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은 묘한 캐릭터다. 그는 내가 아는 한 마블코믹스 생태계 안에서 행크 핌(앤트맨) 다음으로 멘탈이 약한 히어로다. 그는 겉으로 늘 즐겁고 농담을 늘어놓으며 거의 쉬지 않고 떠벌인다. 그러나 노먼 오스본(그린 고블린)에게 가졌던 양가적 감정, 혹은 <시빌 워>를 전 후한 시기에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나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에게 차례대로 기대었던 것처럼, 피터 파커는 사실 언제나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유약한 15세 소년에 불과했다.

묘하다는 건 이렇게 약하고, 심지어 삼촌과 여자친구의 죽음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바 있는 캐릭터를 대중이 변함 없이 사랑해왔다는 점이다. 후발주자 마블코믹스가 스파이더맨 캐릭터 없이 DC코믹스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소위 히어로 무비 시장에 기여한 바 없이 지금의 마블스튜디오가 <어벤저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이 가난하고 유약한데다 헛똑똑이라 유사 아버지들(앞서 거론한)의 꼬임에 곧 잘 이용당하는 소년 가장을 지난 반세기 동안 아끼고 사랑했으며 심지어 쿨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변이 없는 이상 다음 반세기에도 그럴 것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5년 만에 리부트된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의 최전선이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흥겨운 영화다. 이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시점, 즉 15세의 평범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를 떠올려볼 때 어울리는 톤이다. 전작 시리즈에 비해 피터 파커는 더 소년스러워졌고, 아버지에 관한 비밀이 향후 시리즈를 관통할 주요 설정으로 등장했다. 앤드류 가필드를 피터 파커 역에 캐스팅한 선택은 예상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다(나는 여전히 이 배우가 <보이 A>에서 외롭고 어둡게 죽어간 ‘잭’으로 보이고, 다른 영화 속에서라도 그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게 매우 큰 기쁨이다. 그런 잔상이 이 영화를 실제보다 더 훌륭한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점을 밝힌다).

코믹스의 스파이더맨 이야기를 일종의 도시전설이라고 생각해보자. 샘 레이미가 그렸던 스파이더맨은 이 도시전설을 가지고 만든 오페라처럼 보였다.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은 이 오페라가 남긴 유산을 인용하면서 애초의 도시전설을 재구성한 <글리>의 에피소드처럼 보인다. 말 그대로 그렇다. 즐겁고 빠르며 일정 수준의 감정에 진입하기 쉽다. 그러나 동시에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다소 덜컥거린다.

손목에서 바로 거미줄이 나오는 게 아니라 웹슈터를 이용한다는 점은 코믹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 애초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발사할 때 중지와 약지를 접는 동작은 코믹스 설정상 바로 이 웹슈터의 스위치를 두번 빠르게 누르면서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15세 고등학생이 방 안에서 웹슈터를 뚝딱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 이 영화 또한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시해내지는 못한다.

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샘 레이미의 시리즈가 낫다고 믿지만 “<스파이더맨2>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더 훌륭하다” 정도의 이견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만큼 (다소 밋밋해도) 대중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나 슈퍼히어로 무비에서 언제나 중요한 게 무엇이더냐. 이 시리즈의 운명은 결국, 속편이 결정할 것이다. 일단 지금 예상 가능한 것들 - 플래시 톰슨 캐릭터를 써먹을 것이다, 노먼 오스본과 아버지의 비밀이 주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그웬 스테이시의 운명이 원작과 다르지 않다면 이 시리즈가 미니시리즈화되지 않는 이상 다음 편에서 사단이 나야 한다. 속편을 기다려보자!

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중요한 장점 하나를 빼먹었다. 이 영화는 슈퍼빌런을 죽이지 않고 감방에 보냈다. 대체 왜 대다수 코믹스 기반 영화들이 악당을 매번 죽여버려 원작을 거스르고 속편의 상상력 또한 제한해버리다가 이도 저도 안되면 결국 리부트를 선택하는지 모를 일이다. 허지웅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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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500일의 스파이디 2012/07/03 22:08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he Amazing Spider-Man, 2012] [&lt;어메이징 스파이더맨&gt;의 포스터]토비 맥과이어(1975년생), 커스틴 더스트(1982년생)가 주연을 맡고 샘 레이미(1959년생) 감독이 연출을 했던 영화판 &lt;스파이더맨 시리즈&gt;가...... more

덧글

  • 생물적침략 2012/07/03 20:17 # 답글

    웹슈터 관련 설정은 웹슈터 설계도를 아버지가 남겨 놨다라는 설정이면 좋겠군요
  • 잠본이 2012/07/08 20:15 #

    웹슈터는 본인이 만들지만 거미줄 자체는 아버지의 발명품으로 처리했습니다.
    근데 그거 그냥 써도 오스코프가 눈치 못챈다는게 개그
  • 요왓썹대니 2012/07/04 00:19 # 답글

    샘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천재적이였으나
    이번껀 그 정도는 아니였죠.. 그래도 재미는 있었으니
  • 지나가는이 2012/07/04 10:12 # 삭제 답글

    피터가 인생에 굴곡이 많아서 멘탈쪽이 좀 불안하긴했지만 가끔. 멀쩡했던 히어로가. 한번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져서 빌런이 되는걸 많이 봐서. 요새 파커는 거의 득도 수준이죠. 게다가 지금은 마블의 희망 호프의 임시스승으로벤삼촌의 명언을 전파중입니다 호프가 그말에 쏙 넘어간걸보면 조만간 종파하나 만들기세네요
  • 지나가다가 2012/07/04 13:49 # 삭제 답글

    전적으로 '슈터'만 만드는걸로 처리했더군요.
    전혀 쓰잘대기 없어보이는 자동 방문잠금장치로
    메카닉 너드라는걸 보여준뒤에 말이죠.
    웹카트리지는 오스코프 제작품으로 처리
    그래서 어느정도 접점을 찾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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