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대하여

- 매일 나갔다. 오늘도 나간다. 이젠 일종의 관성이 된 듯하다. 벌어지는 모든 걸 지켜보고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맞은 데 또 맞아도 괜찮다는 오기마저 생긴다. 사실 상처는 거의 아물었다. 두피만 조금 따끔거린다.

- 일전의 글로 김작가의 연행 사실이 많이 알려졌다. 김작가는 그 일로 여기저기 이름을 팔아먹고 있는데, 난 거기 일종의 지분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김작가는 내게 밥을 사야만 한다. 누군가 내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김작가가 뜬다고 제보했다. 이건 도무지 부당한 노릇이다. 김작가는 결코 나의 미모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관될래야 연관될 수 없는 관계다. 그는 이 사실 앞에 처연해야 마땅하다. 세상이 이토록 부조리하다.

-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요 며칠 사이의 광장 집회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이전까지 사람들을 광장에 불러 모은 힘은 타자(영웅)에 대한 연민이나 응원, 지지로 작동하는 것이었다. 그것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그랬다. 월드컵 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하고 노무현이 불쌍하고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에 분노해서 모였고, 환호했고, 한 목소리가 됐다. 여기에는 요컨대 대의, 라는 것이 전제돼 있었다. 지금의 광장 집회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위협과 그에 따른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 의 건강이 위협받고 내, 가 뽑아준 정부가 나, 를 무시하는데 따른 문제의식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사익이 보호될 수 있다는 해명과 확신이 없는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장점이다. 다만 이 집회는 대의를 공유하기 어렵다. 대의를 공유하기 힘들다는 것은 각자의 당위가 난무하고 분열이 조장되기 쉽다는 의미다. 이것이 단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는 이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 그 깃발 안 치워. 확성기 안 치워. 너희 프락치 아니야. 특정 깃발과 단체에 대한 욕설이 난무한다. 깃발은 이익단체화돼 사익으로 작동하는 개인의 증오를 사고 공분을 얻는다.

지금에 이르러, 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전경의 방패에 찍히고 머리카락을 붙들려 10미터 가량을 끌려가면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들은 모여 있어야 한다. 좌익 빨갱이든 보수 꼴통이든 반지하사는 사람이든 50층사는 사람이든 예비군복을 뒤집어쓴 마초든 그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든 간에 관계없이, 우리는 모여 있어야 한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단상 위에 올라가 나는 빨갱이가 아니고 공산당이 미워요, 외친다. 그 자리에 나는 좌익 빨갱이라고, 비명지르고 싶다. 비뚤어진 언론과 정부의 그릇된 언어를 고스란히 잡아 끌어와 우리 자신을 해명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왜 단상 위에 올라가 자진해서 사상검증을 해야 하나. 내가 좌익 빨갱이면 왜 안되는가. 내가 보수 꼴통이면 왜 안되는가. 우리는 하나가 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다만 이 아름다운 다수가 하나의 상징을 갖고 대의를 점유하기 위해선 공동의 바람을 추진할 지도부가 절실하다. 우리가 어떤 나라인가. 무려 항쟁씩이나 해놓고 도로 노태우 뽑은 나라다. 우리는 지금 혁명이냐 개선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나는 오늘 모일 수만 명이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길 기원한다. 뒤집자는 게 아니다. 청와대 행진은 그 사실만으로 의미와 상징을 갖는다. 경찰은 수 만명을 어찌할 수 없다. 사람이 많으면 매체가 있고 카메라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얄팍한 세속을 무기삼아, 우리는 가야한다. 머무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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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기 2008/05/31 15:33 # 답글

    비폭력, 평홪거인 시위를 주도하는 지도부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들의 눈에 그 지도부가 좌빨 배후세력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오늘 대규모 집회 잘 다녀오십시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 단팥빵 2008/05/31 15:34 # 답글

    지도부는 지금 필요를 넘어서 절실합니다. 더불어 홍보도. 어제만 해도 시청에서 집회가 열리는 줄 모르는 사람들 100여명이 청계광장에 모여, 오늘은 사람들이 왜 모이지 않을까? 하고있지 뭡니까. 그제는 비교적 뒤늦게 집회장소에 모여든 사람들은 가두행진을 시작한 줄도 모르고 시청에서 광화문으로 갔다가, 다시 시청으로 왔다가 우왕좌왕하기도 했습니다.
  • 거울 2008/05/31 15:46 # 답글

    각자의 당위는 달라도 최소한 목적은 동일해야 하는데, 지금은 목적 조차 동일하지 않다보니 청와대 까지의 행렬이 있다 한들, 시위라기 보다는 광장의 거대한 공간이동에 불과한 실정이지요. 시위대는 그 목적에 따라 분리되어야 할 걸로 봅니다. 그것을 해줄 지도부가 절실합니다.
  • 랑새 2008/05/31 16:01 # 답글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분노를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 동의합니다 : )
    규모가 커지고 행진이 거듭될 수록 지도부의 부재에 대해 안타까움과 염려가 함께 고민됩니다.
  • 참쉽죠 2008/05/31 16:15 # 삭제 답글

    오늘이야말로 허지웅씨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파인로 2008/05/31 16:23 # 답글

    "그는 이 사실 앞에 처연해야 마땅하다. 세상이 이토록 부조리하다."

    ozzyz 님 문체로 농담을 들으니까 맛이 또 색다르네요 :-)
  • 김현석 2008/05/31 17:00 # 삭제 답글

    나도 오늘 현장에 나가려 하는데, 우연히 마주칠지 모르겠네-
  • 이정환 2008/05/31 18:31 # 삭제 답글

    저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광우병 걸린 소를 수입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미국소는 수입해야 합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 짜증이 나는 건
    요새 촛불 시위자들이 마치 자신들이 5.18시대의 용자라도 되는양 착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위의 본질은 '먹을 것' '내 몸' '자기안위' 일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시위하는 건 정당한 일입니다.
    바라는 건 제발 자신들을 정의를 위한 투쟁자로 오버하지는 말자라는 것입니다.

    저는 요새 일어나는 소위 '분노' '투쟁' '시위' 에 참가하는 대부분이 군중심리에 의한 인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만약 진실로 그러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거 말고도 훨씬 더 부조리한 (예를 들면 티벳사태) 일들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 J H Lee 2008/05/31 20:40 #

    글쎄요... 미국소 문제는 미국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것을 독단으로 추진하려는 모습, 상위 소수만을 위한 정책, 언론 통제, 그리고 최근의 폭력 진압 상태가 맛물려 현 정권이 독재정권이라고 생각되는것은 제 착각일까요?
  • 권모씨 2008/05/31 21:12 #

    이정환씨? 눈을 좀더 크게 떠보시기 바랍니다. 집회에 나가는 우리들이, 소고기 하나로 "5.18용자. 4.19히어로"분위기를 낸다고 보신다면. 잘못보신겁니다. 대운하. 각종공기업의 민영화. 공약개무시. 후보자이력날조. 개같은 전년대비 예산안구조. 언론통제 및 헌정에 위배되는 불법진압. 등. 아~~~주 다양한 사안들이 얽혀있습니다. 소고기 하나라니요. 그리고 티벳이야기를 하시니 얼마전 쭝꿔폭력시위대가 떠오르는군요. 국민이 처맞아도 멀뚱히 바라만 보던 경찰들말이죠.
  • 2008/05/31 20:22 # 삭제 답글

    허지웅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 작은울림 2008/05/31 20:35 # 답글

    이정환 //
    티벳 사태는 다른 나라 일이지만
    댁이 말한 대로 - '먹을 것' '내 몸' '자기안위' - 가 우선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소고기 수입 문제는 눈 앞에 닥친 현실이죠.
    우선 순위를 따지면 어느게 더 부조리한 일이겠습니까 ?
  • 아셀 2008/05/31 20:43 # 답글

    그래도 어젯밤엔 다들 모였던 거 같아요.

    좌삘 빨갱이 소녀와 수구 꼴통 노친네가 어깨동무하고 한 목소리로 탄핵천국 명박지옥 외치는 모습까진 아니었긴 하지만요 ^^;
  • ㅁㄴㅇㄹ 2008/06/01 00:55 # 삭제 답글

    -ㅅ-;;;

    사람 존내 모였는데 속보하나 안내보내는 병진 공중파는 뭥미?
  • sang 2008/06/01 01:07 # 삭제 답글

    또 맞지는 마세요 ㅠ_ㅠ
  • 헤비스 2008/06/01 01:53 # 삭제 답글

    전 12시까지 경복궁에 있다가 지금 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 보니깐 살수차 쏘고 전경 총 동원 됐다고 하는데..
    부디 몸 조심하세요.
  • 홍준호 2008/06/01 02:41 # 답글

    전 ozzyz 님이 외모에 자신감을 표시하실 때가 가장 멋있으시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요즘 시위 풍경 엄청 살벌해졌던데....명바기 고향인 이 동네는 6월 4일 투표날 때문에 '다른 이유로' 시끄럽네요. 서울에선 경찰이 시민에게 소화기 뿌리고 살수차 쏘고 난리인데 말이죠..

    몸 조심 하세요.
    집권 4개월 만에 활짝 열린 지옥문....저도 찾아가서 닫고 싶습니다.
  • 미녹스 2008/06/01 03:21 # 삭제 답글

    지도부 필요 동감입니다.
    31일 집회 참석 했는데(8시~11시) 점점 불어나는 수 많은 군중 힘이 비해 지리멸렬한 것이 못내
    아쉬운 점.
  • 미코 2008/06/01 09:30 # 답글

    진중권 교수님이 연행 되었습니다.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제가 시위대에서 오지님 본 게
    3시 좀 넘어선 것 같은데
    전경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계셨고
    그 이후로 주변 분들과 함께 보이질 않으셔서
    오지님도 혹시나 걱정이 되네요.



  • 소녀팬 2008/06/01 10:29 # 삭제 답글

    두피관리 잘 하셔요.
    새벽에 멀찍이서 뵈었는데
    소녀팬으로서 그저 하악하악 거리고 왔습니다.
    몸조심하시길
  • 클레어 2008/06/01 12:43 # 답글

    다치셨군요.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한사람한사람을 소중히 하지 않는 이 정부가 미치도록 싫습니다.
  • 2008/06/01 12:52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셀 2008/06/01 13:22 # 답글

    무사하신가요 ;ㅁ;
  • 김이완 2008/06/01 15:08 # 삭제 답글

    아까 허지웅님 마지막으로 본 게 해뜨고 일곱시 지나서 안국역 앞이었습니다.

    바리케이드 쓰러지고 경찰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와 패닉 상태가 된 직후였고요.

    삼청동 쪽 삼성르노자동차 빌딩 앞에서 경찰들이 인도로 뛰어 올라가 진압하는 거 보시더니

    뭐라고 막 소리지르면서 인사동 쪽 인도에서 차도를 건너 르노자동차 빌딩 쪽으로 막 뛰어가시는 거 봤어요.

    허지웅님 빌딩 입구쪽으로 갔을 때 그 뒤로 경찰 중대가 또 막 달려 들어와 그 뒤로 어찌 되셨는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 외곬 2008/06/01 15:13 # 삭제

    저도 그때 안국역 앞에 있었습니다. 머리 뒤에 꽁지 묶으신 분이 지웅님 맞나요?

    긴가민가 하면서 봤는데 김이완님 말씀 들어보니 그 분이 지웅님 맞는 것 같습니다.

    목에 수건 두르시고 도로를 건너 르노자동차 쪽으로 뛰어 가는 것 봤습니다.

    그런데 병력 빠지고 나서 그 쪽에 다친 사람들 있는 것 같던데... 경찰 특공대도 그 쪽에 있었고요. 어찌 되셨는지...


  • 정찬일 2008/06/01 15:20 # 삭제 답글

    허지웅님 아무래도 연행된 듯 싶습니다. 친구들 말로는 그때 안국역 앞에 폭력진압 들어간 뒤 르노자동차 앞에서 꽤 많이 연행됐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허지웅님 안부 아시는 분 꼭 덧글 남겨주세요.
  • dd 2008/06/01 16:18 # 삭제 답글

    허지웅씨 연행되었다는 제보가 있네요. 어찌 된 거죠?
  • 환율 2008/06/01 19:00 # 삭제 답글

    지웅이가 이제사 '우리는 하나가 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임을
    깨달았구나. 예전 포스트에 비해 발전됨이 보인다. 어쨌든 좋은 글 잘 읽었다.
  • SoulbomB 2008/06/01 19:36 # 답글

    ㅅㅂ 나중엔 카메라가 있던 없던 대놓고 까더군요.

    미친 전경새끼들.
  • 모과 2008/06/01 19:56 # 삭제 답글

    정찬일// 아침 일곱시 무렵 안국역 사거리에서 후배를 찾는다며 전경들과 대치한 무리 속으로 들어 간 이후로 연락 두절. 아침나절 잠깐 핸드폰이 켜져 있었던 거 같은데 통화는 되지 않았고 지금은 도로 꺼져 있네요. 아무래도....
  • 지나가다팬 2008/06/01 20:47 # 삭제 답글

    아 지웅님....
  • 크렝지 2008/06/01 21:03 # 삭제 답글

    어떻게 된거예요...ㅠ 아 걱정됩니다.
  • portraits 2008/06/02 03:16 # 답글

    항쟁씩이나 하고 도로 노태우 뽑은 국민, 이명박의 싹수를 금새 알아채고도 총선 압승 안겨준 국민...이라지만,
    우리의 전략을 수정할 때라는 분석은 왠지 서글픕니다. 국민 중 누가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지리라 예상했을까요? 현 상황의 책임은 오히려 현재까지 미동조차 않는 저들에게 있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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