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수능이 끝난 후 부쩍 학생들로부터 오는 편지가 늘었다. 하루 평균 10통씩은 오는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고 슬픈 건 글에서 보이는 성향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어려운 데, 어떻게든 글 쓰고 싶고 어떻게든 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 내가 아마 그런 사람인가 보다. 오늘, 마음으로 쓴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썼는데 대다수의 경우 같은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 옮긴다. 내가 이런 충고를 해줄만한 위치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는다. 소개해줄만한 좋은 선배들이 한 무더기다. 만약 당신들 나이의 나였다면 결코 나 같은 사람에게 충고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답장일 뿐이다.

쉽게 쓴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답장을 씁니다.

저도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명동 거리 같은 데에 가면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쓰고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쓰지 않고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면, 꿈을 버리지 마세요. 진학 후에도 얼마든지 언론 쪽으로 방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 때까지 제가 글로 먹고 살 줄 몰랐습니다.

부디 꿈을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전에 우선 글 쓰는 일에 대해 확신을 갖길 바랍니다. 그 전에 먼저 자신에 대해 냉정해지길 바랍니다. 그 전에 앞서 자신의 재능을 믿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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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울바람의 생각 2009/01/02 12:40 #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어려운 데, 어떻게든 글 쓰고 싶고 어떻게든 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 내가 아마 그런 사람인가 보다. _ 허지웅... more

덧글

  • 2008/12/29 20:4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leopord 2008/12/29 20:46 # 답글

    당신은 단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의 오늘 이 말은 그냥 넘길 수가 없네요. 감사합니다.
  • 버러지 2008/12/29 21:20 # 삭제 답글

    다른 사람의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흔치는 않겠죠. 예비마초, 자부심을 가져요~_~ -蟲-
  • 박지원 2008/12/29 23:52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 사이다 2008/12/30 00:09 # 삭제 답글

    자신에 대해 냉정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까지 삼십년은 걸린 것 같네요.. ㅋ
  • 2008/12/30 01:0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진사야 2008/12/30 11:05 # 삭제 답글

    '부디 꿈을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전에 우선 글 쓰는 일에 대해 확신을 갖길 바랍니다. 그 전에 먼저 자신에 대해 냉정해지길 바랍니다. 그 전에 앞서 자신의 재능을 믿길 바랍니다.'

    아, 기자님 고맙습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군요. 네, 꿈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 20살 2008/12/30 14:23 # 삭제 답글

    가슴에 콕 박힙니다. 감사:)
  • 진보& 글쟁이 2008/12/31 12:17 # 삭제 답글

    글을 쓴다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쓰고 싶으면 쓰면 되는 일을. 블로그에 쓰든 일기장에 쓰든 누가 뭐라 하나? 기자가 된다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하다못해 블로거기자라는 희한한 기자도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진짜 글쟁이 혹은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몸과 마음만 고생하고 인정도 잘 받지 못하는 생업은 하기 싫고 상대적으로 편하게 글 쓰면서 남들 인정도 받는 화려해 보이는 중앙지 글쟁이, 기자를 꿈꾸는건 아닌가?

    진보가 멋질 수 있을까? 머릿 속으로는 진보를 생각하고 말로는 진보를 외치며 글로는 진보를 역설하지만 현실에 묶인 몸은 보수일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말 멋지게 진보활동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멋진 진보활동을 할 수 있다면 왜 기존 자본친화적인 잡지를 뛰쳐나와 잘 안 팔리는 진보 성향의 잡지를 만들지 못하지? 궁색해 보이는건 쿨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인가?
  • 제피 2008/12/31 15:08 # 답글

    저도 글 쓰는 게 꿈이에요. 마지막에서 두 번째 문단, 가슴 깊이 감동하고 갑니다.
  • 2008/12/31 17:59 # 삭제 답글

    고맙습니다 그런데 냉정하기란 쉽지 않네요
  • 예영 2009/01/03 02:18 # 삭제 답글

    좋은 말씀입니다. 꿈을 버리면 아무것도 되질 않아요. 꿈을 계속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009/01/04 00:59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1/05 23:57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추봉섭 2009/01/06 08:07 # 삭제 답글

    참 다정하십니다.

    자기 주변 여고생에게까지 남자로 보이려는 어떤 종자랑은 좀 다르시군요..
    뭐, 그 종자야 그 주변 여자들이 모두 발칙(?)한 면이 좀 있다지만..., 자기보다 사회적으로나 어떤 면에서나 '약자'다 싶은 여자들만, 돕는 척 실상은 등처먹는 그 종자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 종자는 결국, 그 중 가장 악랄한 여자의 종처럼 살아간다는. 푸핫!~ ^^
  • 이름 2009/01/06 20:53 # 삭제

    무지하게 웃기십니다. ㅋㅋㅋ

    그 종자에게 뭐 섭섭한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그 종자의 팔자까지 꿰고 있으니까 너무 웃기네요.

    너무 웃겨가지고 개인적으로 그 얘기 좀 알고 싶어서요.
    혹시 이 댓글 보시면 밑에 사연 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

  • 추봉섭 2009/01/12 05:33 # 삭제

    이름 / 남의 사생활 신경끄고, 니 일이나 잘하시죠?

    세상엔 별 희귀한 종류의 사람이 다있다지만, 팔자를 언제 뀄다고...
    팔자를 뀄다는 의미조차 이해못하고 마치 남의 사생활 관련 블로그를 해킹한 뒤 그에 대해 반성은 커녕 되레 화를 내며, 악의적으로 해코지나 해대는 듯한 인상의 댓글은 또 뭡니까.

    하여튼, 니 일이나 잘 하십쇼.
    저러니 욕이나 먹지..-_-
  • 2009/01/06 08:15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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