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PD의 신작 <트리플>이 의외로 막장 소리를 듣고 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집, 홍대 카페에나 있을 법한 소품들, 엉뚱한 듯 무심하고 속 깊은 대사, 땅에 발붙이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캐릭터. 모든 게 <커피 프린스 1호점>과 별 반 다를 게 없는데 싫다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띤다. 이윤정 PD의 드라마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겉보기로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런데 왜.
문제라고 언급되는 건 소위 막장 코드다. 씨 다른 동생이 오빠를 사랑하고, 가정이 있는 오빠는 그런 동생 앞에 마음이 흔들린다. 친구는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다. 마음속으로만 애틋한 게 아니라 집까지 찾아가 육탄공세를 펼친다. 설상가상 아내 또한 남편의 친구에게 종종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트리플>이 그런 막장 코드를 된장적인 감수성으로 포장해 그저 있어 보이려고 노력할 뿐이라 지적한다.
드라마라는 게 새끼를 낳아서 새끼들끼리 번식을 시키든, 죽은 줄 알았는데 멀쩡히 살아나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난장을 피우든, 개인적으로는 별 문제가 아니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심정이다. 남들도 그렇다. 대개 성공적인 막장 트렌드 드라마의 경우, 잘 나가는 작가의 저력은 그런데서 빛을 발한다. 말이 안 되도 말이 된다 우기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불편한 소재 따윈 문제가 아니다. 불편한 소재를 향한 시청자의 욕지기가 이야기 속 특정 캐릭터를 겨냥하게 만들면서 복수극의 플롯을 차용한다. 그럼 만사가 편하다. 그게 욕해가면서도 속이 후련하다며 끝을 보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의 원리다.
<트리플>에는 막장 드라마의 막장 코드들이 있다. 그러나 <트리플>은 성공적인 막장 드라마의 틀을 좇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애초 욕망도 의도도 전혀 다르다. 이건 통쾌한 복수극이 아니라 나이를 초월한 개인들의 성장담이다. 욕을 먹는 진짜 문제가 여기 있다. 막장 코드를 멋져 보이는 공기로 포장해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포장할 생각이 없기에 욕을 먹는다. 현실에서 드문 풍경이되 절대 다수가 선망하는 무언가는 판타지가 될 수 있다. 현실에서 드물어도 결코 선망하지 않는 건 판타지가 될 수 없다. <트리플>은 이야기 속 인간관계의 갈등이 증오 혹은 복수로 번져 파국을 만들어내며 옆집 부부싸움적으로 발전하는 것보다, 그 모든 걸 끝내 이겨내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몇 번씩 언급되는 이제 그만 관둘래, 라는 대사는 포기가 아니라 감수하고 짊어지겠다는 의지의 강조다.
하루하루 화제가 되고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 주기에, <트리플>은 적합한 텍스트라 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들이 문제를 감내하고 짊어져 조용히 성장해나가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라면, <트리플>은 자기 목적을 충실히 실현해나가고 있는 좋은 드라마라 할만하다. 그런 고집을 끝까지 고수했으면 좋겠다. 허지웅 (일간스포츠 '허지웅의 불량문화')




덧글
가로등거미 2009/07/20 13:33 # 답글
아쉬워요. <커프>만큼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2009/07/20 16:4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눈팅1년차 2009/07/20 17:00 # 삭제 답글
전 재밌던데 ㅎㅎ..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단팥빵 2009/07/20 17:32 # 답글
커피프린스 때에 비해 인기가 없긴 하구나 느끼는 게... 오챠드 마마가 커피프린스의 촬영지라고 소문이 나자 관광객들로 연일 문전성시였던 반면, 트리플 촬영지인 에뚜와(여길 기미테라고 불렀었는데..ㅎㅎ)는 참 조용해요. 지나가다가 촬영하는 것도 한 번 봤는데, 그때도 참 조용했어요.막장인가? 2009/07/20 21:31 # 삭제 답글
막장으로 보이는 코드들이 있어보이긴 하지만 과연 막장인지는 의문입니다.드라마 속의 "그들"은 흔들리는 마음만큼 고민하고 갈등하기 때문입니다...
답답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오히려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 기분을 알 것 같아서 말입니다.
독자 2009/07/21 00:42 # 삭제
글을 읽어보고 덧글을 다셨으면 좋겠네요.2009/07/21 02:02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지나가던행인 2009/07/21 04:13 # 삭제 답글
이겨내고 짊어지고 성장하는 건 좋은데, 그러기에 그들의 생활이 좀 아니꼽다 싶을 만큼 느긋하고 여유롭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1人..-_-ㅋ미스티 2009/07/21 06:53 # 삭제 답글
다른건 다 차치하고라도 작가자체가 태백산맥 베낀 안하무인이라;;;논란있고 나서 이름 가명으로 바꾸고 곧장 컴백
무엇보다 그런 외피에 비해 속알맹이가 없어요. 허세스럽고
이윤정피디는 태릉선수촌때가 가장 좋았어요.
오해의 부분 2009/07/21 16:14 # 삭제
작가는 커피 프린스 때부터 '이정아' 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원래 드라마 작가중에 이선미 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계셔서...
외피에 비해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에 동감합니다.
그들이 성숙해가고 있다는건 알겠지만...
충실하게 바탕을 깔아주지 못해서, 왜? 왜? 왜? 하면서 보다가 아! 하는 드라마라면...
65분은 내내 인상을 쓰다가 잠깐 아! 하게 되는거죠.
그리고 그 아! 도 예전만큼 깊지 않은...
전 이윤정피디가 떨리는 가슴 때 좋았어요.
hardboiled 2009/07/21 11:01 # 답글
의미상 씨가 다른 동생이기는 하나, 씨 다른 동생이 아니라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한 때 호적상 동생이었던 적이 있는, 지금은 전혀 문서상으로도 깨끗한 동생이지요.빼먹지 않고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인지라 올리신 글 보고 달려왔습니다.
참, ozzyz님 엄청나게 오랜만입니다, 그려.
dd 2009/07/21 20:52 # 삭제 답글
막장드라마를 이렇게 포장해주는 것도
허지웅님의 능력이라면 능력이군요
어찌보면 고도의 까일지도..
수요 2009/07/21 21:58 # 삭제 답글
윤정 PD의 능력은 확실히 좋은데 이선미 작가가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너무 약해요..음.. 2009/07/22 00:17 # 삭제 답글
글쎄요 모든 주인공들이 자기 하고싶은대로 하다보니 이리저리 막장이되어버리는 드라마 아닙니까.남의 행복을 깨면서까지 자기 욕심을 채우려하고, 약속을 껌뱉듯 저버리고
성숙.. 글쎄요 오히려 퇴행하는 것 같네요
연출은 오로지 허세로 일관하는데다
진행도 막무가내더군요
이 드라마 첫주에 참 좋았는데 볼수록 실망의 연속입니다
지나가다가 씁니다 2009/07/22 09:35 # 삭제 답글
이윤정피디가 그림은 참 이쁘게 뽑아내는데 문제는 스토리가 별로... 커프때를 답습하는 기분한마루 2009/07/23 21:43 # 삭제 답글
친구 배우자 좋아하는 건 <거침없이 하이킥>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아, 여기선 둘이 이혼 안했나? <시티홀> 보다가 합류하려니 영 감이 안 잡히네 -.-나그네 2009/07/23 22:03 # 삭제 답글
트리플에 관한 글을 구상만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아약 2009/07/25 03:04 # 삭제 답글
어떻게 기자랍시고 네티즌보다 안목이 이리도 떨어지는지.네티즌들이 쓴 글이 훨씬 잘 보고 제대로 보고 있구만.
성숙과 이기심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한 번 잘 따져보시길...
정말 성장을 보여주고자 함인지...
허지웅이이거볼려나 2009/08/03 13:50 # 삭제 답글
"현실에서 드문 풍경이되 절대 다수가 선망하는 무언가는 판타지가 될 수 있다. 현실에서 드물어도 결코 선망하지 않는 건 판타지가 될 수 없다."난 이거에 동의하지 않는데.
허지웅도 포르노 많이 보니 알거야. 일본어로 네로라레, 영어로는 forceful witness 같은 소재를.
그러니깐 자기 여친/마누라가 다른 남자랑 XX하는 걸 지켜본다는 내용인데
그 동네 어디를 가도 이런게 "재밌다"라고 하는 사람은 못 봤거든
막상 말하는 거 보면 전부 역겹다고 하지.
근데 웃긴 건 저런 소재가 오래전부터 엄청 쓰였다는 거야. 소설이고 어디고.
난 이게 트리플과 비슷하다고 봐.
현실에서 드물고 아무도 선망하지 않는데 판타지가 되는 거지.
비슷한 예로 SF에서 핵전쟁이나 인종학살 나서 전부 죽이고 강간하고 하는 묵시록적 풍경을 묘사하는 작품이 많지. 굳이 말 안 해도 알거야.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도 마지막 배 두척이 서로 폭파 스위치 누를 것인가 고민하는 장면에서
누르기를 바랬다...이런 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 거 쓰고 읽는 사람들은 확실히 드물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런 디스토피아를 선망한다고도 볼 수 없어.
근데 그게 판타지가 아닐까? 난 맞다고 보는데.
오히려 '금기'라는 부정적인 감정과 사랑, 성욕, 액션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혼란스러워질때의 순간이 오히려 쾌감을 주는 거라고.
근친상간이든 네토라레든 종말론적 SF든.
그런 점에서 트리플은 그런 매니아적 취향을 노린 드라마가 맞고
사회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막장 드라마가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