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찌라시’라는 말은 죽은 말이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바뀌지 않고 변화는 급진이며 급진은 거칠고 궁극적으로 어린 치기에 불과하다는 어른들의 패배주의 안에서, 그것은 처연하게 더럽혀진 구호였다. 광장의 10대들이 입에 물어 쏟아낸 저 해묵은 구호는 그 문자의 체계와 발음이 같되 총체적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젊고 싱싱한 육체가 뱉어낸 언어라서가 아니다. 순전한 분노였기 때문이다. 세상의 진리를 꿰뚫어 통달한 듯 보이려 애쓰는 자들은 결코, 순전하게 분노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팔짱을 끼고 거드름을 피우다 바람을 피든 암에 걸려 뒈지든 자기 연민에 빠져 하악하악 사그라질 인생들이다. 이 순전한 분노를 바라보며 정치는 어른들에게 맡기고 애들은 공부나 했으면, 이라고 말하는 자들의 생각이란 대체로 한심하다. 개인의 분노가 광활한 오지랖으로 세련된 정교함을 전제하고 조직과 국가의 미래에 기여해야 할 이유 따윈 없다. 저 응당하게 순전한 분노는 그 자체로 깊고 너른 것이다. 저 분노들이 제 풀에 꺾여 사그라지거나 또 다른 패배주의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향감각을 챙겨야 할 것이 요컨대 ‘진짜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 모두 더 열심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