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스포츠 영화의 전례를 나열하기란 힘든 일이다. 국가주의 경쟁이나 극기를 통한 개인의 승리를 다루는 스포츠 영화는 곧잘 유치하고 편협하다. 그런 영화들은 하나 같이 금메달 색깔이 문제가 아니라 칭얼거리지만, 그저 관객의 눈물샘을 건드리기 위한 구색일 뿐 정작 승리를 향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우가 드물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하나는 흥행하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대박이 났다. 그러나 둘 다 좋은 스포츠 영화의 조건을 증명해냈다. 승리를 해도 좋고 하지 못해도 좋다. 다만 승리하지 못한 것이 비극이 되지 않는 플롯, 더불어 중력을 거스르는 스포츠의 고됨 위에 개인 삶의 진중함을 담아내는 이야기야 말로 최소한의 조건이다. 바로 그래서, 잘 만든 스포츠 영화를 보면 곧잘 눈물이 동한다.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킹콩을 들다>는 여자역도를 다룬다. 기획성이 강하되 신선한 소재다. 장미란이라는 아이콘이 환기시킨 대중의 관심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기시감 위에 모아보겠다는 취지다. 좋은 전략이다. 영화가 좋았다면 말이다. <킹콩을 들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착한 심성에 호소하는, 착한 영화다. 궁핍하거나 오해받는 아이들이 있고, 그런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코치가 있다. 코치는 스포츠를 동원해 아이들을 구제한다. 그러나 상영시간의 3할을 꼬박 채우는 울음바다를 지켜보고 있으면, 이 영화의 주된 관심이 그토록 논하고 있는 아이들과 역도의 문제인지, 혹은 그저 관객을 울리는 데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진다.
요컨대, <킹콩을 들다>는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영리하지 못한 신파극에 가깝다. 이 가상의 이야기는 오로지 관객의 눈물만을 위해 존재한다. 소기의 목적을 위해 다른 무엇이든 희생시킬 수 있다. 눈물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위악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눈물을 위해 아이들을 패고, 눈물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눈물을 위해 아이들을 끊임없이 울리고, 또 그 모든 눈물이 더욱 효과적이기 위해 중간 중간 공식에 짜 맞추어진 웃음을 제공한다. 차라리 온전한 실화라면 눈물을 위해 합리를 배제하는 서사 앞에 할 말이라도 없다. 그러나 실상 ‘2000년 전국체전에서의 극적인 승리’라는 초중반의 소재만 제외하면 캐릭터와 사건 모두 가상의 이야기다.
세상에는 정말 이런 영화들이 있다.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필요도 없는 불우함을 기획하고 나열한다. 눈물을 위해서만 존재하기에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따위는 고려치 않는 가상의 불우함이다. 그렇게 새까만 애들을 쥐어 패 후려쳐가며 이런데도 울지 않는다면 넌 정말 사람도 아니야, 식으로 관객의 인간 됨됨이에 호소한다. 많은 이들이 그 앞에 순간적인 연민을 품는다. 순간의 연민이 영화 자체의 순전한 완성도와 종종 혼동되고 그것을 옹호하게 만들기에, 이런 영화들은 꾸준히 기획되고 만들어진다.
보는 내내 당황스러웠을 소수의 냉소적인 관객만 제외하면, 어쩌면 만든 사람이나 우는 사람 모두를 고루 만족시키는 윈-윈 눈물 파티일지 모른다. 이제와 영화는 그냥 오락이다. 불우함의 이유 없는 낭비고 뭐고, 어찌됐든 관객은 2시간 동안 잘 웃고 잘 울었다. 그리 스트레스를 풀면서 하물며 휴머니티를 핑계 삼을 수 있다. 감동의 이름으로 가슴이 터질 듯 충만해진 ‘인간적인’ 사람들에게, 이 모든 건 ‘인간적이지 않은’ 사람의 쓸데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허지웅 (<일간스포츠> ‘허지웅의 불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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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을 들다_나를 들었다 놓다. 2009/07/07 09:25 #
월요일이라 그런지 극장가는 너무나 한적했다. 이렇게 좋은 영화에 관객이 8명이라는게 너무 아쉽기만 했다. "킹콩을 들다"를 보고 나오는 순간 억수같이 내리는 빗줄기에 왠지 오늘 이 영화 '킹콩을 들다'를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급한 맘에 이 느낌을 남기기 위해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쓴다. 창 밖 넘어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과연 역도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영화를 풀어나갈까? 킹콩을 들다를 보기 전에 많이 궁금했지만, ...... more
'킹콩을 들다.', 스승의 무게가 느껴지는 영화 2009/07/11 22:53 #
* 우선 제가 실수로 다음 view에 송고할 때, '영화'란이 아닌 'tv,드라마'란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거슬렸을 분들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영화 '킹콩을 들다'를 보고 왔다. 항상 영화를 보고 나면 드는 궁금증에 하나는 이것이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역시나마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 평들이다. 전체적인 평점은 높아보이는데, 의견은 극과 극일 경우를 많이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향이 그런 것일까? '최고',...... more
킹콩을 들다 (2009) 2009/07/12 23:54 #
지난 토요일 영화 한편 보고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를 본것 같습니다. 아마도 극장에서 영화보면서 눈물을 흘려본적이 상당히 오래 된것 같은데. 이 영화는 눈물을 흘리게 하더군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아마도 감정이 매마른 사람이 아니고는 대부분 눈물이 났을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말이고 연소자관람가라서 그런지 어린이들도 좀 많긴 했습니다. 대략 1/5 정도는 미성년자였던것 같아요. ...... more




덧글
소년교주 2009/07/06 13:08 # 삭제 답글
글쎄요. 저는 <킹콩을 들다>가 '눈물'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말씀하신 <천하장사 마돈나>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스포츠 영화로의 성취감이나 영화적 완성도가 갖춰지진 않았지만 나름 자신만의 소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외계소년 2009/07/06 13:47 # 삭제 답글
지웅님 말씀은 [킹콩을 들다]가 '눈물만을 위한 영화'라는 요지가 아니라, 눈물과 감동을 위해 '기획'으로 만든 포장되어진 영화 느낌이라는거지요. 스포츠 영화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그런 영화류에 식상한 사람들이 보았을때는 "이건 좀 아니다." 할 수 있다는거죠.소년교주 2009/07/08 00:33 # 삭제
지웅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표현을 사용한 건 아니구요. 외계소년님께서는 뭉뚱그리셨지만 분명히 제가 가리키고 있는 포인트는 '눈물'입니다. 부수적인 어떤 것도 취할 수 있겠지만 결국 눈물과 감동을 위해 '기획'으로 만든 포장되어진 영화의 느낌이라는 거니까요. 그런 굴레를 씌우기엔 이 영화는 썩 괜찮은 영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물론 그런 의도로 쓰인 글은 아니겠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지웅님이 하고픈 말씀의 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영화가 오락으로 전락하는 건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언급될 사항으로는 좀 부적당한 것 같습니다. 이왕 거론하실 거라면 조금 더 넓은 범위가 타당하겠지요.
키세츠 2009/07/06 15:20 # 답글
식상함을 눈물로 메우고자 했을지도......약 2% 정도는 볼 생각이 있었는데, 허소녀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약 1% 정도로 더 감소되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streaming 2009/07/06 15:23 # 답글
허지웅님 '눈물을 위해 합리를 배제하는 서사'란 표현은 어떤 원리로 가능하신가요? 아.. 강의를 듣지 못한 후회가 밀려옵니다...이악물기 2009/07/06 15:27 # 답글
호오..joydvzon 2009/07/06 16:10 # 답글
좋기만 하던데 왜그래... ㅋㅋㅋ (나 이 영화 알바임)놀고있넹 2009/07/06 18:01 # 삭제 답글
찌라시 스포츠 신문에 상업영화를 소재 삼아 영화 평론도 아닌 자기 감상문 글 쓰는 주제에 뭐 그리 까탈을 부리는지.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잠시나마 울어 보겠다는데 왜 시비야.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지.지나가다 2009/07/06 18:13 # 삭제
그럼 허기자 칼럼 들어가는 시사인이랑 한겨레이랑 그 밖에 다른데도 찌라시냐?요즘 다들 몸사리는데 이렇게 노골적인 명예훼손 오랜만에 봄. 꼭 신고하시길.
독자 2009/07/06 18:16 # 삭제
놀고있넹/ 이런 글이 자기 감상문이라면 제발 저 글쓰는 법좀 알려주세요.평론 글을 읽어보긴 한 사람인지...
박가 2009/07/06 18:21 # 삭제
놀고있넹/ 논리를 들어 말씀하세요. 이 영화 옹호하는 분들은 그런 인신공격 빼면 할 말이 없는건가요?허지웅씨에게 '영화감상문'이라니... 참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꼭 알고 싶네요.
나드 2009/07/06 18:39 # 삭제
알바님하 예서까지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네이버 가셈..무비조이 2009/07/06 20:12 # 삭제
휴우 우선 숨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전 별로 겁을 안내기에 한마디 드리겠습니다.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다 느낀 점이 틀리고.. 생각하는 것이 다 틀린법 아닙니까?
그리고 이 직업을 밥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마추어적인 관점이 아닌 분명 보통 사람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영화평을 적는 것은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울어보겠다는 것도 숨어서 비겁하게 욕하는 당신의 자유이듯이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글로 나타내는 것도 글 쓴 사람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뭐가 도대체 이 글에서 문제인거죠?
저 같으면 이럴 시간에 자신이 더 노력해서 허지웅 기자를 뛰어넘어보겠습니다. 뭐^^ 가끔은 노력해도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죽어라 하면 잘하면 가능도 할 겁니다^^
Pumpkins=) 2009/07/06 22:45 # 삭제
놀고 있넹님이 개념없이 말을 막하신건 사실이지만 저 말이 명예훼손이 되지는 않을거에요.^^명예훼손은 http://ozzyz.egloos.com/4161596 이 글에 달린 덧글 중 로오나에 대한 험담이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는 거에요 :)
chaos 2009/07/06 22:48 # 삭제
Pumpkins=)/ 명예훼손에 대한 개념이 잘못된 것 같으신데 저 정도 표현에 허지웅 기자 본인이 불쾌함을 느꼈다면 얼마든지 고소 가능합니다.그나저나 요즘 허기자만한 글 쓰는 사람도 드물고 영화 관람 선택에 있어서 영향력 있는 사람도 없고, 요번 부천영화제 심사위원도 보던데 그런 사람에게 저렇게 '영화 감상문'이 어쩌고 할 정도면 정말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너무 궁금하긴 하네요. 로그인으로 덧글 남겼으면 좋았을텐데...
다좋은데 2009/07/08 03:53 # 삭제
지금 정부나 당나라당으로부터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운운 협박이 얼마나 우리들을 향해 밑도 끝도 없이쏟아지고 있는지를 안다면, 비록 진정한 악플러에 가까운 자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런 저주의 법치운운
개그는 하지 말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건 명예훼손에 속할 정도도 아니고.
다크 우먼 2009/07/16 15:16 # 삭제
성형수술이 필요해 엉뚱한 곳에서 열폭하는 폭탄 여성에겐 정신과보다는 성형외과를,감당하기 힘든 폭탄들의 애인이자 고소를 원하는 꼰대들에겐 고소를.
ㅋㅋ 2009/07/06 18:23 # 삭제 답글
영리하지못한 신파극딱 제가 하고싶은 말이네요
최고는 아니지만 좋은영화였습니다^^
adish 2009/07/06 18:34 # 삭제 답글
아직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하긴 어렵네요. 조만간 볼 예정인데 염두하고 봐야겠습니다.2009/07/06 19:51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박지영 2009/07/06 20:52 # 삭제 답글
악인의 설정에 과한 측면이 있지만, 많은 부분 진정성을 담고 있었던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애들을 패는 장면.. 하나도 슬프지 않았죠.. 오히려 좀 뜨악해서 불편했습니다. 그건 마찬가지죠.. 몇몇 에피소드들도 과한 설정인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극장에서 관객들 눈물 좀 훔쳐가자는 심뽀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싶네요.제가 정말 눈물이 났던건.. 소녀들과 선생님의 아름다운 진정성이 세속적인 인물들에 의해 심하게 훼손당하는 것에 대한 울분 때문이었네요. 단순한 물리적 폭력에 대한 분노가 아닌, 진정성을 외면하는 저열한 군상들의 행태가 몹시도 화나고 슬펐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것도 분명하고요.
영화가 담백하지 않아 점잖은 분들의 입맛을 거슬리게 할 것은 분명히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진정성마저 너무 무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베리배드씽 2009/07/08 16:07 # 답글
풋풋한 예전 여고생들에 대한 묘사는 재밌었어요. 약간 우생순< 죽은 시인의 사회 인 듯.독자 2009/07/09 17:44 # 삭제 답글
허지웅씨는 3M흥업 최광희씨와 같으면서도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군요.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는 신파극이라고 평가한 점은 동일(제목도 비슷)하나 우생순을 좋은 스포츠 영화로 본 것은 최광희씨와 입장이 다르네요.ozzyz 2009/07/09 17:48 #
그게 누구.... ?kisa 2009/07/10 00:08 # 답글
저는 슬픈 이유가 꼭 "슬픔"에 있지 않았고 "행복의 상실"에 있다고 봤기 때문에 참 좋았어요. 고통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그들이 나눈 행복에 더 초점을 맞춘 듯했거든요.개인의 고뇌와 대처(해결은 안 나니까)에 대해선 <천하장사 마돈나>가, 사람 사이의 웃음과 울음에 대해서는 <킹콩을 들다>가 참 좋았다고 봅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재미나게 보긴 했는데 중간중간 우와 멋지고 우와 잘했다 싶었지만 가슴 먹먹히 남는 건 오히려 적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