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들의 이야기

당초 모 웹진에 기고하기로 했던 글. 택시 기사들을 인터뷰해 취합하고 정리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해석하는 자의 말을 보태고 말 게 없이 그냥 옮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준엄하게 분석하든 가볍게 희화화하든 오십보백보로 천박한 것이다. 그것을 자료로 활용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삶 위의 풍경 그 자체에 말을 보태고자 하는 욕망은 오만이다. 저 둘의 지면은 분리되어야만 한다. 이 같은 원고의 경우, 풍경 그 자체가 완벽한 텍스트다. 거기에 내가 무슨 이유로 해석을 덧붙여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튼 그런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고를 싣지는 못했다. 다만 원고료를 받았으니 다른 걸 빨리 써야하는데. 고민 중.

택시 드라이버

(택시를 탔습니다. 한국사회의 현안과 취약점을 관통하는 길목 위에, 택시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한 달 동안 서른 분의 기사님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요금 오르는 거 우리가 제일 반대했어. 서명운동까지 했다고. 그게 미터 당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계적으로 기본요금이 오르는 거야. 우리가 매일 회사에 13만원씩 입금해야 하는데, 요금 오른 후로 회사에 만 삼천 원을 더 넣어야하거든. 남는 게 없어. 제일 장사 잘 되는 게 금요일인데, 좀 많이 벌었다싶어도 회사에 입금하고 나면 삼만 원 밖에 안 남아.

- 말도 말아요. 요금 올릴 때 정말 짜증났었어. 미터기 수정을 일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회사별로 나누어서 배당받은 날짜에 공장에 들어가야 하거든. 그런데 공장에 간다고 바로 수정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순서를 기다려야 해. 그럼 하루 장사 접는 거야. 그게 뭐냐고.

- 택시 기사라고 다 무식하고 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마음이 제일 섭섭해요. 나만 해도 안 그렇거든. 내 친구들도 그렇고. 아니 저번에 광화문에서 시위하던 것도, 나 차 막힌다고 한 번도 섭섭하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런 거 가지고 뭐라 하면, 그 뭐야 민주 시민이 아니잖아요? 나는 오히려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게 섭섭한 게 많아요. 경차택시니 뭐니, 지금 있는 택시기사들 생계는 아무 대책도 없이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개인택시를 너무 남발했어. 아무나 할 거 없으면 택시 한다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 제일 무서운 손님은 술 취한 여성 고객. 앞자리 타려고 하면 뒷자리 타라고 하든지 아예 안 태워요. 남자 손님이랑 시비 붙으면 막말로 치고받고 싸우기라도 하는데, 이건 뭐 답이 없잖아. 2주일 전인가? 홍대에서 여자 손님을 태웠는데 많이 취해있더라고. 방배동 가자고 해서 갔는데 도착해서 보니까 옷을 다 벗고 있는 거야. 자기 집인 줄 알았는지 말이야. 너무 난감하고 당황스러워서 그냥 밖으로 나와서 112에 신고를 했어요. 바로 오던데? 여경이 오더니 뒷좌석 열고 그 여자 목 뒤를 집게손가락으로 꾹 누르는데, 막 비명 지르면서 바로 깨더라고. 그런 훈련을 따로 받는 건지, 아마 그런 사람이 많은 모양이야. 아무튼 바로 파출소가서 조서 쓰고. 원래 그 시간에 홍대서 거기까지 만원 조금 넘게 나오는데 신고하고 뭐하고 그러다보니 2만원 나왔어. 그거 받고 갔지. 참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데.

- 광화문 광장 생긴 다음에 특별히 정체가 더 되는 거 같지는 않아. 종로 쪽 길이 워낙 넓으니까 평소에도 웬만하면 안 막히거든. 진짜 문제는 신호체계야. 막힐 때 안 막힐 때 좀 유동적으로 신호 길이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건 그냥 주먹구구식이니까 한 번 정체 걸리면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꽉 막히잖아. 아주 징그러워 죽겠어.

- 승차 거부하는 거 정말 바보짓이지. 장거리 손님 태우려고 그러는 건데, 사실 단거리라도 차를 쉬게 하지 말고 계속 굴리는 게 조금이라도 더 벌려. 나 같이 운전 삼십년 이상씩 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요즘 어중이떠중이 전부 다 택시 한다고 쏟아져 나오다 보니 뭘 모르고들 그러는 건데, 좀 오래 하다보면 자기들도 깨닫는 게 있겠지.

- 회사에서 나오는 하루 가스비 보조가 25리터야. 우리가 하루 저녁 근무서는 데 가스 얼마나 쓸 거 같아요? 50리터라고. 킬로로 따지면 350킬로. 그 날 손님이 별로 없는 날에는 회사 입금도 내 돈 털어서 해야 하는데, 그럼 정말 답이 안 나와. 입금 제대로 안 하면 월급에서 자동적으로 깎이거든. 월급이 65만원인데 그나마 깎여버리면 네 가족 입에 풀칠을 어떻게 해. 참. 택시 기사라는 게, 직업이 아니야.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기가 너무 어려워. 아들이 아빠 직업란에 택시 기사라고 못 적고 자영업이라고 썼다고 어저께 막 울더라. 서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정리/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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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주절주절 2009/10/30 10:48 # 답글

    택시운전기사분들이 택시요금 인상에 반대 가장 심하게 하시던데
    그 이유를 여기서 알게 되는군요.
    잘보고 갑니다.
  • - 2009/10/30 11:09 # 삭제 답글

    저는 시청 운수물류과에서 알바하고 있는데 정말 기사분들 힘들게 사시더군요.
    반면 택시회사는 유가보조금 100원이라도 더 받겠다고 악착같이 덤벼들고.;;
    문서 위조나 하구...
  • 뽀글 2009/10/30 11:55 # 삭제 답글

    정말 난처하셨겠어요.. 저는 택시기사님에게 안좋은일도 많이겪어지만.. 택시기사님은 더많이 손해보는일이 많을듯하네요..괜히 제가 탄것도 아닌데 죄송하고 그러네요..
  • 밤비마마 2009/10/30 12:01 # 답글

    노동착취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군요....이건 택시회사에서 앵벌이 시킴에 다름아니네요.
  • 해독불능 2009/10/30 12:03 # 답글

    안타깝네요. .;;
  • 갑그젊 2009/10/30 12:12 # 답글

    저는 저런 정상적인 택시기사보다 비정상적인 택시기사들을 더 많이 만난 사람이다보니, 택시기사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를 않네요. 제가 오토바이를 자주 타는데, 아주 대놓고 죽으라고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밖에 나가면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그래요...(...) 개인택시가 그러는 건 못 보고, 다들 회사 소속 택시들이더군요. 교통법규는 개나 지키는 건 줄 압니다.-_- 엿먹으라고 HID라이트 키고 돌진하는 택시도 만나봤고-_-;; 게다가 학교 졸업하고 1년 정도 회사에 다녔는데, 심하게 야근하면 차가 끊겨서 택시를 탈 수 밖에 없는데... 타면 빙빙 돌지를 않나...(...) 짜증나 죽겠는데 나이 어린 놈 탔다고 자기 정치관을 가르치려 들지를 않나...(...)

    아, 물론 이 글을 보고 나니깐 택시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긴 들어요. 하지만, 택시기사 자격증 시험도 만들어야하고, 부적격 택시기사들 퇴출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네영.
  • 이안 2009/10/30 19:55 #

    개인택시는 어느정도 하시던 분들이라 그런분들이 드문데 회사택시는 경제위기 이후로 말 그대로 개나소나 해서 그래요.오죽하면 기본요금거리의 동네도 몰라서 네비보면서도 딴 동네 들어가고 한다니까요.
  • arong2 2009/10/30 13:00 # 답글

    택시 기사들 안스러운 게 일반 직장은 년수 차면 급여도 오르고 하는데,
    경력 많다고 대접해주는 것도 아니죠.
    자영업 다 그렇긴 하지만 이건 또 이른바 대박도 없어요.
  • Sengoku 2009/10/30 13:07 # 답글

    잘, 읽고 갑니다...
  • gmmk11 2009/10/30 13:27 # 삭제 답글

    운전을 똑바로 하면 동정을 해줄수도 있겠지만..
  • Dia♪ 2009/10/30 13:30 # 답글

    저희 아버지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시네요.
  • saltbottle 2009/10/30 13:44 # 삭제 답글

    택시기사들 여건이 안 좋은것과는 별개로 택시기사들의 태도는 사실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택시기사보다는 정말 문제가 많은 택시기사들이 더 많거든요. 그리고 승차거부가 너무 심하고, 조금만 허술해보이면 속이려고 하죠. 그런 자신의 태도가 근무여건의 탓만으로 돌리기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여건과 손님을 속이는 등의 택시기사문화는 전혀 다른 것이죠. 그래서 솔직히 저 글을 보았을때 오히려 대부분의 나쁜 모습을 많이 거르거나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했다는 생각만 드네요.
  • blue ribbon 2009/10/30 16:13 #

    그럼 멀리가는걸 선호하겠음?
    가까이 가는것을 선호하겠음?
    당연히 멀리 가는겁니다.
  • 으악 2009/10/30 17:18 # 삭제

    곳간 있는 곳에 인심 난다고 택시기사의 나쁜 태도를 옹호하고자 하는건 아니지만 여건이 저런데 누가 성실하고 친절하게 서비스를 하겠우...
  • 박지원 2009/10/30 14:04 # 삭제 답글

    아빠가 집에서 소주 한잔씩하시면서 한숨이랑 같이 내뱉으시는 이야기들이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말.
  • 2009/10/30 15:2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네아 2009/10/30 19:34 # 삭제 답글

    우리 아빠 택시 기사인데요. 아빠라서가 아니라 너무 착한 분이셔서..
    가끔 손님한테 시달릴때나 돈대신 고구마 같은 거 받아 오면 참 마음이 아파요.
    돈을 벌려면 많이 일을 해야 벌리니까 조금만 자고 일하는 것도 마음 아프고..
    계속 앉아있으니까 허리가 너무 아프시다 하시고..
  • BSKC 2009/10/30 20:39 # 답글

    저도 택시 자주 이용하는 편이죠..많은 기사님들학 이런저런 애기들도 많이 나누고 합니다. 부산에도 기본요금 올리고 미터까지 짧아졌는데..기사님들 다 반대 했다고 하더라구요. 가뜩이나 택시 안타는데 요금까지 올린다면서..나중에 조합장들과 택시회사사장들과 짜고 내물먹고 오렸더라구요..ㅡㅡ;; 그래도 부산시에서 나서서 약간의 타협점을 보고 요금개선 할 줄 알았는데..그냥 죽~ 가네요..시민들만 물먹는거죠 뭐..글 잘 읽었습니다.ㅎ'
  • zeno 2009/10/30 21:40 # 삭제 답글

    아, 안 실렸다니 안타깝네요. "이런 이야기는 해석하는 자의 말을 보태고 말 게 없이 그냥 옮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준엄하게 분석하든 가볍게 희화화하든 오십보백보로 천박한 것이다. 그것을 자료로 활용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삶 위의 풍경 그 자체에 말을 보태고자 하는 욕망은 오만이다. 저 둘의 지면은 분리되어야만 한다. 이 같은 원고의 경우, 풍경 그 자체가 완벽한 텍스트다." 동의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글 종종 기대할게요...
  • 지나다 2009/10/30 22:10 # 삭제 답글

    보태고 않고 그냥 옮기신다고 하셨는데 서른분과의 대화치곤 양이 너무 적네요.
    물론 여기에 올릴 필요없는 의미 없는 잡담도 많았겠지만 이정도로는 날것이 아니란 느낌이 들어요.

    재밌어서 읽으려고 폼 잡는 순간 허무하게 끝나서 댓글 남겨봅니다.
    평소에 오지님 글 고맙게 잘 보고 있어요.
  • ozzyz 2009/10/30 22:15 #

    전체의 맥락을 보시면 오해의 소지가 없을 텐데, 여기서 '옮기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정리하는 자의 의견과 분석을 덧붙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애초 매체에 기고할 글이기에 당연히 취합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 아리아사장 2009/10/30 22:11 # 답글

    게다가 노동시간도... 엄청 나게 깁니다.
    저희 아버지의 경우는 하루는 새벽6시에 일을 나가셔서 11시에 들어오시고,
    하루는 6시에 나가셔서 새벽 3시에 들어오십니다. 그 다음날은 휴일이긴하지만..
    집안 사정상 아버지는 집안일을 하십니다..
    노동 시간에 비해 벌이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연세가 60을 바라보고있는데.. 월 수입이 250~300사이이죠..
    (개인택시라서, 영업택시보단 많습니다만..
    아들 둘을 대학보내시고, 집안을 꾸려나가실려면 월 수업 250으로는 벅차겠죠..)
    제 사정은 이만 줄이고.. 그리고 좋은 글 읽고갑니다 :D
  • supab 2009/10/30 23:37 # 삭제 답글

    근데 도착하고 신고했으면 미터기 꺼야하는거아닌가? 손님이 탑승중이면 걍 미터기꺽고있어도되나...
    뭐 이건 양심의 문제인거같음. 그냥 그렇다구요...ㅋ
  • 긁적 2009/10/31 00:29 #

    그 손님 길바닥에 버리고 갔으면 그렇게 해도 되겠죠.
    그 사람 돌봐준다고 나가는 택시기사의 시간과 일을 생각해야죠.
    게다가 그런 황당하고 피곤한 상황을 만든 책임이 손님에게 있으니
    그 시간에 대한 대가를 받는건 정당하게 보입니다.
  • 밀규니 2009/10/31 05:38 #

    양심의 문제라뇨;;; 택시기사한텐 시간이 돈인데-_- 손님때매 죽치고 앉아있는데 당연히 돈 받아야죠
  • lsy 2009/10/31 11:00 # 삭제 답글

    좋은글 잘봤어요
    저희 아빠도 개인택시하세요 역시 60세을 바라보시구요
    택시하나로 자식 셋을 키우셨어요
    그것도 도시도 아닌 시골에서요 시골에서는 더욱 심해요
    월수입 150정도밖에 되질않아요
    시골이다보니 택시는 잘안타고 타도 거리는 짧고 다들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택시비도 깍아달라 그러고 아빤 어쩔수 없이 깍아드립니다 .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같으니까요
    제일 힘든건 밤에 타는 손님이세요 술먹고 행패부리고 아빠 저항하다 손이랑 상처생겨서 집에오시고 심할땐 옷도 찢어져서 오시더라구요 어째요 시골이라 다 같은 고향 사람일테니 같이 때릴수도 없고 돈안내고 도망가기도 하고 술먹고 차에 오바이트에다가 ... 그래도 아빤 꾸준히 아빠에게 일부러 연락해서 타고다니시고 가끔 아빠 드시라며 감이나 음료를 건내시는 분들때문에 괜찮으시데요 세상에는 나쁜사람들도 있고 좋은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힘들게 일하시는걸보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전 그래서 가끔 지금살고있는곳에서 택시를 타면 정말 친절하고 잘 해주시는 기사님에게는 잔돈 몇 맥원씩 남는거 그냥 드려요 감사합니다 하구요
    그건 몇백원이 중요한게아니라 기분문제인것같아요 아빠도 가끔 그런손님계시면 정말 고맙고 기분이 좋으시데요
    몇몇 불친절한 기사님이 얼른 영업 방식을 바꾸셨으면 좋겠어요
    택시에 대한 이미지가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 KANG 2009/10/31 12:41 # 삭제 답글

    제 남자친구도 택시운전기사인데, 걱정할까봐 얘기를 잘 안 해 주지만..
    가끔씩 듣는 이야기에 속이 상합니다
    술 먹고 괜히 시비걸고 운전을 방해 하는 사람들도 많고
    돈 없이 택시 타서는 몸으로 때우면 안되겠냐는 여자들도 많다고 하고
    타자마자 반말하면서 무시하는 사람은 뭐..ㅋ
    얘기 들으면 속이 타지만.. 일일이 다른사람들이 택시기사님들 싸잡아 욕하는 곳마다 찾아가면서
    역성 들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그저 한숨만 나네요ㅋ
  • peter 2009/10/31 18:31 # 답글

    아유 정말 한숨만 나오는 글.
    택시기사님들 워낙 힘든거 알아서 몇백원은 그냥 안받고도 내리고 그러는데요 승차거부 같은거 너무 잦아서 택시기사님들이 이글보고 승차거부 이제부터 좀 안하셨음 좋겠어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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