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는 보도에 웃지 않을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용자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영화제는 오래도록 회자될 사건이다. 영화제라는 게 다 똑같다고, 누가 운영하고 집행하든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사건 말이다. 해외 영화를 상영한다고 모두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차라리 학예회에 가까운 국제적 촌극이었다.
지난 2007년 충무로영화제가 출범할 당시 김홍준 집행위원장에게 가장 먼저 쏟아진 질문은 그거 왜 하냐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생색내기 아이템으로 전락해 과잉 난립하고 있는 영화제를 하나 더 만들 여유와 당위가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다. 고전과 복원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통해 변별력을 얻는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실제 이는 영화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영화제를 만들고 이끄는 인적 구성이 변하면서 사정도 달라졌다. 2회 영화제는 실질적인 주체가 서울시 중구청으로 완연히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김홍준 교수는 이덕화씨가 집행위원장을 맡은 2회에 이르러 수석 프로그래머로 물러났고 올해는 아예 사라졌다. 다른 주요 스태프들도 대부분 교체되었다. 영화제 행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실무의 영속성은 그렇게 망실됐다. 3회 충무로영화제의 프로그래머 명단에는 무역회사 대표 직함을 가진 사람이 보인다. 영화제 고문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다.
충무로영화제의 진행 미숙 문제는 1, 2회 때도 꾸준히 지적되어온 사항이다. 특히 무분별한 단체관람 유치가 문제였다. 한반도에서 열리는 영화제 가운데 관객들의 태도가 가장 형편없는 곳은 단연 충무로영화제다. 올해는 그런 문제점들을 충실히 계승하는 한편, 아예 영화제의 본질이 위협받을 정도로 큰 구멍이 많았다.
한 마디로 촌스럽다. 홍콩영화 프로그램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상영작의 함량이 떨어졌다. 올해 충무로영화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영화가 아니라 KBS 드라마 <아이리스>의 쇼 케이스였다. 영화제의 묘미라 할 만한 깜짝 상영작은 두기봉 감독의 <매드 디텍티브>였다. 국내 정식개봉 후 DVD마저 출시돼있는 영화다. 심지어 지난해 2회 충무로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돼 관객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1회 충무로영화제는 32개국에서 출품된 150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2회 때는 40개국에서 170편을 들여왔다. 올해는 40개국으로부터 온 214편의 영화가 선보였다. 상영편수를 기준으로 성장을 가늠하길 좋아하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는 성공적인 행사였을 수 있다. 그러나 외연의 양적 성장이 내실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충무로영화제는 국제영화제로서의 명예와 최소한의 완성도를 고수하는 데 실패했다. 겉으로 자축하든 말든 속으로라도 창피함을 알아야 할 일이다. 허지웅 (<한겨레> '허지웅의 극장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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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핀드의 생각 2009/09/08 10:46 #
국제적 촌극, 충무로영화제... more
아직도 대중에게 10년전 잣대가 먹힌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2009/09/09 00:02 #
국제적 촌극, 충무로영화제허지웅 기자님의 블로그에 심히 공감가는 글이 올라와 있더라. 실로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다. 언제부턴가 영화라는 '학문'이 대중에게 쉽게 흡수 되면서 여기 저기 영화도사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비쥬얼 매체가 보급된 지금 세살부터 여든까지 영화에 대해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이런 우스운 촌극에 더욱 눈살이 찌부려지는 것일 터.비단 이번 충무로 영화제의 얘기뿐만이 아니다. 일전의 엔니오...... more




덧글
dcdc 2009/09/07 20:20 # 답글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가 걸려도 충무로영화제에 가자는 제안을 받으면 많이 저어가 됩니다. 올해는 결국 대부1을 보고 오기는 했지만 어지간해선 가기 싫습니다. 그네들만의 축제니까요.고민인김씨 2009/09/07 21:45 # 답글
대구에서 서울 올라간김에 그 말로만 듣던 국제영화제를 보러 가자면서 구경갔었는데.. 휑한 모습보고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그 이유를 여기서 알게 되다니..
jj 2009/09/07 22:25 # 삭제 답글
80년대 관주도 행사의 부활이죠...초딩때 향수를 느끼게 해주네요...
베리배드씽 2009/09/07 23:13 # 답글
나경원 의원-_-; 안하느니만 못하게 됐군요.sang 2009/09/07 23:18 # 답글
이렇게 되면 누가 가나요?;;2009/09/08 00:2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qanik 2009/09/08 01:19 # 답글
명동 한 복판에 이상한 부스들 설치할 때 부터 알아봤습니다.온갖 소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열린 이상한 공연들도...
처절한기타맨 2009/09/08 01:34 # 삭제 답글
머 알고보면 국제라고 입에 거품 물고 있는 영화제들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재기가 아닐까 싶는데요. 대한민국의 추레한 현실일따름...달 2009/09/08 01:49 # 답글
안타까워효 T_Tpessimum 2009/09/08 09:46 # 답글
역시 예상했던 대로 넥타이 매고 대머리 까진 아저씨들이 바로 그 단관 무리들이었군요...페니웨이™ 2009/09/08 11:33 # 삭제 답글
확실히 지적하신대로 진행의 미숙이 걸음마 아기수준이었던 행사였습죠. 그나마 이번 영화제에서 건진게 [대부]하고 [공포의 보수] 두편이었는데, 영화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수준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공짜티켓을 뿌려서인지 관람객들의 관람 매너가 욕나올 정도였는데, 특히 [공포의 보수] 관람중 20분이상 늦게 들어오는건 기본이고, 또 그렇게 늦게 들어와 앉아있다가 한 30분 관람후 단체로 우루루 몰려 나가더군요. ㅡㅡ;; 순간 다 엎어버리고 싶은 욕망이...간이역 2009/09/08 12:17 # 답글
그렇군요.......기대 많이 했었는데..^^; 가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에휴파안 2009/09/08 23:50 # 답글
이 영화제의 정체성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확한 지적이시네요-플린 2009/09/10 02:03 # 삭제 답글
드라마 숏케이스 현장 스케치 보고 혀를 찼는데, 나경원 의원 이야기 나오니 손바닥으로 이마를 한 대 빡 치게 되네요.영화제를 왜 하는지에 대한 반성 필요합니다. 그런데 반성보다는 자화자찬이라면... 이렇게 글 쓰실 일도 없는 영화제가 되겠네요.
orora 2009/09/10 17:25 # 답글
영화제의 전반적인 행정상의 여러 오류는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었겠으나저는,관람료 저렴하고 나름 좋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람객의 태도 또한 '우수' 했고요.. 영화나름이었을까효..?
보고 싶은 영화들..몇 편있 있었으나 시간관계로 많이 보지는 못햇지만요..
영화 콜렉팅에 있어 얼마나 수준이 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몇 편은 좋던데요.
oooh 2009/09/11 08:28 # 삭제 답글
아 그 때문이었군요!!!!완전 지각입장 관객 진짜많고, 보통 개봉영화 볼때도 이렇진 않은데 왜이렇게 부잡스럽게 왔다갔다들 하시는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무분별한 단체관객유치라니! 흠흠흠...
깜짝상영도, 살짝 실망했으나 그냥 즐기면서 봤음!
지나가던행인 2009/09/11 10:39 # 삭제 답글
음.. 저는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주변 스태프들도 친절하시고..서울출장 올라온 김에, 남편이랑 영화2편 봤습니다. 주위 스탭한테 주변 맛집도 물어봐서
맛난 것도 먹고 내려갔어요.
전주도 다니고, 부산도 다녀봤는데요.
정보단체 산하에 있어, 지원 받다 보니 공짜표라던지. 단체 입장등은 여러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영화 마니아도 아니고, 작품성을 따지는 입장도 아닌지라..
그냥 일반시민들이 부담없이 쉽게 즐기기에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이번에 작품 수상한 붉은 강봤구요, 세계절 봤습니다.
세계절은 정말 이제 막 결혼한 저같은 부부 ^^; 들이나 결혼할 연인들에게
꼬옥 추천해 주고 싶네요 @@
그럼 전 다시 일 속으로~~~!!
nixon 2009/09/13 11:15 # 삭제 답글
전 단체관람은 되려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 흠이라 생각되지 않고요. 깜짝상영도 반드시 프리미어가 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매드 디텍티브>가 깜짝상영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영화라 해도 영화제 전체에 흠을 낼만큼 중량감있는 실수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리스> 쇼케이스건은 저역시 어이가 없더군요. 1회의 흥미로웠던 영화제 콘셉트에 비해 지금은 당최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화제가 되어버린 건 맞습니다. 하지만 쓰신 글만으로는 왜 충무로의 운영이 엉망이었는지 설득받기 힘듭니다. 단체관람? 호오가 갈릴 수 있어요. 깜짝상영? 그건 그리 큰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한 줄로 언급하신 영화의 품질이 낮았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셨으면 좋을뻔 했습니다.2009/09/17 20:3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ozzyz 2009/09/18 00:29 #
깜짝상영이잖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2009/09/18 08:5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gd 2009/10/06 05:43 # 삭제 답글
결국 이 영화제 때문에 부산 국제 영화제가 타격을 받을수 있다는거죠..한해에 영화제가 같은 나라에서 같은 주제로 두번이나 개최 되는게 이상할 따름
뇽 2009/10/12 18:09 # 삭제 답글
해마다 내리막이더니 올해는 정말이지 촌극이었습니다.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큰 민폐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지요. 애초에 기획, 카피 모두 전시행정의 고약한 냄새만 자욱했던 영화제였습니다. 사실, 내년에도 할 것인가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