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영웅

얼마 전 <이웃사람>의 연재가 끝났다. 강풀은 마감 후유증을 채 털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영화 <순정만화>의 홍보활동에 투입됐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원작자로서의 심정적 부채감이 그렇게 만든다.

<이웃사람>을 포함한 모든 작품의 영화화 판권이 팔려나갔다. 그렇게 성공한 강풀의 모든 작품이 모두 ‘미디어 다음 만화 속 세상’을 통해 발표됐다.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 강풀을 영입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으나 헛수고였다. 첫 번째 장편 <순정만화>가 미디어다음에서 나왔으니 친정이란 마음이 없을 수 없다. 강풀은 “미디어다음이 작가를 상식적으로 대우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다못해 계약서를 쓰더라도 작가가 갑이고 미디어다음이 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식의 “상식적 대우”는 강풀이나 강도하 등, 지금의 만화 속 세상을 가능케 한 소수 작가들에게만 해당되는 특전이다. 9할의 작가들이 매우 적은 고료를 받아가며 그거라도 감지덕지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후배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강풀은 최선을 다했다. 고료를 올려 웹만화 진영 전반의 처우개선을 꾀해보기도 했다. 하다못해 연대파업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고료가 올라간 건 강풀뿐이었다. 어쨌든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강풀을 보면서 영웅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은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 영웅이 나타나면 단시간 동안 시스템이 바뀐다. 사람들은 혁명을 떠올리며 희망을 건다. 그러나 결국에 가선 영웅들만을 위한 시스템이 될 뿐,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시스템 따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과거의 시스템이 아주 작은 수정만으로 존속되고 유지돼 왔다. 역사가 대개, 그랬다.

영웅의 선의에서 비롯되는 정의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당장 악당이라 손가락 받을지언정, 당연한 정의가 당연한 곳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진짜 영웅의 역할이다. 강풀은 단 한 번도 영웅이 되고자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웹만화계를 바꿀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강풀일 것이다. 다행히 강풀은 자신을 세우기보다 주변 환경의 공정함에 민감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무엇을 바꾸어낼 수 있을까. 이쯤에서 적절한 배트맨의 한 마디. “영웅으로 죽든지, 악당으로 살아남던지.” 글_ 허지웅 (<시사인> '캐릭터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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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풀의 <이웃사람> 2008/12/01 03:28 #

    이제 26회다. 4회만 더 하면 이 만화도 끝난다. 좀 아쉽네. 요즘 이 만화 보는 맛이 장난 아니었는데... 강풀은 휴머니스트다. 그의 만화 속 인물들은 따뜻하다. 그렇지 않은 몇몇 인물들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 내고야 만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 담백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가끔 눈물을 흘리게도 한다. 은 그의 휴머니스트적 면모가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결말이 날 지는 아...... more

덧글

  • Nova_Mania 2008/11/23 18:56 # 답글

    세상은 영웅으로 죽도록 버려두지 않지요. 그를 악당으로 몰아세우며 자신들을 위안합니다. 비겁할지 몰라도 가장 현명한 선택일거에요.
  • 이분 2008/11/23 19:27 # 삭제 답글

    이분 볼때마다 같은 전라도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작품도 작품이고

    정치활동도 정치활동이고.


    하나 빠짐 없이

    우리의 정서를 녹여내는 분이죠


    건승을 부탁합니다
  • 사과타이거 2008/11/23 20:31 # 삭제

    같은 한국인이라는게 부끄럽습니다.
  • 초록불 2008/11/23 22:21 #

    요즘 이렇게 곳곳에 지역감정을 노리는 댓글을 다는 비로그인이 있더군요. 대체 누굴까요?
  • 미타민 2008/11/24 00:08 #

    아휴... 정말 좋은 글 읽고 한숨나오게 하는 댓글이네요.
  • 진짜 전라도 2008/11/24 22:15 # 삭제

    제가 다 부끄럽네요. 으이구!!
  • 강도영 2008/11/23 19:45 # 삭제 답글

    윗 댓글을 보고 글을 적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못알고 계시는게 있는데,
    저는 전라도출신이 아니에요.
    서울 중구 행당동에서 태어났고 한번도 서울 근교를 떠나본적이 없는 서울 토박이지요.
    26년이라는 제 만화때문에 많은 분들이 제가 전라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봐요.

    그냥 한국사람입니다.

    덧: 지웅씨. 언제 시간나면 가브리살이나 먹자구요.
  • ozzyz 2008/11/24 00:55 #

    :)
  • 에링 2008/11/24 19:23 #

    저도 행당동 사람입니다. 반갑네요.
  • 모과 2008/11/25 14:57 # 삭제

    저 댓글 원래 아무데나 다는 거임. 반응하지 마삼.
  • knocking 2008/11/25 19:19 #

    헛!! 강풀님에 모과님까지.. ㅎㄷㄷㄷㄷ
  • ozzyz 2008/11/25 23:46 #

    모과/ 외모로 안되니까 급기야 비뚤어졌구나.
  • 디나 2008/11/23 19:54 # 삭제 답글

    헉 진짜 강풀님 리플인가요 ㅎㅎㅎ
  • 피그말리온 2008/11/23 20:12 # 답글

    와우 작가 본인의 리플이라니.....ㅎㅎㅎ
  • 로메슈제 2008/11/23 20:31 # 답글

    와아, 작가 본인의 리플;;가브리살 제가 사드리고 싶네요.
  • 서울비 2008/11/23 20:58 # 삭제 답글

    ㅜㅜ 나도 가브리살!
  • ccoon 2008/11/23 22:16 # 삭제 답글

    이참에 가브리살 번개라도 한번 치심이...
  • 무무명명 2008/11/24 00:55 # 삭제 답글

    죽던지, 살아남던지가 아니라 죽든지, 살아남든지 아닌가요. 사람들이 자주 틀리네요 이거.
  • ozzyz 2008/11/24 00:56 #

    감사 :)
  • oldboy 2008/11/24 03:45 # 삭제 답글

    이웃사람 보는 재미로 다음에 들렀는데, 그 재미가 사라져서 허전합니다.
    이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쉽네요, 아쉬워요~
    얼른 다른 작품으로 뵐 수 있기를....
  • highenough 2008/11/24 10:16 # 답글

    (포스팅과 무관한 엉뚱한 덧글 달아서 죄송합니다만;;) 저도 가브리살!!
  • bikbloger 2008/11/24 11:39 # 답글

    "당연한 정의가 당연한 곳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진짜 영웅의 역할이다" 제가 할 수 있는 필드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실행해보고 있는 중인데... 오늘 아침 가슴에 딱 꽂히는 말이군요.
  • onda 2008/11/24 14:42 # 삭제 답글

    정말 강풀 작가 댓글인가요? 오옷~
  • 밀까리 2008/11/24 18:55 # 삭제 답글

    아~ 다크나이트 다시 보고 싶네효,,
    아이맥스관에서 보고 싶은데... -_-;
  • ozzyz 2008/11/24 20:21 #

    아마 히스 레저 1주기 즈음해서 한국에서도 아이맥스 재상영을 하지 않을까 싶군요.
  • 아톰뷔 2008/11/27 18:20 # 삭제 답글

    재상영..그날을 기다립니다
    강풀작가님.. 깨어있는 멋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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