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라서 좋다며 내 이름을 팔아먹으면서 파렴치한 짓을 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분노해 쓰는 이야기. 아이고 아이고 눈물겹게 찌질한 사람들. 당신들이 생각하는 마초란 그냥 되게 추한 꼰대인거고. 진짜 마초라는 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마초가 되고 싶은 꼬맹이일 뿐이고. 마초라는 말을 입에 담고 싶다면 적어도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1) 부러 먼저 인사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아는 척을 할 땐 허리 굽혀 답례할 수 있는 아량.
2) 전쟁이 일어나 핵폭풍이 눈앞에 불어 닥치더라도 내 여자만큼은 솜털 하나 그을리게 하지 않겠다는, 미칠 듯 고색창연한 책임감.
3)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취했을 때 자빠져 자든지 집에 가든지 적확한 선택의 시점을 놓치지 않는 기민함.
4) 천박한 것이란 가장하는 것이고 솔직한 것이란 화장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지혜로움.
5) 형 동생을 계급이 아니라 시간을 공유해 마음을 섞을 친구로서 인식하는 공정함.
6) 아무리 큰 실연의 공포와 아픔이라도 꿋꿋하게 버티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다음 인연에게까지 영향을 드러내 보이지 않을 강인함.
7) 그것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매상황의 이해득실을 떠나 또렷하게 고수할 수 있는 자기 논리를 갖는 꼿꼿함.
8)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고 다만 분노해야 하는 순간에 분노할 줄 아는 화끈함.
9) 남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대립하더라도 그 두 가지를 정확히 평등한 시점에서 바라보며 따뜻하게 감싸주고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체온 실린 객관성.
10) 호돌이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 하얀색 긴 양말에 쓰레빠를 질질 끌고 청담동을 활보하더라도 주위 시선 아랑 곳 없이 의연할 수 있는 여유로움.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당신은 마초가 아니야. 마초는 무당파 당주급이라고. 그러니까 어디서 감히 마초 운운하지 말고 그냥 깐쵸나 판쵸우의라고 말해라. 아이고 쓰다 보니 정말 너무너무 마초가 되고 싶다.





덧글
2008/12/21 02:4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승 2008/12/21 02:52 # 답글
2번 좋네요.버러지 2008/12/21 03:20 # 삭제 답글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초론+_+ 종종 특강 부탁함돠. -蟲-그와중에 2008/12/21 08:37 # 답글
10번 좋네요.칸쵸나 판쵸우의 ㅋㅋㅋ
베리배드씽 2008/12/21 09:11 # 답글
마초가 저렇게 괜찮은 인간형이었군요. 제가 아는 일반적인 유형과는 거리가 있네요.7.8.9.가 특히 좋아요.
oosung 2008/12/21 10:18 # 답글
개인적인 '마초론'인데 꼭 마초론이라고 할 필요 있겠습니까.사회에서 통용되는 마초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까지 신경쓰지 않고
나는 좀 다른 마초라고 말하신다면 할말 없습니다만.
지나가다 2008/12/21 14:50 # 삭제 답글
6번에 가장 공감합니다.세상엔 실연의 상처를 다음 인연 만나는 것으로 팔아먹으려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것도 다 천박하다 할 수는 없지만, 개인 취향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는 중요하다 생각되더군요.
풋풋한 청춘도 아닌 바에야 상식적으로 나이 서른 넘어 사랑한번 안해본 사람있다면 뭔가 하자가 있을텐데, 과거의 사랑 들먹이는 사람, 옛 상처 끄집어내려하며 궁금해하는 사람, 정말 오물 같은 느낌..-_- 하여튼, 개인적으로 6번은 진짜 마초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생각되는 태도입니다. 그걸 넘어섰을 때 찌질이 소리 안듣는 거겠죠. 현재의 인연 앞에서 과거의 상처 어쩌고..질질 짜대면.. 안습.
sang 2008/12/21 19:46 # 삭제
어머 6번. 맞아요.인간관계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바람직한 태도이죠.
그런 것을 즐기는 무리들이 있더군요. 최악이에요.
물론 자신은 즐긴다고 하지 않겠지만 -_-
2008/12/21 20:01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조제 2008/12/21 20:15 # 삭제 답글
이런 '마초'는 처음 들어보는 개념인데,
이거 참
누가 이럴까 싶다는
지나가다 2008/12/23 23:44 # 삭제
딱 전데요?3번 빼고.
여자가 닮을 필욘 없을 것 같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영화 주인공 '조제'보다는 현실 존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사료됩니다.
p.s. 남이 쓰레빠 끌고 돌아다니는 거야 뭐라 할 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싫은 건 남이 밥 먹고 있는데 트름해대면서도 의연한 추하디 추한 꼰대들이나 남의 집 귀한 딸에게 막말해대는 아저씨들.
그런 아저씨들은 자기 딸이 똑같은 입장이 되어봐야 정신을 차릴 듯. 아니, 애당초 자기 자식이고 뭐고 없는 종자일테지만서도..........^^
bikbloger 2008/12/22 10:47 # 답글
아. 이 정도의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헤비스 2008/12/22 11:52 # 삭제 답글
10번에 쓰레빠란 삼색 줄 무늬 쓰레빠겠죠?ㅋ한단인 2008/12/22 19:25 # 답글
에이.. 그건 마초라고 규정하기 보다 '참멋'이잖아요.R 2008/12/22 22:05 # 삭제 답글
마초가 이런 사람이었나요? ㅎㅎ 7, 9번 좋네요 7, 9번!낭망백수 2008/12/23 01:09 # 답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보이는 모순 덩어리버들 2008/12/23 12:03 # 답글
이런 것이 마초였나요? ㅎㅎ 이게 마초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같은데용. ^^ 2번 9번 좋네요.Saga 2008/12/23 12:39 # 답글
원래 진짜 마초는 저런 거였죠. 방에다 붙여놓고 귀감으로 삼고 싶습니다. -_-bkaonic 2008/12/23 14:05 # 삭제 답글
어머나~ 마초가 이런거 였나요? 통용되는 마초와 다른 마초 같아요.Gony 2008/12/23 19:13 # 답글
근데 우리의 어린시절의 WWF의 마초맨은 진짜 저런 마초였을까?신따윈없어 2008/12/24 04:17 # 삭제 답글
그냥 허지웅님의 이상 같다는;;;;;그리고 저게 마초라면 나도......
예영 2008/12/24 06:53 # 삭제 답글
이런 마초가 진짜 마초라면 저도 꼭 마초가 되고 싶습니다. 호걸, 쾌남, 싸나이 중의 싸나이~ 그런 거군요.현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미의 마초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인 것 같습니다. 단어라는 게 참 미묘해요......
레오 2008/12/24 18:46 # 삭제 답글
난 금마초가 되고파jackass 2008/12/27 18:26 # 삭제 답글
현시창.ㄲㄲ류단 2008/12/29 14:11 # 삭제 답글
와..이글은 진정 토나오네요 ㅎㅎ라엘 2008/12/29 23:06 # 답글
전 사진이 좋네요. 부루스 윌리스 같은 아빠 있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cryingkid 2008/12/31 15:30 # 삭제 답글
언젠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지요,세상엔 순정 마쵸와 병신 마쵸가 있는데,
순정 마쵸는 지가 마쵸인 줄 너무나 잘 알고 행동하는 사람이고,
병신 마쵸는 지가 마쵸라는 걸 절대 모르는, 그래서 남자망신 다 시키는 사람이라는.
남자들이 대범하게(사실은 수줍게) 내보이고, 여자들이 기특한척(사실은 귀여워하며) 웃어넘기는 마쵸스러움이란 건 살면서 되게 필요한, 유용한 프레임같단 생각을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남자의 마쵸스러움은 상대 여자의 '승인' 아래서 빛이 난다고 생각하구요. 그걸 모르면 병신이 되기 십상이겠죠.
리 2009/02/12 03:50 # 삭제 답글
이건 좀 오그라드네요. 꽃보다 남자 12화 구준표의 대사를 보는 격..구준표라는 별 안에 금잔디라는 달이 있숴..
아무튼 좋은 뜻, 이상적 인간형임엔 공감합니다. ㅋ
낙타 2009/04/19 21:44 # 삭제 답글
이건 뭐 딱 헐리우드 캐릭터네.8번만 빼면 데리구 다닐만은 하겄다만...
8번 땜에 정치적 호구로 등신짓하다 생을 마감하겠군...
뚱뚱한팬더 2009/05/09 17:43 # 답글
아...감동먹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링크 겁니다~2009/06/26 19:03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