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기억한다. 정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멀더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도피 길에 오른다. 멀더와 스컬리는 뉴멕시코의 어느 모텔에 몸을 숨겼다. 스컬리가 말했다. “진실이 모두 밝혀진 마당에, 이제는 무력감을 느껴요.” 멀더가 대답했다. “진실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이 남긴 것을 믿어야 해요. 아마, 아마도 희망이 있을 겁니다.” 둘은 따뜻하게 포옹했다. <엑스파일>은 그렇게 끝났다. 9년을 찾아 헤맨 진실의 무게감과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와, 나는 그것 참 서글프게도 엉엉 울었다.
멀더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왕따다. 괴짜다. 외골수다. 멀더를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는 건 언제나 그 자신이다. 진실을 찾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세상이 조작돼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만신창이로 짓이겨지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못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은폐되고 희석되고 포장된 세상의 진실이 공개되면, 그럼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 아무 생각 없이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 진실이란 것이야말로 좀체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가 아닐까. 아무도 당신의 진실을 아끼지 않아. 누구도 당신의 분노를 이해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냥 편해져. 폭스 멀더.
<엑스파일>의 두 번째 극장판 <나는 믿고 싶다>에서, 주름살이 또렷한 멀더는 여전히 진실을 쫓고 있다. 스컬리는 제발 철 좀 들으라고 말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멀더는 다시 한 번 고집을 부리고 누군가를 뒤쫓고 바닥을 구르고 피를 흘린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멀더는 어른이 되는 데 실패한 소년이다. 부조리를 세계의 본질로 받아들이는 세상의 어른들과 도무지 타협할 생각이 없다. 한 평생을 당위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자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피곤할 것이다. 피폐할 것이다. 어리석어 보이겠지. 한심해 보이겠지. 그래도 세상을 공정하다 착각하고 만족하는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멀더는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편해지라고 말하는 건 쉽다. 그렇게 살아나가는 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참 많이 고맙습니다. 이 땅 위에 오늘도 여전한, 숱한 멀더들에게. 허지웅 프리미어 기자 (<시사IN> '캐릭터 열전')






덧글
2071 2008/08/28 13:51 # 답글
등수 놀이 하는 분이 있네요 -_-마무리 2008/08/28 19:43 #
1.5등;ㅅ;
dd 2008/08/31 11:10 # 삭제
1.75등김팡고 2008/08/28 13:51 # 삭제 답글
그러게 말입니다.박지원 2008/08/28 15:55 # 삭제 답글
참... 잘 모르겠습니다. 뭐가 맞는건지...그렇게 진실이 밝혀지면 누군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진실을 위해 노력한다고 노력하는 나 또한 진실이 밝혀지면 행복해 질 수 있는건가..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고있는걸.
모두 다 행복해 질 수 없는건가. 모두가 행복해 할 수는 없는건가.
.... 고3 중간고사를 마치고 휴식하러 들렸다가
저 혼자 풀 수 없는 숙제를 또 한아름 안게된 한 소녀가....
한량 2008/08/28 18:34 # 삭제 답글
멀더를 응원합니다. 저도 어른이 되긴 글렀나봐요.소년교주 2008/08/28 18:59 # 삭제 답글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각기 다르다고 봐요.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거든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현실과 끊임없이 부딪치고 진실을 알아내고 하고 싶습니다. 그게 진정한 어른 아닐까요?
카루 2008/08/28 19:22 # 답글
저도 멀더를 응원합니다.라이프 2008/08/28 22:40 # 삭제 답글
저도 어른이 되는게 너무나 싫네요....어른이란 나이만 먹었다고 되는건 아니죠...나이로만 따지면 저도 이미 어른이지만....
점차 철이들면서 그들과 같이 변해가는 제가 두려워지네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열정하나로 나아가는 멀더의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가끔 너무 무모하긴 했지만...)
글 잘읽었네요^^ 세상의 멀더들을 위해..저역시 열심히 살아갈께요.
김마녀 2008/08/28 23:43 # 삭제 답글
짧지만 딱 느낌이 오는글이었어요..잘읽었습니다. 세상의 멀더들을 위해 현명한 스컬리가 되어 볼랍니다.김마녀 2008/08/28 23:44 # 삭제 답글
그리고 왼쪽에 있는 그림 심하게 맘에드네요 ㅋㅋ음 2008/08/29 01:28 # 삭제 답글
http://www.skepticalleft.com/bbs/tb.php/01_main_square/35433... 2008/08/29 07:48 # 삭제
이 링크에 있는 분들 뭐하시는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별로 읽을 가치는 없네요.논리로 반박하는 걸 넘어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이분들의 이상한 '합리성/이성 순결주의' 속에 진실이란 게 있다면 전 차라리 그냥 멀더를 믿겠습니다. 진실이든 아니든, 그에게 이성이 있든 없든 간에. 왜냐구요? 인간은 이성과 합리성만으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예 그래요. 이건 상상력의 문제입니다.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의 세상은 정말 무섭군요.
ㅋㅋ 2008/08/29 09:32 # 삭제
스켑티컬 제가 아주 싫어하는 사이트입니다.되게 합리적이고 냉철한 정통 우파인 척 하지만 알고보면 존니 허접 ㅋㅋㅋㅋ
게다가 연세도 꽤 잡순 양반들인데 죄다 성격이 조홀라 부정적이고 비뚤어져서 보고 있으면 짜증납니다.
웬만하면 나이값 좀 하지... 안쓰러움.
그나저나 전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모두 읽었는데,
전공도 이공계 쪽인데,
귀신은 분명히 있습니다.
삼풍백화점 무너지고 1주기되던 날, 그 자리에서 있었던 추모식을 보고
귀신은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멀더 눈에 보이는 것이 내 눈에 안 보인다고 무시하면 안 돼요...
ddd 2008/08/30 12:55 # 삭제
x파일 보면 비과학적 사고관에 세뇌되는건가? 드라마 한편가지고 존내 오버하네요.리차드 도킨스는 과학교 신자인듯..
dd 2008/08/31 11:14 # 삭제
잘못된 얘기 하나도 없구만. 허지웅씨가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끌어오는 것이 매우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그것이 미치광이 멀더와 오버랩되는 건 사실이잖아? 위의 바보들께서는 헛소리 하지 말고 정신 차리세요.dd 2008/08/31 11:15 # 삭제
귀신이 있다느니, 상상력이 없다느니, 과학교 신자라느니, 이건 뭐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 그딴 소리나 하고 있으니 광우병 괴담이 유포되지.JJ 2009/03/15 14:30 # 삭제 답글
올해는 스컬리 같은 여자분 만나 행복하게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