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남 도밍고

공짜표가 생겨서 엄마 손잡고 플라시도 도밍고 공연에 다녀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도 꽤 가고 싶었던 모양인데 3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생색 효도의 장을 양보할 만큼 속 깊은 형이 아니라 조금 미안했다. 공연이 시작한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 주위를 쏘다니며 어깨를 툭툭 건드려 나도 모르게 이단 옆차기를 할 뻔 했으나 내복을 입은 관계로 다리가 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 꾹 눌러 참았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목소리는 내가 뭘 알겠냐만 참으로 훌륭했다. 그러니까, 정말 깜짝 놀랐다. 도밍고 데려오느라 공연장 사운드 시설에는 대충 집에서 쓰던 컴퓨터 스피커 가져다 끼워 넣었는지 음이 퍼지지 않고 정수리 방향으로만 좁게 들려와 내심 답답했는데, 도밍고의 목소리는 시설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홀로 능히 저 공간을 진동시켰던 것이다. 함께 공연한 소프라노 이지영은 초반에 높은 음에서 조금 불안했던 것만 빼면 좋았다. 그런데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에 가려 빛이 조금 바랬다는 느낌이다. 캐서린은 얼굴도 예쁘지만 몸매가 정말 미친 듯이 훌륭해서 이것이야 말로 과연 가슴으로 짜낸 목소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고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져 예의망실 관객들을 인내하는 일따위 그러거나 말거나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도밍고마저 캐서린이랑 부를 때는 한 번 쓰다듬을 거 두 번 만지고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굳이 끈적하게 포옹하며 시선을 떼지 않는 남미 정력남의 모습을 보이다가 이지영에게 만큼은 냉정하게 각잡힌 프로의 자세를 유지해 거장도 남자는 남자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문득 캐서린의 몸매와 도밍고의 차별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으나, 공부하러 들어갔던 아들이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 왼손에 크리넥스 티슈 두 장을 겹쳐 들은 채 엄마 고추가 아파, 하는 현장을 발견하는 것 마냥 슬퍼하실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공연 막바지에 도밍고와 이지영과 캐서린이 함께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엄마가 어깨를 들썩이며 너무 좋아해서 내가 다 고마웠다. 공연이 끝나고 올림픽공원역으로 내려가는데 엄마가 눈자위를 부비는 걸 보았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눈물이 나셨다고. 그래서 너무 추워서 그런가 왜 눈물이 나냐고 물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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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1/14 02:0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oldboy 2009/01/14 02:05 # 삭제 답글

    도밍고가 왜 Katherine Jenkins 를 꼭 안아주고 싶었는지 알만하네요.
  • sang 2009/01/14 02:08 # 삭제 답글

    너무 웃기쟎아요;

    그죠. 거장이라고 뭐 별수...
  • hy 2009/01/14 02:20 # 답글

    역시 거장도 남자군요.
  • 김작가 2009/01/14 02:24 # 답글

    원래 거장이란 존나 남자만이 이룰 수 있는 영역. 특히 성악쪽 거장은 목젖이 꼬추라는 속설이 있지.
  • Saga 2009/01/14 19:49 #

    일본어에서는 실제로 목젖을 목고추のどちんこ라고 합니다. (먼산)
  • ㄲㄲㄲ 2009/01/14 20:07 # 삭제

    빵 터짐
  • 연상호 2009/01/14 03:16 # 삭제 답글

    효잘세..효자야..
  • winnie 2009/01/14 08:49 # 답글

    가슴으로 짜낸 목소리-_-
  • 키세츠 2009/01/14 09:06 # 답글

    왠지 소라 아오이가 음반을 하나 내줘야 될 것 같아요. 그녀의 가슴으로 짜낸 거기....아니, 목소리를 듣고 싶네요. 데뷔음반 타이틀곡은 "야메떼구다사이"

    ..........이게 아닌데.
  • KillinS 2009/01/14 09:31 # 답글

    저희 어머니도 이마트 이벤트로 이거 가실"뻔" 했는데 농락만 당하고 공연장 앞에서 발길을 돌리셨다는....
    전화하니까 진짜 들뜬 목소리로 자랑하시던데...
    공연은 좋았었군요...
  • sopranocho 2009/01/14 10:23 # 답글

    와 그 공연을 무료로? 전 볼려다가 가격도 가격이지만 올림픽공원에서 한단말듣고....당장 취소...
    역시 밍고오라버니 죽지 않았군요~!!
  • 꿈의대화 2009/01/14 10:47 # 답글

    궁금해서 캐서린 검색해 봤더니 어이쿠야^^;; 게다가 동갑이라니;;
  • 보헤미안 허지웅 2009/01/14 12:55 # 삭제 답글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보헤미안 보이 허지웅도 다른 유명인처럼 대한민국의 효자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다니(보헤미안 십계명을 혹시 잊어 버린건가?), 역시 한국은 진정한 보헤미안들이 살기 힘든 사회인가? 아니면 허지웅이 보헤미안인척 하며 살아가는 것인가?

    일반인은 비싼 가격(12/18/25만원)을 지불하면서 들어가는 공연장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건 그가 영화잡지사 기자이기 때문에 홍보가치가 있어서인가? 기자나 칼럼리스트들은 영화나 공연을 무료로 보는게 과연 합당할까? 차라리 일반인처럼 제 값 내고 본후 냉철하게 비평하는게 떳떳하지 않을까? 비용이 부담된다면 차라리 원고료를 높여달라고 요구하는게 더 멋있는 태도가 아닐까?
  • ozzyz 2009/01/14 13:00 #

    나는 효도도 하면 안되는구나,,.,. (털썩)

    표는 도밍고 공연에 고용되서 현장 사진찍는 작가님이 10장 할당받은 걸 주위 지인들에 돌린 거야. 관심가져줘서 고마워.
  • ㅋㅋㅋ 2009/01/14 13:35 # 삭제

    미치겠다 ㅎㅎㅎ

    요즘 악플때문에 인증받은 회원한테만 댓글받는 블로그 많던데

    이런 찌질한 놈들 댓글도 다 받아주는 허지웅씨가 그저 대단할 뿐..
  • 보헤미안 허지웅 2009/01/14 15:27 # 삭제

    허지웅은 자신을 보헤미안이라고 생각하나?

    그럼 기자들은 다른 영화나 공연도 제 값내고 보나? 아니면 시사회라는 형식을 빌려 공짜로 보나?
  • 하아.. 2009/01/15 00:20 # 삭제

    뭐, 이건 대꾸할 가치도 못 느끼겠거만..
    억울하면 기자하던가. 뭔가 있는 척 주장하더니 결국은 찌질로 결말처리.
    그게 댁 수준이겠지만.
    그리고 보헤미안은 효자하면 안되나? 이건 또 어느 나라에서 굴러온 병맛나는 뻘플이야?
  • 헤비스 2009/01/14 13:12 # 삭제 답글

    후기 넘 유쾌한데요. ㅎㅎ 저도 캐서린 젠킨스을 검색해 봤는데
    음.. 핫 디바군요.
  • 2009/01/14 15:13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1/14 23:06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박지원 2009/01/14 23:38 # 삭제 답글

    방금 '캐서린 젠키스' 검색했어요. 와.. 예쁘구나..^^;
  • oldboy 2009/01/15 00:24 # 삭제 답글

    끝내는 캐서린 성장기(A Girl From Neath)도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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