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을 넘어서서

세상사 정반합이라는데 그렇다면 세대론은 이제 진화할 때가 되었다. 화두를 세대에 집중하는 건, 어찌됐든 최소한의 문제의식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동과 미디어의 관심 이외에 정말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혹은 현실을 직면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 줌이라도 있다면, 이제는 세대론의 가면을 벗고 진짜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다. 일전에 모 대학교에 특강을 나갔을 때 학생 회장이 20대 거주 문제를 이슈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거주 문제를 겪는 당신 학교의 20대는 극히 일부일 텐데 그걸 세대의 이름으로 묶어 가는 게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납득할만한 답변은 없었다. 잘 먹고 잘 사는 집안의 자제가 태반인 그 대학교에서 20대의 이름으로 계급의 문제를 뭉뚱그린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으로, 그렇게라도 해야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운동의 운명을 생각하면 슬픈 일이다. 결국 문제는 계급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집안의 20대가 세대론에 공감하고 그에 관련한 글을 쓰고 활동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녀)는 88만원 세대의 현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바로 그 괴리감이, 현재 "20대 문제"라는 단어가 포괄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상들을 시급한 사안이 아닌 그저 연민의 유행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연민은 관심을 만든다. 그러나 휘발성이 강하다. 한 번 휘발되면 더 이상 연민조차 자아내지 못하는 빤한 약자의 대상으로 타자화 된다. 지겨운 관성이 되기 전에 빠져 나가야 한다. 당신이 계급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거나 아예 죽은 단어라고 생각한다는 건 안다. 그러나 그건 공기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유행과는 관계없이 그냥 현실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의 현상은 계급이라는 단어를 혐오하거나, 혹은 한 번도 그것에 대해 고민해본 일이 없는 그룹조차 바로 그 계급의 문제로 먹고 살 길이 난망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반증한다. 20대 비정규직은 30대 40대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통해 요구할만한 것들을 조금 더 급진적인 뉘앙스로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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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zzyz review 허지웅의 블로그 : 20대 2011-01-07 22:36:54 #

    ... 예상한대로 말말말 들 속에서 20대는 섬이 되었다. 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노약자석이 되었다. 꾸짖는 사람도 위로하는 사람도 이해한다는 사람도 믿지 마라. 특히 꾸 ... more

덧글

  • Satyr 2010/07/23 03:41 # 답글

    말씀하신 모 대학교에 다니는, 못 먹고 못 살아 거주 문제를 겪는 20대입니다.

    '20대의 주거권'이라고 말하니 다들 잘 먹고 잘 살아 듣지 않고, 계급 두 글자 나오자마자 알러지 내지 광증적인 반응이 나왔죠. 총학생회 임원이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것이 엄청난 부정부패라도 되는듯 호들갑을 떠는 것이 학내 여론인걸요. 안타깝게도, 진퇴양난의 슬로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대론이 진화할 때가 되었다는 데에는 물론 십분 동의합니다.
  • 싱클레어 2010/07/23 05:44 # 답글

    저 역시 같은 또래 집단, 같은 지역 주민이라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명확히 하는 기준은 계급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급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서 비롯된 선입견과 거부감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여전히 갖고 있는 현실성을 보여주는 것이 상황인식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자신이 계급을 초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가장 큰 반대자가 되겠지요. 물론 능력을 무시할 바는 아니겠습니다만 그것은 현재 기반하고 있는 계급에서 그들을 떨어뜨려 놓은 상태에서 능력이 인정되어여 할 것입니다(아 점점 힘없는 학생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저로서는 궁극적으로 계급에서도 인간을 분리시켜 개개인의 성향과 사고방식이 인간의 유일한 차이가 되어야 한다고 추구합니다만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계급이 인식되어야 하겠지요
  • 2010/07/23 10: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cdc 2010/07/23 10:20 # 답글

    계급이란 좋은 개념 계속 쓰면 편할 텐데 흑흑
  • 붉은비 2010/07/23 10:25 # 삭제 답글

    많은 이들이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낡은 이데올로기들이 여전히 효용성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또한 실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계급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면
    국가나 세대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노동자 계급 내에서도 세대 문제는 '실제적인 이익'과 결부되어 발생한다는 것이죠.
  • 도르래 2010/07/23 11:20 # 답글

    <지금 유행하는 세대론이 사그라들면 진짜 약자들은 더욱 소외받게 될것이므로, '계급'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뭐 이 정도 얘기로 알아듣겠습니다. 근데 우리사회에서 글에 언급된 비정규직들이 언제 한번 제대로 '연대'라는 걸 해본적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대가 앞으로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도 의문이구요.

    그리고 글에 나온 '잘 먹고 잘 사는 집안의 자제가 태반인 그 대학교에서' 마찬가지로 '계급'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별로 효과적인 운동방법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애초 뭉뚱그릴 계급의 문제가 없는거죠.(거주 문제를 겪을 20대가 없는 것은 그 대학의 문제죠. 실제 자신들과 상관없는 '20대의 운동방식'을 팔아먹는 그 대학 학생회를 비판할 수야 있겠지만, 실제 앞으로 많은 20대들이 거주문제를 겪을 것은 '사실'입니다. 집값이 좀 비싼가요.)
  • 동공 2010/07/24 01:26 # 답글

    해당자들은 눈앞에 튀어나온 두더지 잡느라 바쁜듯. 정작 잡아야 하는것은 두더지가 아니라 기계 내부 회로일텐데..
  • 2010/07/24 11:2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백범 2010/07/24 15:12 # 답글

    계급갈등에서 세대갈등으로 전환될듯... 아니 이미 전환된듯...
  • 이다솜 2010/07/25 01:37 # 삭제 답글

    계급 갈등 그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세대의 문제로 그것을 분할하여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래도 계급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안일한 인식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더이상 계급이라는 화두로는 말이 통하지도 않고, 그 전에 관심조차 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세대론을 가지고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개인보다는 기자님 말씀대로 공기처럼, 늘상 존재하고 있는 계급의 문제가 끝났거나 매듭지어진 담화로 취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 한편으로는 김예슬양도 말했듯 88만원 세대의 대안 역시 기존의 기성을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답습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아.
  • sunkissed 2010/08/02 15:21 # 삭제 답글

    모 대학교 특강에 참여했더랬죠.
    저에게 그 학생회는 그저 소소한 모임 같아 보였습니다.
    실제로 어떨런지는 모르지만요.
  • 2011/02/25 06:00 # 삭제 답글

    흠.. 근데 계급은 세대보다 균질적인가? 잘 모르겠네요. 얘기하시는 계급이 정확히 어떤 걸 얘기하시는지 모르겠지만, 흔히 얘기하는 경제적 차별을 염두해 두셨을 꺼라 지레짐작하고 말씀드립니다. 예컨대 계급 내 성차가 세대 내 계급 차보다 부수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나요? "결국 문제는 계급이다."에 대해서 더 설명하지 않는 한, 화자의 강세주기가 다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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