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집을 팔려고 하는데 구매자가 전세를 끼고 사겠다고 하면 그대로 살 수 있을 거라 말했다. 마감 중인데다 이사 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지 않았기에 대충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에 이사 온 건 3년 전이었다. 고시원 생활만 4년 가까이 하다가 반지하 전세방을 얻어 들어갔다. 방 2개에 의외로 넓고 깨끗한 집이었다. 월세 없이 전세 보증금만 1700만원이었는데 작년에 집주인이 바뀌면서 300만원을 올려줘 2000만원이 됐다. 집값이 드물게 쌌고 동네도 소박한 게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집주인이 바뀔 때 즈음 부동산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와 7500만원에 그 방을 아예 사버리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워낙 경제 개념이 없거니와 사실 그럴 돈도 없고, “서울에서 빌라는 사는 게 아니다”는 주변의 만류로 그만 뒀다. 지난 주 집주인의 전화를 받고 조금 알아봤더니 이 주변 빌라 가격이 폭등한 모양이다. 여기는 뉴타운 대상 지역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울 지역에서 1억 이하의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빌라 따위는 이제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난 수중에 1000만원도 없는데 주변에 도로를 가득 메워 굴러다니는 자동차들을 보면 저 돈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 여간 궁금하지 않다. 부동산 광풍을 봐도 마찬가지인데 수억도 모자라 수십억에 수백억 이야기가 나오는 걸 듣고 있으면 루크 스카이워커 광선검에 베일 때 아픔을 느낄 수 있을까 없을까 궁금해 하는 것만큼이나 아련하게 초현실적이다. GQ에서 일하는 동안 강남 좌파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큼 그렇다. 그런데 그때 욕하던 새끼들은 내가 막상 제 발로 GQ 그만둬도 별 말이 없는 게 참 얄밉다.
이명박의 이데올로기를 나눠 공유하는 자들의 희망인질 사익추구 계획, 뉴타운 개발은 이 땅의 서민들을 끝내 서울 밖으로 모두 밀어내고야 말 것이다. 조지 A. 로메로의 <랜드 오브 더 데드>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우리 시대 서민들의 은유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 주머니 사정 정확히 안 따지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투표한 서민들의 메타포다. 뇌가 숭숭 뚫려 죽을 인간 광우병 걱정까지 떠안게 생겼으니 여러모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은 자신들을 몰아낸 부자들의 세계를 침범해 죄다 쓸어 씹어 먹어버릴 배포라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서민들이란 분노는 고사하고 세상이 원래 그래 내가 못나서 이리 못산다는 비관주의만 곱씹게 마련이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그렇다.
아무튼 조만간 이사를 나가야 할 것 같다. 재산이라 봤자 전세금 2000만원에 통장 잔고가 전부인데 어디 보증금에 월세 받는 방으로 옮겨야겠다. 그래도 큰 걱정은 안 한다. 어쨌든 나는 내 집이나 내 차같이 ‘어른스러운’ 포부와 꿈 따윈 애초 없는 사람이니 그냥 매달 월세 낼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만 갖추고 살아가면 될 성 싶다. 막상 뉴타운 혜택 받아놓고도 새 집 들어가는데 필요한 1, 2억을 구하지 못해, 혹은 다른 데로 이사가려해도 죄다 집 값이 올라 생활이 파탄 난 서민들보다는 훨씬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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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돈없는 자 서울을 떠나라(?)를 보고 2008/05/11 12:23 #
지난 4월 총선,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울에서 제일의 화두는 '뉴타운'이었다. 서울 48개 지역구중 한나라당은 40개를 가져갔고 이들 중에는 전통적인 현재 야권의 텃밭 또한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도봉/강북/노...... more
부패권력은 무엇으로 사는가? 2008/05/11 22:19 #
뇌룡ㅋㅋ 뇌는 있는데 눈이 없어,, 상식대로 행하지 못하고 어만 짓거리만 연발하다, 나라를 개차반 도덕불감증사회로 만들어 버린, 들떨어진 민주국민들의 형상을 보는 듯 하다. 무엇으로 살긴,, 국민의 피빨아 먹고 살지,, 근데 알고보면, 피빨린 국민은 피빨릴 만한 꼬라지이기 마련이다. 우리국민은, 학습효과란게 없다. 권력에 흡혈 당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뇌가 자동 포맷돼 버린다. 아마도 뇌가 휘발성 메모리인듯 싶다. 더 절망적인 것은, 휘발성이...... more
백일몽의 생각 2008/05/13 11:07 #
뉴타운 개발은 이 땅의 서민들을 끝내 서울 밖으로 모두 밀어내고야 말 것이다 뉴타운의 원주민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것을 모르는지 다들 좋아라만 하고 있으니....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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Ипотечный брокер обратил внимание на малый бизнес 2008-05-11 22:36:25 #
... ей сложившейся ситуацией на … Ссылки по теме: Abertas inscrições para vestibulinho das Etecs 뉴타운, 서민, 이사 Здесь много интересного:Новый тест на RB.ru - RB.ru - деловая сеть, Кредитный брокер займется ... more
С.Иванов уверен, что война против Ирана закончится катастрофой 2008-05-12 02:2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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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술과고기 2008/05/11 02:12 # 답글
뉴타운...ㅋㅋ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지 고것 참 알고나 투표했을지 모르겠네요. 푸아함. 좀 있다 잠이나 자야겠네요.
laystall 2008/05/11 02:41 # 답글
네. 분명 행복하시리라 믿어요. )2008/05/11 04:2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yataman 2008/05/11 04:28 # 삭제 답글
요.셀프-컨피던트??zabel 2008/05/11 05:07 # 삭제 답글
진정의 스타일을 견지하고 계시는 군요. ^^그 행복 다른 분들께도 전염시켜주시길 바라면서.(__) 제가 있는 은평구도 점점 가격이 올라 걱정입니다.
지나가자 2008/05/11 05:13 # 삭제 답글
ㅎㅎ 에어컨 좌파에 강남 좌파라... 다음에는?야야 세상이 다 그런거야~ 라는 철든 어른들 이야기는 귓등으로 흘리시고
어린이로 행복하게 사세요 ㅋㅋ
Q 2008/05/11 07:46 # 삭제 답글
서울은 땅이 돈벌어주는 참 좋은 곳이지요.포우 2008/05/11 11:26 # 답글
도로를 가득 메워 굴러다니는 자동차들을 보면 저 돈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 여간 궁금하지 않다 - 저도 자주하는 생각이지요 ㅋㅋㅇㅇ 2008/05/11 11:48 # 삭제 답글
올라가 왜 몰라로 보이는거지요?날자 2008/05/11 17:07 # 삭제 답글
그 행복함이 계속 되셨음 좋겠습니다. 저도 제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으로 살수 있다고 믿었는데.. 요즘 조금씩 의문이 들고 혼란감이 들고 있네요... 이 확신을 언제까지 가질수 있을런지..moview 2008/05/11 20:06 # 답글
마지막 문장은 읽는 제 눈을 의심케할만큼 엉뚱한 대상에 대해 빈정거리는 말로 보이네요. 굳이 그 서민들의 불행과 자신의 행복을 대조하실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1,2억 없어서 자기집에서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나 ozzyz님처럼 여유있게 월세 낼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을 비웃으시면 기분 좋은가요. 설마 뉴타운 지역에 살고있는 것만으로 '서민'='이명박의 이데올로기를 나눠 공유하는 자들'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나요.parksumin 2008/05/11 23:28 # 삭제 답글
매번 조용히 글만 보고, 시덥잖게 댓글은 달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남겨봅니다. 허지웅님, 행복하십시오, 강건하시고요. 어쩌면 귀하나 저나(일면식도 없이 같은 처지인 척 해서 죄송합니다만) 남에게 겉으로 뭔가 그럴듯한 일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일 뿐, 실상은 경제적으로 '서민'보다 못한 프롤레타리아가 아닐까요?(생각의 깊이와는 관계없이 이 세계의 글값은 싸니까요) 육체 노동(육체 노동을 절대로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보다 못한 수당을 받는 그저 한낱 정신 노동자 말입니다. 쥐뿔도 가진 것이 없기에, 그 어떤 것에도 기득권을 가지지 않기에, 어쩌면 이 세계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거품을 물고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윗분 글처럼 허지웅님이 여유있게 월세 낼 형편이라 서민들의 불행과 자신의 행복을 대조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지웅님의 빈정거림은 생존 자체에 대한 빈정거림이겠지요. 제게 지웅님이 말하는 '행복하게 살 자신'이란 어쩌면 하루에도 몇번씩 자신에게 되뇌이는 각오와 오기의 반복처럼 읽힙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처럼, 생존의 문제에 밀려 생각을 돌리는 일이 없기를, 생각을 돌리지 않을 독한 자신감을 항상 유지하기를, 저 자신에게 만큼이나 허지웅님에게도 바래봅니다.일다 2008/05/12 08:15 # 삭제 답글
뉴타운이라.. 그리고 명박군 지지해서 죄송합니다..Neon 2008/05/13 10:17 # 삭제 답글
나이 70 먹어서 월세 낼 돈이 없으면 어쩌죠?막똥이 2008/05/13 10:24 # 삭제 답글
마초의 삶이란 그런건가요?얻어걸린 자 2008/05/19 18:37 # 삭제 답글
'희망인질 사익추구 계획' 이라표현 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