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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문화부 기자들, 김훈을 만나다 사람들이 좀 더 곱게 늙을 수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진심으로. 한국일보 기자들이 "옳음과 그름, 수용과 배척의 차원을 떠난, 정연한 논리전개" 라고 칭송한 김훈의 대화록은 차마 눈뜨고 보기 가혹할 정도의 어거지로 점철되어 있다. 분량이 몇 쪽이든, 명료하게 정리하자면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세상을 모르는 낭만주의 386 아해들아, 부디 까불지마." 난 글쟁이가 한 문장이면 충분할 의사를 섹시하게 꾸며 구차하게 늘어놓는 꼬락서니가 가장 보기싫더라. "회색분자가 많아야 좋은 세상이야." "386이 리더가 됐잖아. 근데 걔들은 사회의 물적 토대를 건설한 경험이 전혀 없는 아해들이야. 그래서 도덕적인 거지. 인간의 선의를 모아 가지고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 아름답지.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 거든. 엄청난 세금을 내고, 반드시 아들을 군대 보내는 것은 우익이거든." “5,000년의 역사를 바꾼 게 박정희야. 가난에서 가난이 아닌 것으로 바꾼 건 단군 할아버지와 맞먹는 힘이야. 우리나라에 차가 돌아 다니고, 고층 빌딩이 서고, 지금 고기를 먹고 있는 것도 그의 덕이야. 그건 사실이고 리얼리즘이야.” 명백한 오류는 무엇인고 하니, 386 '아해들'의 잘못은 낭만적 도덕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이름의 불의와 타협한 배반과 반동에 닿아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이들은 이것을 가르켜 '비도덕' 이라고 표현한다.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 ? 진심으로 기상천외한 말장난이로다. 시스템의 기득권이 자주 애용하는 비관론에 기반한 운명주의렸다. 식상하고 초라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이 퇴행적이다. 난 김훈의 천인 공노할 꼬라지 속에서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그리고 퇴장하려니까 똥 싸가면서 구질구질하게 명패 붙들고 있는 기성 이데올로기의 초라한 망령을 보았다. 그 망령은 끈적끈적한 곰팡이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진 골방 구석에서 가래가 끓는 추악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어." 좀 죽었으면 좋겠다.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선의의 신념이 낭만주의로, 노동자의 피와 땀을 착취하여 얻어진 비뚤어진 경제 구조가 리얼리즘으로, 왜곡의 주체인 박정희의 과오들이 국적없는 삼류 영웅주의로 시시각각 대체되는 광경은 진심으로 시대착오적이오, 오직 과대 망상에 충만한 늙은이의 냄새나는 절규에 불과하다. 술자리의 저질입담에 근접한 이 따위 대화록이 어째서 활자화 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것이야 말로 마술적 리얼리즘입니다. 김훈씨. 게다가 '엄청난 세금을 내고 반드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 이 언제부터 이 나라의 우익들이었단 말인가. 김훈의 썩은 내 나는 입에서 대의에 어긋남이 없으려는 도덕은 '어린 아해'들의 치기어림이 되고, 대한민국 역사상 줄곧 남의 권리와 재산을 빼앗아 뱃가죽을 넓혀온 우익 기득권들은 순식간에 선량한 민주 시민이 된다.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놀라운 전복과 역설의 기운을 보시라! 이것은 어쩌면 필시 신년을 맞이하는 어느 노쇠한 작가의 일장유머일지도 모른다. 육신의 나이는 나이가 아니다. 인간의 정신과 의지가 쇠하고 판단력이 흐려질 때, 그것이 노화이고 퇴색이다. 그때가 되면 조금이나마 분별력이 남아있는 인간들은 입을 다물기 마련이다. 최소한 그것이 민폐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입 벌린 망령들이 추잡한 문자들을 싸지를 때, 그것은 유머가 되고 시장 바닥의 썩어 내버려진 생선 대가리가 된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하여 눈 앞에서 치우려다가, 음식쓰레기 매립이 올해부터 금지되어 마땅히 버릴 곳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