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다. 문명과 상식, 인권, 교양, 종교, 자유민주주의, 하다못해 보편타당한 취향의 이름으로 금기시된 모든 것들에 도전하는 영화다. 대개의 경우, 관객은 눈앞에 던져진 무례함에 분노한다. 더불어 매도한다. 그러나 영화라는 그릇이 담을 수 있는 세상의 깊이와 폭을 꾸준히 확장시켜온 것 또한 이런 종류의 불편함이라는 사실을 모른 척 지나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 최전선에 고어 영화가 있다. 피가 튀는 장면을 묘사하는 의성어로부터 유래된 스플래터 영화가 과도한 신체훼손을 통해 기괴한 웃음을 유발한다면(<데드 얼라이브>), 고어 영화는 보다 넓은 의미로써 인간의 신체에 가해지는 가혹한 폭력을 온전히 담아낸다. 그 쓰임새로 미루어 판단해볼 때 지금에 와선 완전한 형태의 장르라기보다 효과나 장치, 혹은 하나의 사조로 인식하는 게 편하다.
고어 장르를 설명한답시고 허셀 고든 루이스의 60년대 피범벅 영화들을 복기하려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악명 높은 고어 영화들은 상술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오해도 많이 샀다. 시체와의 성교를 다룬 <네크로맨틱>은 영화사에 기록될만한 작가적 화두에도 불구하고 급진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엉뚱한 전설이 되었다. 훌륭한 고어 영화들은 극단적인 폭력을 정색하고 들여다봄으로서 착취-피착취라는 세상의 구조를 파고드는 명민함을 드러내 왔다. 살과 뼈를 분리시키는 이 해괴한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대단히 불편하지만, 그것이 겨냥한 세상의 풍경에 대해 동일한 질량의 문제의식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장치다. 일라이 로스의 <호스텔> 연작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파스칼 로지에의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8월6일 개봉)은 근래 등장한 고어 영화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과격한 형태의 학대와 고문으로 점철된 이 불쾌한 영화는 <퍼니 게임>이나 <이든 레이크>같은 방식으로 관객의 참을성을 유린한다. 관객의 시선을 피해자의 입장에 묶어두고 고통을 감내하게 강요하는 것이다. 폭력은 계속해서 더 큰 강도로 반복되고, 채 설명되거나 결코 납득될 수 없는 폭력의 이유는 보는 이의 불쾌함을 파괴적으로 끌어올린다.
폭력을 다룬 많은 수의 영화들은 기존의 권력(부모의 권위, 공동체의 안전, 교리의 신성, 국가치안의 절대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가장 급진적인 풍경으로 채워지는, 하늘 아래 가장 안전한 영화들이다. 정 반대 지점에서,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바로 그 기존의 권력이 당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주체라고 설명함으로써 더할 수 없이 위험하고 불온한 영화가 된다. 영화를 그저 두 시간짜리 유흥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런 불온함은 불쾌한 낭비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세상은 정말 그리 끔찍하게 굴러간다. 이 영화는 다만 그걸 살짝 엿보았을 뿐이다. 허지웅 (한겨레 '허지웅의 극장뎐')





덧글
백승민 2009/07/29 11:00 # 삭제 답글
전 예전에 기억은 잘 안나지만 호러타임즈에서 쓰셨던 영화 속의 나오는 폭력에 관대해지고 싶다는 글을 보았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저도 그 이야기에 상당수 동감합니다. 전 영화 속에서 금시시되어 있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습니다. 대신 그런 소재를 가지고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야겠지요.. 저한텐 인사이드가 그런 영화였습니다...KITE 2009/07/29 11:01 # 삭제 답글
최근에 본 영화 중 동영상 스킵을 안 하면서 본 유일한 영화군요.불쾌감으로만 따지면 생애 다섯 손가락안에 꼽을 만한 영화입니다.
그 중 제일 불쾌한 부분은 이 전체의 비극을 주인공의 자업자득으로 몰아간다는 점입니다.
행인9 2009/07/29 11:20 # 답글
지극히 개인적인 종교적 성찰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고통속에 던지지 못하고연약한 개인을 통해 이루려는 이기적인 욕심에 참...
이준님 2009/07/29 12:14 # 답글
마지막에 "고급차"가 나오는 장면만해도 불쾌 만빵이더군요. 차라리 "무지한 민중"이라면 모를까.근데 말이지 2009/07/29 15:14 # 삭제 답글
허지웅은 왜 미드 24 잭 바우어를 좋아하지? 평소 허당 진보 지웅이 펼치는 세계관에 부합하지 않는 캐릭터인데 말이야.근데 말이지 2009/07/29 15:23 # 삭제
궁금한게 또 하나 있는데 한화데이즈는 김승연 회장 한화 사보인가? 그리고 불량문화 연재하는 일간 스포츠는 중앙일보 계열사인가? 돈 때문에 이런데도 기고하느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물어본다.근데 말이지 2009/07/29 17:08 # 삭제
아 궁금한게 또 하나 생각나네. 맨날 아웃사이더니 비주류니 보통 사람들과 다르니 하면서 블로그 공개해서 사람들 끌어모으고 오프라인 모임도 열고 하는 이유가 뭔지??? 비주류를 앞세운 마케팅인가?어쩌라고 2009/07/29 17:48 # 삭제
오지랖 한번 넓다 ㅋㅋㅋㅋ 허지웅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는 안궁금하냐독자 2009/07/29 19:17 # 삭제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1. 허지웅씨가 쓴 24와 잭바우어 관련한 글 보시면 아실 겁니다.
2. 한겨레와 시사인 칼럼은 괜찮고 일간스포츠는 문제다... 일간스포츠 칼럼들의 주제들을 쭉 보시면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요.
3. 저번에 5만명 히트 때 딱 한 번한 오프 모임 말인가?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죠?
아 진짜 허지웅씨로 살기 짜증날 듯.
근데 말이지 2009/07/30 14:12 # 삭제
어쩌라고/숟가락 개수는 안 궁금하고 돈 얼마 버는지가 궁금하다. 포지션만 좀 다르지 공병호와 비슷한 밥벌이를 하는 허당 지웅은 얼마나 돈 버는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요즘에는 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얘기 안 하는지도 궁금하고. 재미있던데.
독자 /
1. 봐도 모르겠음. 국가주의의 화신 잭 바우어랑 진보랑 매치가 되지 않아서.
2. 한화나 중앙에 글 쓰는게 뭔 대수냐?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이 말씀이신지.
그래서 허당 지웅은 자기 글을 악의적으로 도용한 동아일보 (http://ozzyz.egloos.com/949832)에 칼럼을 썼나보군요(http://www.donga.com/e-county/sssboard/board.php?tcode=03006).
3. 내가 알기론 다른 정모도 있는데, 그리고 블로그를 통한 자기 홍보는 왜 거론하지 않는지,,,.
궁금해서 물어 봤더니 본인은 묵묵부답이고 허빠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니 참,....
땡칠아 2009/07/30 18:44 # 삭제
근데말이지/덕분에 그곳에 올려진 지웅님 글들 정말 잘 읽었네요 .고마워요.
KJC 2009/08/10 01:56 # 삭제
이런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 명줄도 또 길어.
기생충 같은 놈아, 아직도 안 뒈졌냐?
,
라던 말은 바로 '근데 말이지'님 같은 님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군요.
그 말이 드디어 주인을 찾은 것 같아 흐뭇한 기분입니다. ^^
『한군』 2009/07/29 19:18 # 답글
"기존의 권력이 당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주체라고 설명함", 호러영화(이 영화가 과연 호러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약간 의문이긴 합니다만, 어쨌든)를 두고 이런 뻔한 평을 하는 건, 평소의 리뷰에 비해 좀 나이브해 보이네요.지나가는 사람 2009/07/30 23:09 # 삭제 답글
/ 근데 말이지저도 궁금한데요. 허지웅씨 팬도 아니고 안지 얼마알지도 않았는데 글을 재밌게 쓰셔서 들어오고있습니다.
근데 팬이 진짜 많은가봐요..
개인적으로 (영화평론은 더 잘하시는 분들이 많은거같고 ,ex> 이동진씨같은, 진보라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에는 별로 진보적인 활동을 하시는거같지도 않고 ex> 이런쪽으로 따지면 한윤형씨(아흐리만) 같은분이 더 오래하셨고 허지웅씨보다는 글도 그렇고 다른면으로도 괜찮은것같은데... 대체 인기의 비결은.....???)
외모적인 문제인가...역시 대한민국은...
이글 보시고 기분나쁘셨을분들에게는 사과드립니다. 저도 궁금했던 걸 '근데 말이지' 님이 질문하셔서 헛소리를 썼습니다. 지웅님께서 속시원하게 답변해주셨으면 하네요.
dakdoo 2009/07/30 23:23 #
공감하기 굉장히 어려운 데요. 개인적으로 허지웅씨 리뷰가 가장 사심이 들어가지 않고 핵심을 짚는다고 생각하고요. 글의 깊이도 마찬가지고. 전 이동진씨 리뷰를 좋아하거나 챙겨보는 사람 거의 못 봤습니다. 저는 물론이고요. 네이버에 계약돼있으니 노출빈도가 많아 많이 보는 것 같지만요. 이동진씨 리뷰 보면 인상만 있지 뭔 이야기를 하는 건지 거의 대부분 동의하기 어렵고요. 한윤형씨 같은 분도 마찬가지죠. 허지웅씨와 한윤형씨는 분야부터가 다르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한윤형씨나 기타 비슷하게 분류될만한 다른 분들은 고지식한 어른들 흉내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데 그 부분은 개개인의 판단의 영역이니 논외로 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장의 깊이 면에서 둘을 비교하는 건 웃음이 나올 정도로 무리라고 생각합니다.정확히 뭘 모르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본격 비교하는 질문을 허지웅씨 본인에게 하는 것도 좀 웃기고요.
염진수 2009/07/30 23:27 # 삭제
요즘 따라 이 블로그에 예의를 가장한 무례한들이 자주 눈에 띄네요. 아마 이 블로그에 고질적으로 악플다시는 분들이 전략을 수정하신 것 같은데요.저는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분이 예로 든 사람들보다 허지웅씨가 열배 정도는 뛰어나다고 봅니다. 윗 분께서 말씀하신 글쓰기 전략이나 문장의 깊이를 제외하고서라도 말입니다. 그만큼 허지웅씨보다 더 나이도 많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하면서 허지웅씨와 비교를 시도하는 무례한 짓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하고 싶지 않군요.
loose 2009/07/30 23:32 # 삭제
저는 허지웅씨 팬은 아니지만 그가 글쓰기의 탁월한 전략가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의 진심 같은 건 제가 어떻게 알아볼 수 없겠지만 최소한 어떤 목적에 맞는 특화된 글쓰기에 있어서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쓸 것인가가 굉장히 궁금합니다.개인적으로 참 특이하게 생각하는 점은 네이버 인물검색을 보니 학과도 엉뚱하고 일류 대학도 아니던데요. 학벌이나 인맥에 연연하지 않고 혼자 이렇게 일어선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블로그에 다는 첫번째 덧글이 이런 거라 허지웅씨께는 죄송. 그냥 계속 눈팅이나 할 걸;;;
roseK 2009/07/30 23:36 # 삭제
언급하신 사람들보다 허지웅씨 글이 비교할 수 없이 좋은데요, 제가 문장 패티쉬가 있어서 그런걸까... 님의 생각과 다르면 이상한 건가요?측은 2009/07/30 23:53 # 삭제
지나가는사람/ 글 쟁이가 글 팔아서 먹고 살면 얼마나 많이 벌 수 있다고 이렇게 집적대는 사람들이 많은지. 참 측은하다.레위 2009/07/31 00:26 # 삭제 답글
검은색 자동차들이 밀려들 때의 불쾌함의 정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지나가는 사람 2009/08/01 00:26 # 삭제 답글
믿지 않을실지도 모르겠지만 댓글을 처음달고요, 상당히 놀랐는데요. 이렇게 많은분들이 정말로 허지웅씨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괜한 소리했던것은 사과드리지요.하지만 댓글중에서 사실파악이 잘안된것들에 대해서는 다시 댓글을 씁니다.
/dakdoo 사람마다 글을 보는 기준같은것은 다르니까요. 한윤형씨같은분들에 대해서도 논외로 칩니다. 근데
저는 한윤형씨나 이동진씨와 허지웅씨를 비교한것에 대한 질문을 올린게 아니라 '근데 말이지' 님이
질문하신 3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허지웅씨께 부탁드린것입니다. 나머지부분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측은 돈에 관한 질문은 하지도 않았고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비판할부분은 비판받 아야된다는게 옳다고 봅니다. 제가 했던 비교는 쓰레기같은것이었지만 '근데 말이지' 님이 했던말 (포지션만 다르지 공병호)와 하셨던 3가지 질문은 그렇게 뭉뚱그려서 말할정도로 가치없는것 같지는 않은데요. 저같은것은
팬으로도 보기도 싫겠지만 저도 허지웅씨에게 애정을 가지고 블로그도 들어오는사람입니다. 저 정도는 질문해도 가능할것 같은데요. 허지웅씨께서 시간이 나시면 간단히라도 답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이런글로 처음으로 리플을 달게되서 씁쓸하네요. 이 밑으로 댓글을 달지는 않을겁니다. 블로그를 더럽힌점 허지웅씨께도 사과드립니다.
ozzyz 2009/08/01 00:50 #
1. <하우스>를 좋아한다는 게 저와 하우스라는 캐릭터의 가치관이 같아야 한다는 전제를 강제하지는 않지요.2.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매체의 성격에 맞추어 바뀌거나 바뀔 것을 강요당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일간스포츠의 경우, 데스크를 거치지 않겠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3. 블로그 정모는 한 번 뿐이었습니다. 다른 정모는 호러타임즈(호러영화 커뮤니티고, 거기 운영자였습니다)에 관계된 것이었지요.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정모를 굳이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한다고 해서 비판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답변이 되셨는지. 개인적으로 ‘근데말이지’님 덧글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그런 게 진심으로 궁금한 건지는 의문스러웠고요.
지나가는 사람 2009/08/01 01:13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바로는 댓글 잘 안다시는 것(달아도 비밀글로)같았는데 이렇게 바로 답변을 해주시니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헤비스 2009/08/01 15:47 # 삭제 답글
올 여름의 시작은 드래그 미투 헬 그리고 블러디 발렌타인마터스로 끝을 내겠군요.
앞서 두 편 모두 좋았는데 <마터스>야 말로 정점일 듯.
근데 고어나 슬래셔 보다 뼈와 살이 전혀 분리되지 않더라도 가령
<검은 물 밑에서>같은 오컬트 영화가 더 불편함을 주더라고요.
케잌만드는사람 2009/08/07 21:33 # 삭제 답글
뭐 재밌는 영화 볼것 없을까 할 때 가끔 한번씩 들르곤 하는데,답글들을 쭈욱 읽어보다가 문득 남기고싶은 말이 있어졌습니다.
그냥 흥미를 가지고 읽으면 될일이지 이것으로 남이 얼마버나에대해서까지 궁금한건 왜일까.
그게 궁금해지는군요.
세상에나. 저도 그냥 읽고 가면 되는데 이렇게 답글을 남기고 마는군요.
참 열성인 사람들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