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들어진 둘리를 보았다. 바뀐 타이틀 음악은 가사만 빼면 괜찮다. 바뀐 둘리 목소리는 들을수록 좋다. 굳이 처음 이야기부터 훑지 않고 주요 인물들이 모두 배치된 상황에서 시작하는 건 훌륭한 선택이다. 전반적으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고수해야 할지 아는, 영리한 기획이라는 생각.
그러거나 말거나, 둘리 이야기는 베스트가 되기에 언제나 조금 모자라다는 생각이다. 애초 이 유사가족을 가능케한 것은 철수, 영희의 힘이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어느 순간 이들의 존재감이 흐릿해진다. 이야기 속에서 이 어린 중간자들의 역할이 사라지거나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고길동과 둘리 일행 사이의 관계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변질되고 만다. 굳이 이어갈 필연이 사라진 관계임에도 서로 헐뜯고 미워하면서, 그렇게 끈질기게 이어간다. 흡사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이고 진행을 위한 진행이며 갈등을 위한 갈등이 아닌가, 싶어진다. 나는 합리가 사라진 이 집주인-능력 없는 세입자 관계가 둘리 텍스트의 가장 큰 약점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오랜만에 보니 고길동은 과연 생불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악마가 나온다. 누구 닮았다. 악마가 주문을 외울 때 항상 어리수 어리수, 하는데 이게 자꾸 아리수, 아리수 들린다. 급기야 나중에는 둘리 일행이 악마를 앞에 두고 뜬금없이 쥐를 잡자 쥐를 잡자, 게임을 한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지만원 식으로 말하자면, 이건 체제 전복 의도가 짙게 깔려있는 대중예술 전략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십자가에도 끄덕없고 말이야. 남산에서 뭘 뿌린다고?





덧글
체리캔디 2008/12/26 16:17 # 답글
생불 ㅋㅋㅋㅋ 이번에 방송된 것만 보면, 길동씨 정말 생불이지요 ㅎㅎ조금 심술궂긴 해도 저런 (속썩이는) 군식구들 데리고 사는 걸 보면 말이죠 ^^;
대마왕 2008/12/26 17:07 # 삭제 답글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차피 작품성 이런건 고려하지 않으니까요.기획 의도도 사실 신규층을 겨냥하기 보다는 어린시절 추억에 빠져들 수 있는 연령대를 고려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런지요. 그런 이유로 너무 어린층만을 대상으로 한 그런 류의 애니메이션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검투사 2008/12/26 17:13 # 답글
<둘리에 대한 오마주>에서... 결국 그 생불은 자기가 거둬먹인 군식구 중 하나에게 등쳐먹히고 결국 미쳐버리셨죠. =_=;도우너가 NASA와 접촉하여 타임코스모스를 팔아먹기 전에 Man In Black이 와서 도우너를 잡아가는 게 순서 아닌지...(먼~산)
blitz고양이 2008/12/26 17:45 # 답글
정말 그런내용이 나오나요?그렇다면 꼭한번 봐야겠군요.
winnie 2008/12/26 21:48 # 답글
ㅋㅋ 아리수 절묘한데요?^^탁상 2008/12/26 22:17 # 답글
저도 보면서 mb 생각을 하긴했지만....해석도 사람하기 나름이니 -.,-
그냥 재미로 보고 넘기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비 2008/12/26 22:33 # 삭제 답글
엇 저만 그런걸 느낀건 아니었네요? :) 윗분 말처럼 생각하기 나름이지만요..ㅎㅎ어린시절의 그 둘리가 목소리는 바뀌긴 했지만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GATO 2008/12/27 02:04 # 답글
쥐잡는 노래 나올때 제작진들 잡혀가겠구나...했다능 ㅋㅋㅋ데렌 2008/12/27 12:14 # 삭제 답글
전 그냥 아리수~아리수~하는 줄 알았는데 원래 어리수~어리수~거린거였군요 ㅎㅎKaijer 2008/12/28 01:16 # 답글
상당히 재밌더군요. 여러의미로^^Oil Press 2011/08/15 17:14 # 삭제 답글
정말 그런내용이 나오나요?그렇다면 꼭한번 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