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분노, 꼰대

오늘자 가장 흥미로운 기사는 CCTV에 포착된 서귀포 부녀자 강도 용의자의 사진이다.
http://photo.media.daum.net/gallery/society/200802/19/yonhap/v20016656.html?_photo_section=gallery_top

숭례문 방화범의 초상이 언뜻 겹쳐지는 게 단순한 기시감만은 아니다. 노인 범죄 문제는 마초화된 사회적 약자들의 보상심리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인생을 바쳐 만들어놓은 ‘세계’가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할 때 그것을 변호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런 썅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니들이 이럴 수 있어, 그렇게 꼰대가 된다. 그런데 꼰대가 돈이 없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 경우, 꼰대의 보상심리는 곧잘 피해의식으로 확장된다. 대한민국에서 돈이 없다는 건 곧 사회적 약자를 의미한다. 사회적 약자가 된 꼰대는 이 피해의식을 해소할 길이 막막해 병적인 증후를 보이게 된다. 폭력의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누굴 때리고 무얼 부수고 뭐라 소리 지르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쓴다. 이것이 마초화된 사회적 약자다. 이들이 보수적 가치관을 표방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개혁 성향의 정부가 뭔가를 ‘바꿨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가 보호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숭례문 방화범의 분노도 거기서 왔다. 그의 분노를 건강한 방법으로 분출하게 할 사회적 장치가 전무했다. 그는 신문고를 치는 심정으로 불을 질렀다. 그래서 떳떳했다. 방화범이 현장 검증 직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되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던 것에 주목하자. 대다수 마초화된 사회적 약자들이 보수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들의 보상심리를, 피해의식을, (부정적인 의미의)마초근성을 충족해주리라 꿈꾼다.

문제는 새 정부에 그럴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이유도 의지도 없다. 경제성을 지상최대의 가치로 둔 우리 ‘실용정부’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책은 ‘배려’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당연히 추구해야할 가치가 아니라, 그저 동정으로써의 복지다. 대중을 무기력과 한숨, 궁극적인 비관으로 몰아넣을 새 시대의 상식은 예의 그 ‘마초화된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막다른 길로 몰아넣을 것이다. 사실 굳이 새 정부를 들먹일 게 아니다. 그들의 바람은 정권을 막론하고 애초 충족되기 어려운 욕망이다. 특히 경제성장과 풍요로움을 정확히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신자유주의 세계에선 더욱 그렇다. 이 마당에 제도적 틀 안에서 사적 보상심리가 완벽하게 충족되길 바라는 건 너무 허황된 꿈이다. 마초화된 사회적 약자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바로 그런 꿈이다. 이 탄탄한 희망은 그러나, 조만간 곱절의 절망과 분노로 바뀔 수 밖에 없다. 개별화된 분노는 노인, 노숙자 문제 등과 같은 얼굴을 하고 광장으로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는 요번 숭례문의 경우에서 보여지 듯 사회적 공분을 살 것이고, 결국 보다 더 강력한 단죄로 이어질 게 빤하다. 그 끝에 우리가 어떤 표정으로 광장에서 마주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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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8/02/19 19:4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ozzyz 2008/02/19 19:49 # 답글

    별거 아니에요 :)
  • blus 2008/02/19 20:08 # 답글

    돈이 있는 꼰대가 더 심각하죠. 굳히기에 들어가니까요. Like a Kim Hoon.
    생각해보면 앞으로 최소 3~5년 간은 꽤나 악몽같은 시간이 될 듯 한데, 그러나 언젠가는 지나가야 할 시기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동안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겠죠.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 the1tree 2008/02/19 20:29 # 삭제 답글

    흠..제가 쓴 덧글이 지워졌는데 허님이 지우셨나요?????? 덧글을 지우는 허씨라니 그럼 완전 웃낀데.
  • the1tree 2008/02/19 20:33 # 삭제 답글

    글을 삭제하고 다시 블로깅을 하셨나보군요;;
  • 애니 2008/02/19 20:59 # 삭제 답글

    글 중에서 노인 범죄 부분만 따로 떼서 새로 포스팅 하셨군요.

    그나저나 이렇게 예의없는 인간들이 다 어디서 기어나오나 모르겠네요. 허씨라니. 눈 앞에 두고도 저딴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 sang 2008/02/19 21:20 # 삭제 답글

    곱절의 절망과 분노'가 참으로 걱정됩니다.
  • 아도니스 2008/02/19 21:28 # 삭제 답글

    뭘 저렇게 예의 갖춰 마이크 갖다대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귀 싸 대 기 한 대 시작하면서 툭툭 비아냥조로 인터뷰하거나 물어보고 그랬으면 조금은 속이 시원해졌을것 같은데 말이에요.
  • 헤비스 2008/02/19 21:45 # 삭제 답글

    이명박 대통령에게 되게 미안하다니요....
    이정도면 어버이 김일성 수령 저리가란데요.
  • the1tree 2008/02/19 22:11 # 삭제 답글

    애니/ 덧글을 지웠다는 상황이라면 블러거에게 저 정도덧글은 애교죠. 제발행 했다는 메모를 남겼다면 그런오해는 없을 수도 있겠죠. 저말고 다른 분의 덧글도 있어서리. 암튼, 무슨 불쾌감을 느끼셨나본데 예의없는 인간이라뇨.
  • 불량먹보 2008/02/19 22:15 # 답글

    가끔 제가 정말 쓰고 싶지만 실력이 없어 쓰지 못하고 응어리만 가졌던 글을 너무 시원하게 써주십니다.
  • 나인테일 2008/02/19 23:41 # 답글

    자기도 꼰대가 되면 까이는거지. 별 수 있나. 그렇지만 그거 무섭다고 꼰대를 꼰대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존내 웃기는거고 늙는다고 다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니지.
  • L 2008/02/20 00:40 # 삭제 답글

    the1tree / 불쾌감을 느낀 건 그 쪽인 것 같은데. 댁이 예민한거요. 보기 안 좋으니 덧글 지워요.

    그리고 위의 몇분들, 남이 하는 말을 성심성의껏 이해한 후에 자기 의견을 피력하세요.
    왠지 들으면 꼬울 것 같아서 귀틀어막고 소리지르면 동문서답이 됩니다.
  • 지나다 2008/02/20 00:46 # 삭제 답글

    예의는 예의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죠. 방화범이 꼰대가 아니라 쌩쌩한 이삽십대 양아였으면 벌써 계란 세례라도 여러번 맞았을걸요. 그래도 어르신이라고 많이 봐주는 분위기인게 사실 아닌가요?
  • 2008/02/20 01:45 # 삭제 답글

    허지웅 까면 사살
  • ㅇㅅㅇ 2008/02/20 09:42 # 삭제 답글

    다루려는 주제를 광범위하게 잡아서 축소시키셨나. 아님말고.
  • 2008/02/20 09:4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the1tree 2008/02/20 14:27 # 삭제 답글

    L/거기서 왜 '덧글을 지우라는 말'이 나옵니까?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우습네요. ㅋㅋㅋ
  • 수수꽃다리 2008/02/20 22:24 # 답글

    위의 기독교 글도 초공감이지만... 늙은 영감들의 피해의식에 관한 이 글도 너무 잘 쓰셨네요!
    쩝... ㅡ.ㅜ 숭례문 그래도 1층은 많이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 L 2008/02/20 22:37 # 삭제 답글

    the1tree/ 그래요, 우습지요? 기왕지사 남의 반응 어떨까 새가슴 졸이면서 키보드 두드리실거라면
    '덧글 올리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3분 정도 더 망설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남의 블로그에서 경거망동할 일이 더 적어지지 않겠습니까. ^_^
  • phlip 2008/02/21 15:30 # 삭제 답글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사회과학적으로 매우 흥미있는 주제인데, 한국의 복지나 사회학은 이런 쪽에 별로 관심이 없죠.

    지하철에서 요즘들어 노인석 쪽에서 평균 2주에 한 번 정도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노인분들을 만납니다. 적개심으로 가득한...대개는 혼자 욕을 주저리주저리하다가 결국은 반대편에 앉아있는 젊은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더군요. 물론 술에 취해있는 분이 많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GQ 정기구독자로써, 여기 들리면 좋은 부록을 보는 느낌입니다.)
  • 일다 2008/02/23 13:43 # 삭제 답글

    그래도 좋게 생각하고싶은것은 아직 이 사회엔 지혜로우신 노인분들이 더 많으실 것이라는 것. 그래서 아직은 희망이 있을것이라는것. 하지만 나오는것은 한숨 뿐이라는 것.
  • 한소리 2008/03/05 02:49 # 삭제 답글

    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이가 많은 노인일 뿐인데 꼰대니 뭐니 하며 비하하는 것도 그렇고 글 자체가 상당히 어긋나있네요.

    글 쓴 분이 나중에 나이가 들면 요즘 젊은이들은... 하는 글 쓰실 것이 눈에 선한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사람의 일생은 연속적인 것이지만 편의에 의해 어린 시절 젊은 시절 노년기로 나눴을 뿐 사람은 누구나 거치게 마련인 과정입니다.

    글쓴 분의 부모가 혹은 글 쓴 분이 나중에 늙어서 사업이 실패하는 등등의 이유로 생활이 궁핍해지면 바로 범죄를 일으킬까요?

    나는 아직 젊으니까 혹은 나는 늙어서도 경제력이 풍부하고 멋진 노년을 누릴 테니까 혹은 도덕적으로 절대적인 선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자신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애초에 죄를 짓는 사람은 나와는 별개의 세상을 사는 사람쯤으로 생각하시는지.

    가난하게 살아도 죄 안 저지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가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고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을 별종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왜곡 되었다는 생각은 안 드시는지.

    나이가 많아서 혹은 가난해서 문제가 아니라 죄를 지은 사람이 나이 많은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인 것이고 경제력이 미약한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인데 나이가 많으니까 거기다 경제력까지 빈약하니 범죄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시각은 부족한 깜냥을 드러내는 것 밖에 안 됩니다.
  • 깃털 2009/11/06 10:16 # 삭제

    윗 글에서 지칭한 꼰대는 나이든 '어른'이 아니라 '특수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은데요.
    (모든 어른들이 범법자는 아니니까.)

    꼰대=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정적의미로 어른들을 꼰대라 지칭하는데.. 대부분의 젊은 이들이 모든 나이든 사람들에게 꼰대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습니다.
    젊은 애들 몇몇이 문제를 일으켜서 요즘 젊은 애들 욕먹이는 것처럼, 어른들 중엔 존경할만한 사람도 많지만 '꼰대'소리듣는 얼간이들이 어른들 전부를 욕먹이는 것일 뿐이죠.

    이 글에서 지칭하는 꼰대도 '어른'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라,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마초들의 대명사로 쓰인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님의 글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나라면 댓글 달기 전에 타인의 화법부터 익힐 것 같은데..'라고.


    글쓴 분의 부모가 혹은 글 쓴 분이 나중에 늙어서 사업이 실패하는 등등의 이유로 생활이 궁핍해지면 바로 범죄를 일으킬까요?
    ->이 부분은 자기가 글을 곡해해서 해석해놓고서 욕만 안했지 막나가는, 말 그래도 막장 개그로군요..


    설령 꼰대소리 듣고 사는 남자가 자기 애인이나 남편일지라도.
    지나친 감정대입은 금물,
    공사는 구분하고 남의 글을 읽는 것도 예의죠.

    오히려 님이 아니라 필자야말로 가난의 현실적 상황을 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글을 이렇게 자기 멋대로 해석하기도 힘들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그나마
    본인 스스로 비약이 지나치다는 정도는 깨닫고 있어서 다행.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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