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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레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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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키노키] 스피드 레이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스피드 레이서>는 유치하다. 단순하다. 서사를 짓밟고 파괴해 끝내 부정하려는 듯 무모할 정도로 빠르다. 지나치게 화려해서 속내보다 외연에 주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종종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이 팔랑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정은 강직하다기보다 솔직 태연하고 다소 치기 어리되 어른스러움을 가장하지 않을 만큼 용감한 것이다. 눈이 부시고 가슴이 울렁거려 기어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스피드 레이서>는 관념론에 침전된 <매트릭스> 시리즈와 얇은 연출력 탓에 가식처럼 느껴진 <브이 포 벤데타>가 대중 앞에 그려내는 데 실패했던 이야기의 정체를 매우 똑똑하고 선명하게 드러낸다. <스피드 레이서>야 말로, 워쇼스키 세계의 진정한 결정판이다. ![]() 하지만 이 놀라운 기술과 연출의 합에도 불구하고, <스피드 레이서>의 가장 빛나는 명민함은 세계관에 있다. <스피드 레이서>의 세계관은 세계의 규칙에 저항하는 데서 출발한다. 주인공 ‘스피드 레이서’는 탁월한 재능 탓에 거대기업 로얄튼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그는 로얄튼의 놀라운 외적 웅장함과 시스템에 압도되지만 끝내 거절한다. 회장은 스피드의 치기어림을 꾸짖는다. 그리고 레이싱은 스포츠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이고, 누가 이기고 지느냐의 여부는 미리 결정돼있으며, 그 모든 조작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진짜 레이서’가 되는 길이라고 윽박지른다. 이를 우리 현실에 맞게 조금 고쳐 말하면 다음과 같다. “이 세계는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는 시장판이고, 그 속에서 누가 더 많은 돈을 벌어 갈지는 미리 결정돼있으며, 그 모든 부조리를 처연하게 받아들여 ‘세상이란 원래 그렇지’라고 인정하는 게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이다.” ![]()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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