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오후

외고 두개를 빨리 넘겨줘야하고 본지 마감도 해야 하고 금요일 녹음할 방송 원고마저 준비 못했고 토요일에는 심야상영 보러 전주 영화제까지 가봐야 하는데 이런 썅 오늘 무려 M.T 라는 걸 떠나야 합니다. 오늘 가서 내일 오죠. 회사에서 거국적으로 움직이는 거라 빠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불주사 맞으러 가듯 고추 껍데기 자르러 가듯 어른이 되어야지! 처연한 애새끼 심정입니다. 우리는 하나다, 식의 멤버쉽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뿐더러, 실상 있더라도 그걸 트레이닝씩이나 할 마음은 추호도 없거든요. 꼭 오늘 M.T 문제를 떠나서 굳이 인위적으로 녹아들 것을 강조하고 체화시키려는, 숱한 조직의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따스함이라는 게 훈련한다고 뚝딱 생길 수 있는 걸까요. 아시겠지만 그건 알콜기를 전제한 가식에 불과하죠. 요컨대 구성원 간 진심이라는 건 술자리 보다 업무 와중에 더 쉽고 정확하게 드러나잖아요. 대학생 때도 무관심했던 M.T를 이 나이에, 이런 상황에 가야 한다는 게 여러모로 초현실적입니다. 문득, 투덜거리다 고꾸라지고 싶은 볕 좋은 노동절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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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울바람의 생각 2008/05/05 11:19 #

    M.T 문제를 떠나서 굳이 인위적으로 녹아들 것을 강조하고 체화시키려는, 숱한 조직의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따스함이라는 게 훈련한다고 뚝딱 생길 수 있는 걸까요. 아시겠지만 그건 알콜기를 전제한 가식에 불과하죠. - 허지웅... more

  • 사람과 사람 사이 따스함이라는 게 훈련한다고 뚝딱 생길 수 있는 걸까요. 2008/05/05 14:47 #

    "꼭 M.T 문제를 떠나서 굳이 인위적으로 녹아들 것을 강조하고 체화시키려는, 숱한 조직의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따스함이라는 게 훈련한다고 뚝딱 생길 수 있는 걸까요. 아시겠지만 그건 알콜기를 전제한 가식에 불과하죠." - 허지웅 * 사람과 사람 사이 따스함. 그건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데워져서 어느새 따뜻해져 있음을 느끼는 것이리라……. 함께 있어서 좋아하기보단, 좋아하기에 함께 ...... more

  • 그렇지 2008/05/06 22:39 #

    노동절 오후나는 절절함을 사랑하기 때문에 연극처럼 극단화된 사람들의 모습을 즐겼다.저만치 관조하는 선배들을 개나 여우에 빗대며 치떨었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리 되었네 - _-진심은 완벽한 날것과는 다르다. 내장을 꺼내어 뒤집듯 술에 기대어 사람들이 진심에 진심같은 마음을 더하면 누군가 끌어당기듯 급작스레 현실로 돌아와 생각한다 현실은 좀 더럽다. 지옥같기도 하다. 그리고 분홍 여자가 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 more

덧글

  • 좌파논객 2008/05/01 16:17 # 답글

    '노동'절이군요...^^;;
  • 순박한룸펜 2008/05/01 16:20 # 답글

    그래도 엠티는 재밌잖아요...ㅋ
    대학 새내기 코스프레하는 기분으로 잼있게 놀다오세연....ㅎ

  • 琳☆ 2008/05/01 17:43 # 답글

    잘갔다 오셔요~ (...)
  • -_- 2008/05/01 19:36 # 삭제 답글

    회사에서 생색내면서 주말에 엠티가자고
    하면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ㅋㅋㅋ
  • belle 2008/05/01 20:29 # 답글

    아..말로만 듣던 그 전설의 엠티구나. 바비리스 팀과 체육대회도 한다고 들었었는데. 하하. 잘 다녀오고 혹 전주서 볼 수 있음 마주치자고.
  • 단팥빵 2008/05/02 00:27 # 답글

    그런 걸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왜, 다 같이 우르르 몰려가서 뻔한 코스를 함께 돌고, 종래에는 상대가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에 취하는 모습을 기어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문제는 그런 부류일수록 이 추진력이.....
  • 랑새 2008/05/02 01:35 # 답글

    아ㅡ 싫다. 노동절에.

    난 심지어 내 퇴사를 위한 송별회 모임마저 초저녁에 마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_-_

  • comodo 2008/05/02 03:30 # 삭제 답글

    그래도 결국은 참여하는 허지웅 님을 보니 :)
  • 그러거나 2008/05/02 08:42 # 삭제 답글

    아주 공감합니다. 평소 멤버쉽이 없는데 MT 다녀와봤자 몸만 축날뿐.
    전 예전 직장에서 회식할 때마다 "선창-우리가, 다같이-남이가~"를 건배 구호로 쓰면
    "남이지"로 열심히 외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흐흐.
  • 댕구리 2008/05/02 13:09 # 답글

    뭐 그냥 놀다 보면 친해지고 그러겠죠. ^^ㅋ
  • 헤비스 2008/05/02 13:49 # 삭제 답글

    그래도 엠티의 묘미는 먹고 토하고겠죠.>,.<
  • 불량먹보 2008/05/02 16:07 # 답글

    아 이런 필력이 참 부럽습니다-_-;
    정말 꼬집어 말하고 싶지만 뭐라 말해야 할 지 몰라 못 쓴 말이 딱 적혀있는 걸 보고 그렇지 하고 무릎을 탁 쳐본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아 내 길이 참 멀었구나 하는 걸 느끼며 갑니다 :)
  • 홍준호 2008/05/02 20:39 # 삭제 답글

    ..왜..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건지..
  • 2008/05/03 12:20 # 삭제 답글

    그것보다 휴일에 MT를 간다는것 자체가 아스트랄 하네요 -_-;
  • 우주밖펭귄 2008/05/06 03:34 # 답글

    혹시, 토요일에 전주에 오셨다면 스치기라도 했을지 모르겠네요. 전주국제영화제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빨리 듣고싶네요.
  • hiohio 2008/05/06 13:19 # 답글

    MT가서 혼자 노는 것도 재밌던데... 사람들 노는 거 좀 들여다 본다고 생.각.하.고... 전 엠티가면 연수원 부페에서 외국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아라 한다는..
  • 야밤고냥 2008/05/07 00:39 # 답글

    숙소근처에서 느린보폭으로 거니시는걸 목격했네요 어맛! 하고 순간 아는척할뻔한 ^^ 호러의밤보신거죠? 이번호러의밤은 전 마니 맘에 들었드랬어요 ^^ 아! 키정말크시더군요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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