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하는 글쓰기의 당위성

이것은 [안티조선의 당위성을 논하다니]가 의심받고 있는 인신공격 측면에 대한 변입니다.

1)
먼저 내가 작금의 사회 시스템에 가지고 있는 거대한 반감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듯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순수성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며, 여기에서 파생되는 '의도된' 비관주의와 패배주의를 증오한다. 자본의 집중은 거의 운명처럼 보일만치 필연적으로 타인의 경제적 희생과 기회의 박탈을 강요하며, 그런 매커니즘을 통해 점차적으로 공고히 집약되는 자본은 이 사회의 근간이 된다. 그것이 이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악'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모든 법적 토대와 잘 짜여진 순환고리가 소수의 자본가들을 위해 존재하고 흘러갈 뿐, 도덕 운운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허상은 결국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된다. 가끔씩 제기되는 문제의식은 '억울하면 잘 살아라' 식의 비겁한 패배주의로 희석되기 일쑤이다.

나는 사회를 뒤집어 엎는다거나, 자본주의를 부정한다거나 하는 식의 혁명론적 접근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굴종, 그리고 신념의 패배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는 이 비뚤어진 필연적 악행들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여태까지 쭉 그래왔다. 세상을 변화시킨 것은 늘 최전선에 위치한 소수의 이상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얻어져온 권리이고 자유이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망각한다.

몇명의 변절자들과 다수의 비관론자들 덕분에, 현 시점에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고 평가절하 되고있다. 한국 사회를 끊임없이 들쑤셔 놓는 온갖 범죄와 갈등들은 보다 근본적이고 조직적인 시각으로 조명받기보다, 이해 당사자들을 눈 앞에서 치워 없애버리는 식(이른바 마녀사냥) 으로 거세되어왔다. 온 몸이 썩어들어가는데 당장 튀어나온 물집과 고름만을 짜내어 덮어놓으면, 곧 다른 곳에서 피고름이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그 만큼 시스템 측면의 연구와 비판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자본은 온갖 이해관계를 동원하여, 이러한 비난의 목소리를 '낭만주의에 근거한 허황된 이상' 이라는 다분히 폭력적인 관점으로 농락하고 공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객관성을 표방하는' 센티멘털한 국민들이 여기에 동조한다.

2)
문제는 이 사회의 주류, 공정한 법집행에 가장 멀리있고 공인된 수법으로 탈세를 하며 힘없는 타인들의 희생과 굴종을 강요하는 '자본의 힘' 이 특히 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너무나도 크고 확고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우익이라는 이름으로, 또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군인이라는 이름으로, 경제라는 이름으로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실상 한국 사회에 왼쪽 오른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저들의 속내를 뒤집어보면 우회전에 대한 방향감각보다는 집약된 자본과 권위를 지켜내기 위한 권모술수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방법,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 에는 여러가지 방법과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진보 자유진영의 특징은 그 주장의 스펙트럼이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는데에 있다. 반대로 보수 우익진영은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너무나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통합되고 일치된다. 이러한 강력한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합목적성에 의거한 다양한 형태의 방법론이 논의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조롱하는 글쓰기가 등장한다.

내가 이러한 불의에 항거하는 접근 방식이 이른바 '조롱하는 글쓰기' 이다. 논거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조롱조의 주장은 이목을 집중시킬 뿐더러 논리적인 반박이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시스템의 중심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나의 방법론이다. 눈을 가리고 현실의 객관적인 팩트와 도덕을 간과하는, 자신의 권위와 쌓아온 자본을 지켜내기 위해 상식적인 사고를 부정하는 세력들에게 조롱은 매우 효과적인 대응이다. 모든 것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고정에서 복제와 확장으로 탈바꿈해가는 작금의 사회에서 구태 의연한 과거의 명함을 부여잡고 똥을 흘려가며 질질 끌려나가는 안쓰러운 망령들에게 가장 적합한 비판의 시각이다.

3)
안티조선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문제의 글이 왜곡된 전제로 인해 현실을 호도하고, 잘못된 결론으로 치달아갔다. 다른 이들의 다양한 시각을 부정직하게 표현하고 억압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다양성을 주장했다. 더군다나 그 글이 메타 사이트의 이른바 '추천글'에 랭킹되었다는 사실은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정서적,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내가 생면부지 두호리님에게 조롱하는 글쓰기를 시도했던 의도이다. 그것이 개인에 대한 화장실 유머로 이해되었다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데에서 기인하는 오해일 것이다.

나는 두호리님의 글을 통해서 안티조선에 대한 '인위적으로 조작된' 비관주의적 시점, 그리고 어긋난 사마리아 정신을 똑똑히 보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구태의연하고 뻔한 과거의 반복이었다. 내 글에서 두호리님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종을 일삼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볼모로 자본을 지켜내는 악덕 언론' 의 메타포로 이해되고 다루어졌던 것이다.

만약 또 다른 이들이 이와 유사한, 혹은 (늘 그래왔듯이) 똑같은 방법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시스템에 순응하는 비관주의를 시도한다면 나는 또 다시 같은 방법론으로 실랄하게 반응해줄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을 나의 신념이오, 왼쪽 오른쪽은 구분하지 못해도 검고 흰 것은 감별해내는 내 깜냥의 발현이고 표출이다. 인신공격과 과격한 반응을 운운하는 세력들이 음험한 패배주의 세력으로 비추어지고 싶지 않다면, 일단 정당한 논거와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갖춘 뒤에 다가와도 늦지 않다. 이쪽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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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티조선의 당위성을 논하다니 2005/01/07 13:41 #

    조선일보 없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역사가 다시 재현될 때에는 코미디로 돌아온다고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지금이 2005년 하고도 6일이 지난 초 현대적 시점이거늘, 아직도 안티조선의 당위성이 논쟁거리로 부각될 수 있다니 말이다. 이런 얇고 허망한 논리로 무장된 글이 메타 사이트의 추천글 목록에 당당히 올라간다는 뻔뻔한 작태부터가 리마리오 더듬이 춤보다 더 웃긴다. 추천한 화상들은 필히 파지성지하고 반성하자. 일단 비웃고 시작한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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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아이 컴플렉스 2005/01/07 14:29 #

    착한아이 컴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딱히 설명하기는 참 뭐하고 굳이 말하자면 "이렇게 시키는대로 행동해야만 착한아이다."라고 부모님 세대로... more

  • 으하핫;; 잼있다.. 2005/01/07 14:37 #

    메타사이트를 돌아 다니다가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두호리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나 원래 뒷북치는걸 좋아한다.. 그에 달리는 무수한 리플들과 트랙뷁이 결국 한 사람을 다굴하게 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무서운 세상이다. 나도 저렇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이 글을 쓰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ㅋㅋ) 일단 이런 사상적인 문제에 빠지면 확실한 것이 몇가지 나타난다. 1. 사람이 크게 두갈래.. 정확하게 세갈래로 갈라진다. (진보, 보수나 진보, 보수, 본인과 같은 기타 중립으로 말이...... more

  • 착한아이 컴플렉스 2005/01/07 16:40 #

    착한아이 컴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딱히 설명하기는 참 뭐하고 굳이 말하자면 "이렇게 시키는대로 행동해야만 착한아이다."라고 부모님 세대로... more

  • 비아냥거리기 2006/01/20 14:29 #

    1. ozzyz - 조롱하는 글쓰기의 당위성 2. 비판은 비아냥이 아닌 제안의 형식으로 (리드미, '2005년 7월') 비아냥과 조롱이 어떻게 다른 건지, 저 글들만 읽고서는 모르겠다. 비아냥이나 조롱이 '정당'할 수 있는 것은 풍자의 형식을 띨 때가 아닐까. 그 외의 경우는 어떤지는, 역시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조롱을 받고 화가 나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면, 그건 어린애 같은 짓이라는 사실이다. 그...... more

덧글

  • FromBeyonD 2005/01/07 12:15 # 답글

    왼쪽 오른쪽이야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구분할 수 없는 것이고,
    흑백을 가릴 수 있으면야 충분한게지.
    신념을 가지고 조롱조의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야겠지.
    그만큼 적이 생길수도 있는 것을 감수하고 있는 용기있는 행위니까.
  • gaya 2005/01/07 12:43 # 답글

    님의 스타일임을 인정합니다. 조롱의 글쓰기도 왜곡된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한 방편이기도 하니까요. 단지 전 님의 글이 조롱을 넘어선 독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감정적 문투를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 주구장창 점잖게 쓰라는 말이 아니라 이성으로 연마된 날선 독설을 쓰시라는 것. 비하적 어휘로 상대자의 감정을 겉으로 노골적으로 긁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허튼 의견은 확실히 제압하는 그런 글 말입니다. 그 압도적인 느낌에 많이 근접하실 거라 싶은 분이라 나름의 아쉬움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오니 넓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누드모델 2005/01/07 12:53 # 답글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 사실 제 아무리 논리적으로 반박해도 수구 세력은 그저 무시하는 경우가 많죠. 대답해봐야 자기들에게 이로울 것 하나 없으니까요. 그런 경우에는 논리보다는 해학과 조롱, 때로는 독설이 주위의 시선을 더욱 끄는 방법이 좋겠지요. 중요한 것은 방법보다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 늘꿈속 2005/01/07 12:54 # 답글

    조롱이거나 독설이거나 그건 글쓴이가 그 글을 읽을-혹은 그글을 일으킨- 사람에게 전하는 방법론의 방편이겠지요. 그리고 그가 늘 즐기는 방식으로 고정되기도 할 것입니다. 상대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긁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어물적 피해간다면 무슨 글의 효과가 있겠습니까? 진중권의 어떤 글 중에 '把持陰莖'이란 한 구절에서 破顔大笑한 적이 있습니다. ㅎㅎ
  • ATOZ 2005/01/07 12:59 # 답글

    가급적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단 피하자는 삶을 추구하는 저로선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 류호 2005/01/07 13:35 # 삭제 답글

    읽고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제 능력은 그러한 비판조의 글을 쓸수 없는 미약한 능력이오니 ozzyz 님께서 더욱 칼날을 갈으시어 콕콕 찌르는 매서운 말을 쏟아내주시기 바랍니다.
  • ozzyz 2005/01/07 13:36 # 답글

    욘드/ 용기있는 행위라기 보다는, 난 그렇게 살지 않으면 숨을 못쉬는 변태이니까...

    gaya/ 진정성의 차원에서 gaya님과 저의 생각은 다름이 없습니다. 이성으로 연마된 날선 독설이 되라는 충고 달게 받겠습니다.
  • ozzyz 2005/01/07 13:37 # 답글

    누드모델/ 동조해주시니 깊은 감사드립니다.

    늘꿈속/ 제가 한자에 무지렁이라.. 다만 이번 논쟁을 통해서 제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 litconan 2005/01/07 13:39 # 답글

    "더군다나 그 글이 메타 사이트의 이른바 '추천글'에 랭킹되었다는 사실은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정서적,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건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글에 대해 '많은 사람과 얘기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추천버튼을 눌렀습니다. 추천글에 오르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웃긴대학에서도 '웃자가서 토론해 보아요~'식의 토론을 위한 추천유도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추천글=인정받은 글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ozzyz 2005/01/07 13:39 # 답글

    ATOZ/ 이런 제가 부러우시다니요. 당치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 이렇게 살지 않으면 영 갑갑하고 껄끄러워서 잠을 못자거든요. ^^;

    류호/ 류호님의 깊은 공감에 큰 용기를 얻습니다. 그 공감만큼 깊은 감사드립니다.
  • ozzyz 2005/01/07 13:40 # 답글

    litconan/ 그 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litconan님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조하면서도 문제가 된 글의 맥락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의혹은 사라지지를 않고, 더불어 당시의 문제의식도 여전히 타당하게 느껴지네요.
  • 2005/01/07 13:4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ozzyz 2005/01/07 13:50 # 답글

    비공개/ 굳이 외래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한 것이지만, 다음부터는 유의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kalki 2005/01/07 13:54 # 삭제 답글

    조선일보. 딴 거 다 필요 없다. 일제시대의 브나로드 운동의 본질과 스스로 민족지라 일컫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썅~ 이라고 할 수 있다.
  • ozzyz 2005/01/07 13:56 # 답글

    kalki/ 운동의 당위성에 관한 부분은 이미 충분히 논의가 된 상태.. 시대착오적이라구.
  • reme19 2005/01/07 21:16 # 답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뒤에 웅크리고 앉아 여전히 몰상식과 비합리를 생산해내는 냄새나는 것들에게 침을 뱉어줘야 합니다. ozzyz님의 글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ozzyz 2005/01/07 21:20 # 답글

    reme19/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신다면 역시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죠. 도와주세요.
  • 써머즈 2005/01/08 01:32 # 삭제 답글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겠지요.
    제가 보기엔 인신공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 ozzyz 2005/01/08 10:16 # 답글

    써머즈/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
  • Utopia의꿈 2005/01/10 00:24 # 답글

    자본은...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지만, 자본의 팽창속성은 악이겠지요.자본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모든 인간의 순수한 구조들이 부서지니까요. 그리고 그 뒤안길엔, 오직 생존을 위해 급급하게 된 불쌍한 현대인의 초상만이 남아있지요. 이것은 사실 있는자와 없는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지요. 지키려고, 뺏으려고 하다 보니, 인성조차도 자본에 중독되어 버리니까요.

    오랫만에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링크 해 갑니다. ^^
  • ozzyz 2005/01/10 00:27 # 답글

    Utopia의꿈/ 요즘에는 인간의 물적 사유개념만을 집중적으로 진화시켜온 자본에 대해 원래 그 본성부터가 악했던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인간을 지배하고 조종할만치 강력해진 물신은 자본이 유일한 것 같아요.

    마징가 관련 포스팅 늘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 Amnesiac 2005/01/22 20:36 # 답글

    어쩌다 들어와서 글 재밌게 읽었어요^^; 논리적인 정연함을 보여준다면 비웃음과 조롱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그 의도를 드러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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