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투표하면, 바뀐다

2003년이었지 아마. 이명박 당시 서울 시장이 강북 뉴타운에 자립형사립고를 유치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일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되게 어리석다. 자사고 특목고가 지역 불균형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얕고 얇은 환상에 불과하다. 더 많은 경쟁과 서열화는 그보다 더 많은 불평등과 저열한 학생을 낳을 뿐이다. 물론 일부 선택받은 학생들에게는 더 좋은 ‘품질(모조리 상품화되는 공공성)’의 교육이 가능해질 테다.
이것이 척추다. 요컨대 교육서비스 개선을 가장한 교육환경 차별화 정책에는, 교육환경 그 자체를 부의 정도에 근거해 제도적으로 세습화시키려는 의도가 전제돼있다. 아이들은 우와 열로 나뉘어 미친 듯이 경쟁하는 동물로 사육될 것이다. 이렇게 사육된 아이들은 장차 귀족 학교를 다닌 아이들의 밑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연스레 착취당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민영화, 선진화 정책들이 다 마찬가지다. 분배되지 않는 부의 영속성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확립시키려 한다. 그렇게 안전하게 세습될만한 착취구조를 만들어내려 한다.

광장 위의 서로 다른 사람들은 별개의 서로 다른 생각들로 분노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쇠고기에, 누군가는 굴욕외교에, 누군가는 공공연한 폭력에, 누군가는 소통불가에, 또 누군가는 각종 민영화 정책에 분노했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도(우리는 애초 광장 집회가 교복 차림의 학생들에 의해 시작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어몰입교육과 특목고, 자사고, 0교시, 우열반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제의식은 적확했지만 눈과 귀를 닫은 정부는 도무지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고 아이고 많이들 지쳤다.

소통이 안 된다면 실력행사 하면 된다. 초입에 언급했듯이 2003년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자사고 설립을 자랑스레 공언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사고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위를 했나. 촛불을 들었나. 광장에 모였나. 아니다. 간단하다. 교육감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반대했기 때문에, 시장의 짧은 생각은 잠시나마 유보될 수 있었다. 교육감이 갖는 권한이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당장 대통령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자사고, 특목고 설립에 대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는 것이다.

7월 30일 수요일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 날이다.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다.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중이다. 입장구별은 참 쉽다. 공정택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과 그 궤를 함께하는 현 교육감이다. 주경복 후보는 부패와 사교육비, 무한경쟁교육을 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가 교육을 망칠 것이다”라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후져보여도 그 수밖에 없었을 거다. 이번 선거는 결국 정권 심판의 성격을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없는 표심이라도 구걸하려면 색깔공세를 통해 보수층의 집결을 호소해야 한다. 현 정부가 광장 위의 사람들을 좌익 빨갱이 세력으로 매도했던 것과 꼭 같다.

사실 결과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투표율이 높으면 주경복이 이긴다. 표가 모이면 모일수록 정권심판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언론 예상치대로 20퍼센트를 밑돌면 진보 보수 프레임에 휘둘린 표심에 공정택이 이긴다. 언제나 여전했던 15퍼센트 부동의 보수표가 있지 않나. 광장 정국 와중에도 이명박 정부의 가치관이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에 상처받을 사람들의 자조와 비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쩌면 대선이나 총선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 나는 최소한 광장에 한 번이라도 발을 들이밀고 구호를 외친 사람이라면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장에 가지 않았더라도 현 정부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면, 또한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힘이다. 시민이 시민일 수 있는 힘이다. 당신이 투표하면, 주경복이 이긴다. 당신이 투표하면, 이명박의 생각이 진다. 당신이 투표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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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어휴 2008/07/29 17:17 # 삭제 답글

    이해찬에게 안 낚였으니까 모르지
  • Vincent 2008/07/29 17:47 # 삭제 답글

    저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새벽같이 투표하고 출근하려구요...
  • 똘이대마왕 2008/07/29 17:51 # 삭제 답글

    인터넷에서만 떠들지 말고 투표하러 갑시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를 안해서 지금 우리가 이꼴을 당한다 생각하면서 투표하러갑시다.
  • 서상민 2008/07/29 17:58 # 삭제 답글

    내일 참여할려고 하는데 거주지가아니라 근처의 투표장소에서 해도 되나 모르겠군요.
  • erte 2008/07/29 18:02 # 삭제

    아마 선거인명부에 없으면 안될겁니다. 선거안내홍보물에 있는 곳에 가서 하셔야 될거에요.
  • jeonghoney 2008/07/29 18:42 # 삭제 답글

    언젠가 대학 총학생회 선거시 붙었던 대자보가 생각나네요. '투표를 한다고 해서 다른 미래가 되는 건 아니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같은 미래인 것은 분명하다.' 뭐 대충 저런 글이었는데... 좋은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모든 것이 확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좋은 후보가 되었으면 하네요. 당근 저도 낼 투표하러 갑니다. ^^
  • louis 2008/07/29 18:49 # 삭제 답글

    주소를 옮길까 했습니다만, 선거인명부가 나온 후 였습니다.
    부디.
  • 123 2008/07/29 21:15 # 삭제 답글

    어찌됐던 지금의 정치구조에서는 투표만이 가장 강력하게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겠지요.
    투표합시다. ^^
  • 케야르캐쳐 2008/07/29 21:16 # 답글

    기존에 없던 교육감 선거가 생긴이유가 그거죠.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혼자서도 꽤나 힘을 쓸수 있으니 정당성이 필요했거든요. 서울에 살진 않아 투표할 수 없지만 서울대의 입시안을 나머지 대학이 따르듯, 서울시의 교육정책이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을 막대하게 미칠거라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니 이번 투표에서 그나마 좀 희망있는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 흐음.. 2008/07/29 22:21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당선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어짜피 한나라당-민주당 싸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는데.. (그게 아니고 민노당-한나라당 구조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의 애들이 죽어가는 교육구조는 어쨌거나 DJ/노무현 정부에서 지난 10년간 만들어낸 희대의 괴작아닌가요. 점점더 사고능력은 사라지고, 암기능력의 극한을 추구하는 바보공장이 지금의 애들인데.. 이걸 생각하면 최소한 교육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시대보다 지금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거던요.

    전교조 >> 다른 교사라는 생각도 별로 안들고... 최근의 선생하겠다는 후배들보면 단순히 세상 만사 잊고 편하게 살아보자는 계열이 대세라고 생각되고...

    누굴 찍는게 더 나은지 도무지 오리무중입니다. 무식한 제게 뭔가 설명을 좀 해주세요.
  • -_- 2008/07/29 23:38 # 삭제

    선택이 어려우시면 자신이 조갑제와 생각이 같은가 같지 않은가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조갑제와 생각이 같다면 조갑제가 지지하는 후보를 찍으시고, 아니라면 조갑제가 절대 찍지 말라고 하는 후보를 찍으세요.
  • dotdot 2008/07/29 22:43 # 삭제 답글

    공부한답시고 학교 앞에 나와 살고 있는데(그래봤자 같은 서울 땅이건만;)
    내일 잠시 책 덮어두고 오랜만에 집에 갑니다. 교육감 투표하러.

    ps.위에 '흐음..'님 뭣도 아닌 전교조 프레임에 빠져서 허우적대시지 마세요ㅠ
  • 안경소녀교단 2008/07/29 23:05 # 답글

    저한테는 투표권이 있지만 인천 주민으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내일만큼은 서울 시민들의 의식과 양심을 믿어보겠습니다.
  • zz 2008/07/29 23:21 # 삭제 답글

    바뀔 것 같죠?

    안 바뀝니다.
  • -_- 2008/07/29 23:38 # 삭제

    우리나라 같이 후진 나라에서 대통령 직선제 안 될 것 같았죠? ㅋ
  • zz 2008/07/29 23:40 # 삭제

    그때 옹알이하고 있었죠?

    직선제가 뭔지는 알아요?
  • zz 2008/07/29 23:41 # 삭제

    직선제 좀 웃긴듯.

    너님은 노태우가 그렇게 좆았어요?

    씨발.
  • -_- 2008/07/30 00:14 # 삭제

    그래서 zz 님은 체육관에서 노태우가 당선되어야 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전 직선제가 되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 zz 2008/07/30 00:19 # 삭제

    휴우. 그래요 뒤로 한 걸음 옆으로 한걸음 나아갔죠.
  • ee 2008/07/30 09:07 # 삭제

    이런 애들은 보통 멜더스 정도 읽고 우주의 진리를 깨달은 딱 그 수준임.

  • vv 2008/07/30 11:58 # 삭제

    얌마 넌 맬서스라도 읽어봤어?
  • 애플 2008/07/31 13:48 # 삭제

    그러게요 바뀔것 같앗는데...
    안바뀌나봐요...
  • JOHN_DOE 2008/07/29 23:27 # 답글

    투표소 검색 안되는건 나만 그런거임?
  • 파인로 2008/07/29 23:34 # 답글

    안 바뀔 것 같죠?

    바뀝니다.
  • zz 2008/07/29 23:37 # 삭제

    투표권은 있냐?
  • 파인로 2008/07/29 23:58 #

    네 ^^

    근데 이글루스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투표권은 당연히 있는 거 아닌가요?
  • 2008/07/29 23: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rumic71 2008/07/29 23:41 # 삭제 답글

    -_- 님 직선제로 당선된 게 노태우였습니다.
  • asd 2008/07/29 23:59 # 삭제 답글

    후보들 꼴을 보니 별로 안 바뀔 거 같네요.
  • 淸年_D 2008/07/30 00:21 # 답글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 나온 사람이 정치색 드러내면서 지지 호소하는거 보니까 좀 웃겨서 ㅎㄷㄷ 교육자가 그런거 이용해서 뭔가 얻으려고 하면 자세가 잘못된거고 안되는거죠

    거기다가 그 교육감들 뽑아놔 봐야 내가 혜택 볼거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서 별 관심도 없지만, 투표하라고 해서 부재자로 투표 마쳤습니다. 정치색 보인 5명은 열외라 주경복따윈 아웃오브안중이네요
  • 淸年_D 2008/07/30 00:24 # 답글

    거기다가 1년 10개월짜리 교육감 뽑겠다고 세금 낭비하는거 보면 쌀이 아까움 ㅋ
  • 아저씨_D 2008/07/30 04:50 # 삭제

    너희 부모님께서도 너 꼬라지 보시면서 쌀이 아깝다는 생각 하실듯
  • ,,, 2008/07/31 14:49 # 삭제

    도몬 당신은 옛날부터 잘난척이 좀 심했어.
    근데 어깨 위에 들어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여러곳에서 욕만 먹고 다니잖니?
  • 위에. 2008/07/30 00:31 # 삭제 답글

    두번째 댓글은 니가 보기에도 좀 그렇잖니?
    어울리지도 않는 댓글을 이름 두개씩이나 써가며 남기니?
  • eversoul 2008/07/30 00:40 # 답글

    이번 투표. 그 결과가 정말 기대된다.
  • 팻보이 2008/07/30 02:42 # 답글

    서울 사는 분들은 제발 투표 좀 하시기를... 투표권 없다는 게 이렇게 안타까울 줄이야..
  • toRoad™ 2008/07/30 02:52 # 답글

    냉소라 쓰고 무관심이라 읽으며,
    한탕주의라 쓰고 투표거부라 읽는다.
  • eπi+1=0 2008/07/30 06:26 # 삭제 답글

    6번에 한표 던지고 왔습니다. 잠깐 나갔다 왔는데도 덥군요.
  • Minha 2008/07/30 09:52 # 답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야크트 2008/07/30 10:11 # 답글

    집에 8~9시나 되야 들어오는 관계로 아침에 투표했습니다.
  • 지나가던무명 2008/07/30 10:53 # 삭제 답글

    투표하고 왔음
    역시 육개장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
  • 김마녀 2008/07/30 11:11 # 삭제 답글

    정말이지..
    "광장 정국 와중에도 이명박 정부의 가치관이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에 상처받을 사람들의 자조와 비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상처받고 싶지않다.
    난 투표권이 없다 ㅡ.ㅠ
  • 풀업점퍼 2008/07/30 11:54 # 답글

    댓글 읽어보니 몇몇 별아별 바보들이 있네...

    아 그리고 이번에는 투표율이 낮을수록 주경복 후보에게 유리합니다.
    원래는 한나라당 쪽이 당연히 조직력이 좋은 건 맞는데.. 그쪽 성향 후보가 넷이라서 지원이 늦었죠.
    막판에 주경복 반대급부로 공정택 밀긴 했지만 좀 늦었죠.

    반면 반대 동네는 일치단결 주경복을 밀었으니 조직력이 역으로 앞섭니다.

    저는 전교조도 싫고 교총은 더 싫어서 5번 뽑았습니다만(기회주의자가 차라리 나을듯)
  • 스페이드A 2008/07/30 12:17 # 답글

    교6감 선거..서울분들께 부탁 드립니다
  • 솜폴 2008/07/31 01:09 # 삭제 답글

    (투표하고 온 사람으로서) 오늘이야말로 국개론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정말 입에서 욕이 튀어나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똥만 찬 것처럼 보여요...
  • ss 2008/07/31 01:43 # 삭제

    당신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분란이 일어나는 거요. 당신 머리에 든 똥은 생각 안 합니까.

    사람들이 다 바보라서 그렇게 투표한 것 같소? 당신보단 훨씬 나은 사람들이오. 왜냐하면 최소한 이렇게 주위 사람을 머릿속에 똥만 찼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오.
  • 애플 2008/07/31 08:24 # 삭제 답글

    하고왓는데 안바뀌더군요,....담부턴 걍 편하게 지낼라구요.... -_-;;
  • 라엘 2008/07/31 09:03 # 답글

    저도 했는데 안 바꼈어요. 허탈합니다.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한 것일까요.
  • 아슈 2008/07/31 14:22 # 답글

    이명박 대통령이 뽑혔을 때 3개월간 우울했고,
    촛불에 대처하는 저들의 자세와 촛불좀비 빨갱이새끼들 때려잡자는 주위 여러분+뭇 시민들 보면서 착잡했고
    이번에.... 허탈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바뀌는 걸까요? 바뀌긴 바뀌는 걸까요?
    저만 이상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 후훗 2008/07/31 16:56 # 삭제 답글

    바뀌지 않는다는거 알았으면 됐어..^^ 큰 자산이 될꺼야..ㅎㅎㅎㅎㅎㅎ
  • 김상사 2008/07/31 17:27 # 답글

    이념이 아니라 공약을 보고 뽑아야 하는데 말이죠.
    이미 교육감선거의 분위기가 이념선거가 되어버린 이상 희망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결국에는 이런 결과가 나왔네요.

    이 나라의 미래까지 잃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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