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단평

좋은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꼭 많은 단어와 문장이 필요한 건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실 명쾌한 영화다. 이 영화는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을 마주한 노인의 뿌리 깊은 한숨을 위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거꾸로 그런 폭력을 앞에 두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노인의 비관을 비난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당연히) 아니다. 단지 노인의 지혜로움이 결코 세상을 다스릴 수 없음을 조용히 관조해내는 영화다. 모든 노인이 지혜로운 건 아니지만, 시간의 녹을 먹은 노인들이야 말로 가장 지혜로울 수 있는 자들임에 틀림없다. 마침내 세계의 원리에 가깝게 가 닿았지만, 결코 그것을 감당해낼 수 없는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늘 은퇴뿐이다. 이 세계에 시간의 개념이 생기고 역사가 기록된 이래 꾸준히 되풀이돼온 노인의 비극이다. 시공간을 통틀어 그 어디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보안관의 마지막 독백이 바로 그 반복의 메커니즘을 친절하게 은유한다. 이 원칙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극 종반, 절대악 안톤 쉬거의 무력한 표정은, 그 역시 언젠가 모든 걸 알면서 동시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하고 말 것이라는 울림을 가져온다. 그렇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세상이 늘 어리석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혜로운 노인이 늘 사라져갈 수 밖에 없는 원리를, 그 모든 아비규환과 폭력과 살인과 슬픔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까닭을, 끝내 설명해내고야 만다. 굳이 ‘요즘 것들’ 이라는 비아냥을 섞지 않으면서 말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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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니까. 2008/03/04 03:32 #

    @#&#8230; 좀 늦은 타이밍으로 보게 된 &#8220;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8221;. 뭐 영화를 보고난 후 알게된 제목의 진짜 뉘앙스는 여긴 노친네들이 알아먹을만한 만만한 나라가 ...... more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 코엔 형제를 위한 변명은 없다 2008/03/04 10:47 #

    ★★★★★ 코엔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흥행 성적은 그리 대단한 편이 못되지만 일단 좋아하게 되면 무진장 좋아하게 됩니다. 간혹 코엔 형제의 영화이기에 갖게 되는 한없이 높은 수준의 기대치를 충분하게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작품이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만 그 기본값은 언제나 수준 이상입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그저 '코엔 형제의 영화'로만 따로 분류될 뿐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과 뒤섞이지 않습니다. 어느새 ...... more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제목은 과연 무슨 뜻인가 그리고 결말은? 2008/03/04 13:51 #

    그래서 제목은 과연 무슨 뜻인가 또 결말은 왜 그렇게 만들어논 것인가. chapter 1. 제목의 첫인상 본 영화의 제목을 보면 무슨 내용의 영화일지 도통 감이 오지를 않는다. 경로우대사상이 퇴조되어가는 현대사회를 질타하러 파고다공원과 종로지역 인근 노인분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다는 내용을 다룬 사회영화일지,아니면 설날 명절날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장기를 두던 중 수를 물러주지 않는 손자의 무개념에 야마가 돌은 할아버지가 온...... more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2008/03/06 05:06 #

    뭐랄까, 참 황폐하다. 마치 노인들의 가슴따뜻한 드라마를 다룬 영화인양 제목을 지어놓고 시작하자마자 안톤쉬거는 무표정하게 사람을 죽이고 쫓아다니며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이 숨막히는 추격전 속에는 단 한번도 음악이 존재하질 않는다. 이러한 장르 영화에서는 보통 음향 효과를 사용하며 긴장감을 유발시키기 마련인데 음악한번 없이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주로 두 명의 조연이 주연인양 서로 쫓고 쫓기는 사건을 조사하는 조연인척 하...... more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일차원적 인간이 감히 다차원적 삶에 물음을 던지다 2008/03/11 09:32 #

    그동안 코엔 형제를 잊고 있었다. 아마도 마지막 내가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본건 파르고가 마지막이었을 듯.... 그전에는 미쳐있다가도 어느새 거장의 자리에 오른 느낌을 받고 더 이상의 '쾌락'과 '말초'적인 재미를 요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들을 잊었던 것 같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분명 감정의 스케일 상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찍이 거장의 위치에 올라선 코엔 형제의 아주 성숙한 작품이었다. 노인은 뒤지지 않는다... 왜? 누구도 노인네는...... more

  • 꼬루미의 생각 2008/07/28 01:33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뒷목에 힘이 들어간 긴장된 상태로 끝까지 보고선, 제목이 말하는 내용을 생각하게 된 영화. 좋다.... more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9/11/19 21:49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영화 속에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존재해왔지만 내가 손에 꼽는 캐릭터들은 대부분이 악역이다. 게리 올드만이 소름돋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레옹의 '스탠스',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던 앤소니 홉킨스의 '한니발 렉터', 히스레져가 완벽히 재현해낸 '죠커'까지. 이러한 악역들은 때로 영화보다도 더 오랜 시간동안 강한 여운을 남기곤 한다. '노인을...... more

덧글

  • marialove 2008/03/03 17:10 # 답글

    지금까지 평을 봤을 때는 별로 보고싶지 않은 영화였는데, 왠지 보고싶어지네요. :)
  • 골룸 2008/03/03 17:13 # 삭제 답글

    노인의 지혜라면 사건을 쫓아가는 충실한 기록자로서의 토미 리 존스를 말하는 것이로군요. 그는 복기만을 할 뿐이었죠. 긴 평도 한번 해주시죠. ^^
  • 네모도리 2008/03/03 17:29 # 답글

    이영화 보고나서 뭔 메시지야? 라고했는데
    왠지 정리가 되는듯 하네요
  • 헤비스 2008/03/03 18:30 # 삭제 답글

    아카데미 시상식 덕분에 코엔형제 영화라는걸 알았네요.
    본다본다 해놓고서는 여적 못 봤더래는;;;--;
  • the1tree 2008/03/03 18:30 # 삭제 답글

    영화평 맘에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싸가오리.
  • jez 2008/03/03 19:27 # 삭제 답글

    첨 뵙겠습니다! (일단 인사부터. ㅎㅎㅎ)
    이 영화 좋았죠?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3:10 투 유마], 아주 만족스러웠달까요! ^^ 리뷰 잘 읽었습니다 ^^
  • 누피 2008/03/03 21:54 # 삭제 답글

    재미있게 봤지만 영화가 주는 의미를 100% 이해 못했는데 이 글을 보니 확 와닿는군요.
    멋지십니다.
  • 2008/03/04 01:0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뇌분실 2008/03/04 09:10 # 삭제 답글

    명쾌한 영화평 베리굿 입니다.앞으로 자주 들릴께요 ^^
  • easyeats 2008/03/04 10:52 # 답글

    저는 이영화 보면서 살인의 추억과 정말 비슷하다는 인상을 계속 받았습니다.
    뭔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물론 제목과 말하고자 하는 것 등등은 살인의 추억과 다른긴 하지만
    어떤 시각에서 보면 많이 닮아 있기도 한것 같아요~
  • 끝까지 2008/03/04 11:21 # 답글

    제가 어제 미니홈피에 이 영화 단평을 남겼는데 지웅님 시선이랑 비슷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그런데 정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요?

    영화관을 나서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이 질문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답니다.
  • -_- 2008/03/08 14:57 # 삭제 답글

    아..영화 너무 좋습니다. 코엔형제 이제 만발하는군요!
  • -_- 2008/03/08 14:58 # 삭제 답글

    어서 데어윌비블러드도 써주세요 아잉
  • Groovie 2008/03/11 09:34 # 삭제 답글

    저도 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근데... 노인이건, 젊은이건, 세상이건 ... 이유없이 화가 나고 환멸이 느껴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사회에 불만이 많은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인 것 같습니다만...

    지금이야 젊은 혈기에 아는 것 없어도 떠들어대고 다니지만 ....
    이 영화를 보고 결국 노인으로서의 나를 떠올려보니...
    너무 비참하더군요...(왠지...)
  • ;; 2008/03/29 20:59 # 삭제 답글

    easyeats// 봉준호가 코엔형제한테 배웠으면 배웠겠지요..ㅡㅡ;;
  • 왕님 2008/06/20 00:20 # 삭제 답글

    이 세상이 이렇게 된것은 다 문명의 이기때문이죠..물론 나도 그 세상에 길들여져 살고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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