005/01/31 23:47 # 답글
ezhin/ 요즘 세상에 짤린 영화를 돈주고 봐야 하느냐라는 의구심이 드네요. 하지만, 법원 판결이 미워서라도 돈내고 봐줘야 할성싶네요.길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
ozzyz 2005/01/31 23:48 # 답글
applevirus/ 누군가는 '오컬트 영화'라고 하더군요. 대한민국은 호러영화인가요.Mc 2005/01/31 23:51 # 삭제 답글
문득, 저기 (그 싫은) 최민수씨에게 애도를.DSmk2 2005/01/31 23:51 # 답글
영등위도 모잘라 사법부까지 검열을 하니 우리나라는 검열나라군요. 영화내용이 펠리컨브리프 처럼 알고보니 사실 이었다는게 아니었을까요?ozzyz 2005/01/31 23:59 # 답글
Mc/ 저도 이 글 쓰면서 최민수씨 무척 생각 많이났습니다. 최민수씨 화 많이 나겠어요. ^^;DSmk2/ 원래 캥기는게 많은 사람들이 이래저래 불안하기 마련이죠.
pj 2005/02/01 00:52 # 삭제 답글
아버지는 영웅시대를 열심히 보시고,저는 세어나오는 그 소리에 골방에서 궁시렁 거리고...
영웅시대와 그때그사람들이 동시에 나오는 세상이라니 재미있네요. (누구는 영웅시대도 현정권이 탄압한다고 주장합니다.)
ozzyz 2005/02/01 00:54 # 답글
pj/ 그 비슷한 분 이미 방명록에 흔적 남기고 사라지셨습니다... 전 영웅시대 팬이에요, 매회마다 <웃찾사>보는 기분으로 무척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boogie 2005/02/01 01:08 # 답글
큭...마침내 일부 결정이 난것 같군요..관객을 모독하는 짓거리들을 하시는 분들 참말로 거시기 하네요..박통의 망령이 아직 남아..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나 봅니다..
loveoggi 2005/02/01 01:13 # 답글
내 이럴줄 알았습니다.. -_-;; 좀전에 뉴스보고..열받아 있는중인데요.. 다행이 극장에서 볼 수는 있게되었지만.. 잘린채 무지화면을 보게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겠네요.. -_-;; 예전에 크라잉게임은 성기도 안잘리고 잘 나왔고.. 데미지같은 영화는 구름 두둥실 떠다니면서도 잘 봤구..개봉하네 마네..했던..춘광사설도 무사히 잘 개봉을 했는데.. 거기에 오지님 얘기대로..JFK같은영화두 별 군소리 없이 잘 봤는데.. 구름을 띄우기엔 너무 양이 커져서 무지로 내보내나.. 암튼..구름처리를 하건 무지화면을 보건..쓸데없는 걱정으로 국민들을 어린애 취급하면서..예전 심의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가위질 하는데.. 아주 신물이 나려하네요..제대로 된 영화를 보고싶다고요~-_-ㅋlunamoth 2005/02/01 01:20 # 삭제 답글
보고왔습니다. 이것 생각보다 한참 더 분노케 하던데요. 허겁지겁 처리한듯한 느낌.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언제 어디인지 잠시 헷갈렸습니다. / 영화는 개인적으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ozzyz 2005/02/01 01:26 # 답글
boogie/ 거시기하죠? 이해관계가 맞는 이들끼리는 죽음도 초월하나봅니다.loveoggi/ 이번 사건은 단순히 심의의 중세성을 탓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암약하고 있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해야 할 것 같아요.
ozzyz 2005/02/01 01:26 # 답글
lunamoth/ 같이 영화 볼 뻔했네요. 사실 오늘 단성사 시사회에 참석하려고 했었는데 너무 추워서 안나갔거든요 ㅡ.ㅜ 정식 개봉하면 가야겠습니다.silver 2005/02/01 02:06 # 삭제 답글
스스로도 자신의 과거를 털어버리지 못하니 남들이 더 우습게 보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심심하면 헛소리 해대는 쪽X리도 피곤한데...갈림 2005/02/01 04:04 # 답글
사법기관의 판결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방심은 금물"입니다. 저도 뉴스보고 충격받고 글 쓰다가, 다른 일 때문에 미완성인채로 놔두고, 뒤늦게 완성했는데... 역시 ozzyz님이 먼저 글을 올려놓으셨군요. ^^;; 암튼 그 판사님 덕분에 이 영화, 꼭 보기로 결심했습니다.그리고 트랙백 남겼습니다. ㅡㅡ;;
글곰 2005/02/01 04:12 # 답글
...소위 예술가를 지망하는 입장에서, 저러한 판결을 볼 때마다, 사흘 전에 마신 우유가 역류할 것만 같습니다. 뷁!베르커드 2005/02/01 09:18 # 답글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이긴다더니... 에휴도발나라 2005/02/01 10:14 # 답글
변한게 없군요. 안직도 검열인가...ozzyz 2005/02/01 10:28 # 답글
silver/ 너무 식상한 멘트이지만, 올바로 선 과거 위에 현재와 미래가 있는 것이겠죠.갈림/ 트랙백 남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당췌 무슨 일인지...
ozzyz 2005/02/01 10:28 # 답글
글곰/ 사..사흘전입니까. 헉.베르커드/ 오.... 멋진 비유입니다.
ozzyz 2005/02/01 10:29 # 답글
도발나라/ 과거가 어긋나있으니 무엇인들 제대로 진보하겠습니까. 대한민국은 판타지 영화에요.yaalll 2005/02/01 10:34 # 답글
그렇게 되었군요...그렇게...권력은 국민을 늘 의심하고 가르치려 하고....그렇게 되었군요.ozzyz 2005/02/01 10:36 # 답글
yaalll/ 가르침을 어여삐 여겨 받아드리려니 21세기가 무색해지네요..Utopia의꿈 2005/02/01 11:31 # 답글
대한민국의 사법부의 보수성향 일변도의 판결은 이제 신물이 나는군요. 하긴 2004년도 최고의 삽질은 바로 관습헌법이였지요..허허허.ozzyz 2005/02/01 12:12 # 답글
Utopia의꿈/ 시간을 거꾸로거슬러 올라가는 힘찬 바보들입니다.샤오군 2005/02/01 12:29 # 답글
이건 뭐야 세상에......하긴 상영금지 안된것만으로도 다행인건가요? 하아ozzyz 2005/02/01 13:03 # 답글
샤오군/ 차라리 상영금지를 시켰으면 좀 더 쉽게 바보만들 수 있는건데말이죠.빠른나무 2005/02/01 14:39 # 답글
사법연수원에서 문화와 비평, 패러디에 대한 집중 강의를 시행해야할것 같습니다.ozzyz 2005/02/01 16:19 # 답글
빠른나무/ 수업 들으려고 할까요.. ^^;;M7 2005/02/02 08:23 # 삭제 답글
누이가 힘 깨나 쓰게 되어 폐인으로 찌그러져 있던 동생 다림질해서 보란 듯 장가 보낸 것까진 오케이나... 주제를 상실한 고소 사태와 그에 따른 판결까지 보니 나니 밀려오는 역겨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 정치, 역사 인식이 이렇게 천박해진 책임의 소재가 대체 누구를 향해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인지 저 박씨 떨거지들은 진정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저주가 있을저...ozzyz 2005/02/02 11:37 # 답글
M7/ 제가 만약 박지만이었다면 정말 창피해서 한국에서 못 살았을거에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몸소 실천해보이더니 이제는 별 짓을 다 하네요.hermes 2005/02/02 19:01 # 답글
그나저나, 이번 주 씨네21에는 ozzyz님의 흔적이.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옳은 이야기, 부탁드릴께요.ozzyz 2005/02/02 19:28 # 답글
hermes/ 씨네21에 무슨일이 있나요? ^^;;; 옳은 이야기라 해주시니 늘 감사드립니다.tanato 2005/02/03 00:12 # 삭제 답글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무삭제 상영을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ozzyz 2005/02/03 00:24 # 답글
tanato/ 그래도 실제 촬영분이 삭제되지 않아 불행 중 다행입니다..새벽사랑 2005/02/03 08:57 # 답글
기대하는 것은, 이번 코미디로 인해 이 영화가 더 잘되기를 바라는 오기뿐이군요(이미 매진 사례라고 뉴스에는 나오더이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