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밝은 방에 서 있는데 모처의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아니 왜 이리 원고마감이 늦어지냐고. 30분 내로 보내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다. 30분 내로 원고를 보낸 뒤 내가 너를 죽이겠다고 큰 소리를 빵 치고 전화를 끊자마자 잠에 들었다. 공터가 있고 한 가운데 집이 있었다. 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형편없이 낡고 너덜거리는, 다 벗겨져 드러난 회벽에 창틀도 없이 그냥 창문 모양으로 뚫려있는 사방의 구멍과 묘하게 긴 소파가 눈에 띠는 곳이었다. 소파만은 낡지 않았고 선명하게 빨간 색이다. 거기 앉으면 정면의 구멍을 통해 공터가 다 보였다. 구멍이 직사각형이라 흡사 극장 같았고 그래서 거기 앉아 밖을 보는 용도로 쓰이나 보다 싶었다.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공터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두 무리의 커플이 보였다. 뭔가 충격적이고 에로틱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달이 뜰 것 마냥 강력하고 당연한 확신이 들었다.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다. 느닷없이 집 안에 사람들이 많아졌고 기억이 온전치 못한 뭔가를 겪은 이후 잠에서 깼다. 아직 밖이 밝았다. 침대 겸 소파에 그대로 누워 조금 더 잘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맞은 편 창문 밖으로 코끝이 둥글고 살이 찐 누군가의 얼굴 반쪽이 보였다. 반 지하 방을 들여다보느라 허리를 잔뜩 숙이고 있었다. 옆집 아이인가 싶었는데 낯선 아저씨다. 어디서 어떻게 온 건지 알 수 없게 원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갑자기 한 쪽 팔을 창살 사이로 들이 밀었고 나는 깜짝놀라 벌떡 일어났다. 팔이 점점 길어져 몸에 거의 닿게 되었다. 토끼처럼 팔짝팔짝 뛰며 그 팔을 무언가로 막 때렸다. 그러다 잠에서 다시 깨었다. 가위 눌렸을 때의 익숙한 기분이라 다시 잠들지 말아야 한다며 오른 손으로 뺨을 여러 번 내리쳤다. 그래도 여전히 눈꺼풀이 무겁고 자꾸 감겼다. 어렵게 일어서서 춤을 추는 듯이 움직여 보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피곤해 선채로 잠에 들것 같았다. 그러다 정말 푹, 쓰러졌고 나는 다시 잠에서 깼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고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꿈이었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 그런데 아직 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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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7/11 00:5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납작이 2009/07/11 00:57 # 삭제 답글

    과제 열심히 낼게요. 가위 눌리지 마세요.
  • 독자 2009/07/11 01:00 # 삭제 답글

    어제 독자와의 만남때도 굉장히 피곤해보이시더니, 전형적인 과로증세네요.

    덕분에 어제 많이 웃고 즐거웠습니다. 몸 좀 챙기세요.
  • purple 2009/07/11 01:15 # 답글

    가위 눌렸을 때의 익숙한 기분이라는 말에서
    꿈을 자주 꾸고 잘 기억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 수 있네요. ㅎ

    여름감기 예방 접종하신 듯.
  • 새벽 2009/07/11 02:39 # 삭제 답글

    왠지 판타스틱4에 쭉쭉늘어나는 고무손이 생각났어요.ㅠㅅㅠ 자야하는데 좀 무섭다.
  • 박지원 2009/07/11 03:03 # 삭제 답글

    몸보신이 절실합니다.
  • 쥬느 2009/07/11 03:14 # 삭제 답글

    뭐가 꿈인지 현실인지 글로 봐선 도통 모르겠네요
  • oldboy 2009/07/11 04:41 # 삭제 답글

    허지웅님과 그냥 아무 대화없이 소주나 한 잔 나누고 싶네요.
  • 로렐라인 2009/07/11 05:31 # 삭제 답글

    저도 금요일 최규석-허지웅 독자와의 만남에 갔었는데..

    처음 카페에 들어오셨을 때 당장 쓰러질 것처럼 엄청나게 피곤해보였는데 행사 시작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가 주인공인 자리다보니 분위기를 재미있게 해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느껴져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그런 친구 있으면 좋을텐데;;;;

    사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위에 자랑했어요 :)
  • 모과 2009/07/11 05:55 # 삭제 답글

    나도 요즘 다른 사람의 손이 보이는 가위에 종종 눌린다.
    우리 함께 개를 먹으러 가자꾸나.
  • 2009/07/11 08:2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streaming 2009/07/11 10:59 # 답글

    읽다보니 메탈리카 master of Puppets가 생각나네요 ㅎㅎ
    지웅님 요번 여름은 열대야가 길다고 합니다. 생체리듬조절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습작 2009/07/11 17:02 # 답글

    개라도 좀 드세요.
    힘내세요 지웅사마
  • 2009/07/11 21:23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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