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너의 죄를 사하는 방법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라는 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상혁이 돌아온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4년만의 복귀다. 김상혁은 클릭비 멤버로 데뷔해 활동하다 지난 2005년 4월 음주운전 사고를 둘러싸고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음주운전에 대한 내용은 무혐의 처리됐지만(현장 검거가 아닌 음주운전 혐의는 확인이 어렵기도 하다) 뺑소니 부분이 인정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은바 있다.
그의 복귀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돌아오려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로 출연이 무산되었다. 네티즌들은 김상혁의 공중파 복귀 무산 기사가 나오자 댓글 놀이를 시작했다. “무한도전을 보았지만 라인업을 안본 건 아닙니다” “방송 복귀는 했지만 출연하는 건 아닙니다” “스타킹에 출연을 하려고 했지만 복귀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등의 댓글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최근 방송 복귀와 관련한 자신의 심정을 미니홈피를 통해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마지막 기회, 이제 내 손 좀....”

당신이 김상혁을 인정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든지 말든지 그런 걸 강권하거나 연민하거나 반대하고자 하는 글이 아니다. 대중이 누군가의 죄를 사하는 체계에 대해 한 번 즈음 환기해보자는 이야기다. 용서와 구원을 구걸하기 위해 사실 진심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심은 유추 혹은 확신이 불가능한 가치다. 진심함량측정기가 개발되지 않는 한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진정성을 헤아릴 초능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의 진심을 가늠하고 따지는 우리의 논의는 사실 우습고 애처로울뿐더러 기만적인 유흥이다.

관중에게 있어선, 그저 감동만이 용서와 교환될 수 있는 소비재다. 상대의 눈물이든 행동이든 예상치 못한 손짓이든, 한 방울의 눈물을 자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용서라는 이름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유일한 방아쇠로 작동된다. 흡사 간증과도 유사하다. 눈물과 박수를 보내는 강당의 무리 가운데 정작 이해당사자는 없다. 눈물을 구걸하는 자와, 감동을 느껴 용서와 화해로 화답하는 군중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불편함을 근거로 김상혁의 밥벌이를 방해할 당위 따윈 하늘 아래 어디에도 없다. 용서는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이다. 김상혁과 피해자는 진즉에 합의를 본 바 있다. 법의 처벌도 받았다. 김상혁이 예능에서 웃긴다면, 우리는 웃으면 된다. 김상혁이 무대에서 노래를 잘한다면, 우리는 즐거워해주면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무관심하면 되는 일이다. 자기 자신에게 결코 적용되지 않을 필요 이상의 오지랖은 치워두는 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세상 모든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 있지만. 허지웅 (일간스포츠 '허지웅의 불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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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공공의 것 2009/08/31 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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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된 고리 끼우기 : 키보드 배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① 2009/09/06 1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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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ilver 2009/08/31 06:22 # 답글

    마지막 기회, 이제 내 손 좀..
    이라고 말을했었죠..
    그렇게 까지 해서 방송일을 하고싶을까 합니다..
    뭐 솔직히 예전에는 어리버리 컨셉도 제대로 안잡혔었고 ㄱ-
    차라리 다른일을 하는게 훨씬 속편할것같은데 ㅠ_ㅠ
  • 아이 2009/08/31 10:58 #

    천직이라고 본인이 생각한다면..
    그리고 연예인 하다 다른 일 하는 게 그렇게 쉬워보이지는 않는데요..
  • .. 2009/08/31 08:21 # 삭제 답글

    형평성의 문제도 있죠.
    뺑소니 내고도 반성없이 멀쩡히 활동하기도 하고. 루머일수도 있겠지만.
  • 류가희 2009/08/31 09:28 # 답글

    김상혁의 경우는 합리적인 자연도태라는 느낌이죠.
    얼굴이 아주 꽃미남이냐 하면 아니고, 노래를 잘 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차라리 완전히 철판이라도 깔고 활동했으면 서서히 잊혀지기라도 할텐데, 현실은...
  • emp 2009/08/31 10:13 # 삭제

    김상혁은 예능쪽보다는 트렌드세터로서의 재능이 있었죠.
    '간지나는 옷빨'로 모델 배정남과 함께 당시 남자애들의 따라하기 대상이었죠.
    그래서 각종 인터넷쇼핑몰에서 김상혁st.가 인기 키워드였구요.

    낮은 인지도나 약간 찌질한 이미지를 생각할때 참 불가사의한 일이었는데
    뭐 이젠 트렌드세터로서도 G드래곤같은 후배에게도 밀리고 나이도 있으니..
  • .......... 2009/08/31 09:43 # 삭제 답글

    나도 내 진심을 모를 때가 참 많다는,,,,
  • 이악물기 2009/08/31 10:54 # 답글

    그냥 유희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게 진지하지 않습니다.
  • 김호중 2009/08/31 10:59 # 삭제 답글

    용서의 매커니즘을 정확히 꼬집으셨네요~
    종교가 아닌 대중들의 연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적용이 가능하군요 ㅋ
  • 동사서독 2009/08/31 12:11 # 답글

    어리버리 캐릭터는 곧 제대할 김종민이 워낙 확고한지라 어리버리로는 발 내밀지 못할 겁니다.
  • 베리배드씽 2009/08/31 12:12 # 답글

    당시 김상혁 이미지는 '남자 김민희'였던 걸로 기억. 지금 다시 하기는 나이도 있고 자성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니 좀 어렵죠.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 '라디오 스타'에서 대놓고 까이면 좀 더 안전할 듯하네요.
  • ifury 2009/09/01 18:43 #

    ! 그렇네여
  • 후유소요 2009/08/31 13:05 # 답글

    관중에게 있어선, 그저 감동만이 용서와 교환될 수 있는 소비재다.
    자기 자신에게 결코 적용되지 않을 필요 이상의 오지랖은 치워두는 게 합리적이다.

    이 두 부분이 글이 나타내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감합니다. 웹을 돌며 불필요한 오지랖을 선보일 시간에 차라리 <사회과학 서적 2-3권 및 3시간의 잡지 구독>을 권하고 싶네요. 하하.
  • 도대체 2009/08/31 13:10 # 삭제 답글

    도대체 태그에 개신교와 간증이 들어간 이유는?
    좀 과히 부정적이다 기독교에 대해.
  • 아레스실버 2009/08/31 14:23 # 답글

    명언이 워낙 엔터테인먼트한지라 컴백시도 때마다 회자되리라 생각합니다. 용서는 둘째치고 농담을 하기 위해 열렬히 그를 까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이는군요. 역시 워낙 명언.
  • reple 2009/08/31 15:24 # 삭제 답글

    대중의 용서와는 관계없이 트랜드가 변했기에 살아남긴 어려울것 같습니다.
    하여간 죄값을 받는것과 대중의 용서를 받는건 별개의 문제인득 하네요...어려운 문제입니다.
    'BOY A' 를 보고 나서 대중의 용서가 어렵다고 느꼈는데, 기자님도 보셨나요?
  • 한빈 2009/08/31 19:23 # 답글

    지금까지의 사례로 봐선 정작 뭘 잘 못했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나쁜놈'으로 인식되는 게 문제랄까요.
  • 고민인김씨 2009/08/31 22:09 # 삭제 답글

    "용서는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이다"라는 문장이 와닿네요. 허나, "법의 처벌도 받았다"라는 말은 법과 법치를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전반적 분위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보면 옳은 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글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말 같아요. 잘못하면 "처벌도 다 받았는데 늬들이 뭔상관?"처럼 조금은 공격적이게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Scully 2009/09/01 01:59 # 답글

    대중의 '용서'라는 개념 자체가 연예인이라는 레이블 위에 덮어 놓고 가해지는 하나의 폭력일 수 있지만
    이것의 성립이 또한 가능한 이유는 김상혁씨가 연예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결국 이미지와 사운드와 몇 장의 눈에 띌 만한 스냅샷으로써 소비되는 것이 연예인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그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표현할 수도 있는 거라고 봅니다.
    그 행위가 어떤 당위를 가질 수 없을지라도
    그것이 전혀 쓰잘데기 없는 논쟁이라도
    불만제로- 와 비슷한 거 아닐까요.
    ... 뭐 그게 옳다는 건 아니구요.

  • 아잘레오 2009/09/01 10:23 # 답글

    '음주운전'을 법적으로 해석하면 그의 말은 맞습니다.
    혈중 알콜 농도가 법적인 '음주운전'의 기준에 못 미쳤다는거죠.
    당시 그를 조사했던 경찰이 그렇게 얘기했지만, 경찰의 불친절한 태도에 화가 난 기자가 멋대로 기사를 썼고 일은 이렇게 되버렸습니다.

    하지만 '음주운전'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했을때 그의 말은 어불성설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가만히 생각해보면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닌데, 감정적으로 불유쾌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혹은 기자와 네티즌이 만들어낸 '대세'에 휩쓸려 그는 법적인 잘잘못을 떠나 사회적인 죄인이 되었습니다.

    만일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조금은 억울했을텐데 그는 어떻게 생각할지 앞으로는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네요.
  • 밤비마마 2009/09/01 16:43 #

    22222222222222222222
  • ifury 2009/09/01 18:45 # 답글

    씁쓸하네요.
    핵심은 스타(공인?)와 대중 사이에 있는 OEM 의 재료가 무엇이냐 하는것 같네요. 공감.
  • walla 2009/09/02 00:03 # 삭제 답글

    이젠 이런말 하는게 우스워보이는 시대가 되어버렸지만도..
    대중들에게 시퍼런 도덕젓 잣대 "여기다" 들이대라 부추기는
    미디어들과 얼씨구나 왠떡밥이냐 후두두두 몰려다니는 국개들

    제발

    정신좀 차리자 어익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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