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아직은 괜찮은 건가

한국영화 아직은 괜찮은 건가, 싶은 신작을 오늘 만났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다. (물론 좋은 영화 한 편 나왔다고 한국 영화'판'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그건 언론이 조장하는 환상이다. 이 판에는 지각변동이 필요하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주 기분 좋게 취했다. 솔직히 <우생순>은 정말 싫었다. 영화는 고루했고 여성의 이름으로 그것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거의 증오스러웠다. 그게 무슨 여성 영화냐. 여장남자 이야기지. 거기에 여성성을 억지로 대입시키는 건 요컨대 지각 없는 자매리즘. 다만 MK픽쳐스와 감독에 대한 애정 때문에 별 말을 안했는데, 흥행 잘 되고 있으니 그에 대해선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테고. 아무튼 <추격자>로 눈을 씻었다는 기분이다. 지금은 키보드 자판이 두 개로 보이는 터라 주절주절 길게 늘어놓긴 뭐하고, 내일 이야기하자. 한 마디로 징글징글 생짜 비린내가 진동하는, 수산물 시장 오물 처리장 바닥에 두텁게 쌓인 이끼 같은, 눈빛과 몸뚱이와 내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기심이 습기를 헤치고 바랜 불꽃을 튀기며 후지게 충돌하는, 고약하게 멋진 영화다. 영혼을 논하지 않으면서도 구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이런 영화가 너무 좋다. 다만 좀 길다 싶으니 2시간 이내로 끊어야 될 성 싶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홍진, 꽤 괜찮은 신예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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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김연호 2008/01/29 00:29 # 답글

    우생순에서 한순간 '여성스러움'을 발견한 부분이 있긴 했는데, 마지막에 돌아온 문소리가 감독에게 웃는 것도 비장한 것도 아닌 표정으로 '나중에 얘기해요'라고 하는 부분이, 참 '어머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여튼, 여성성과 남성성을 거세하고픈 일부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여성영화일 수도 있겠죠. 저는 그런 부분에 집중하지 않아서 별 생각없이 재밌게 봤습니다.
  • 시대유감 2008/01/29 00:54 # 답글

    오, 김윤석씨 나오는군요. 기대됩니다.
  • 2008/01/29 01:17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N. 2008/01/29 01:25 # 삭제 답글

    전 윤석 아저씨 너무 좋아라 해서 우와우와 거리면서 봤지만, 하정우가 연기해낸 살인범은 너무 놀랐어요. 이제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화들이 만들어온 스테레오 타입을 깨면서도 실제로는 실제 프로파일링에 가장 근접한 범인이 아닐까 싶었어요. 어차피 우리는 '사후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연쇄살인범의 모호하면서 다층적인 인격이라는 걸 그렇게 몸으로 구현을 해냈다는 데에 경이로움마저 느꼈다죠.
  • 댕구리 2008/01/29 01:26 # 답글

    김윤석씨 연기 기대됩니다!! 예상컨데 몇년 안에 남우주연상 받을것 같아요~
  • 헤비스 2008/01/29 02:04 # 삭제 답글

    "가드 올리고 " 퍽! 퍽 ! 그 분이시군뇨.
    <우생순>은 아직 못 봤는데...
    ㅋ 그래도 볼라고요.
  • 2008/01/29 02:3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애드맨 2008/01/29 03:17 # 답글

    드디어 올 것이 왔군요!!
    저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
  • N. 2008/01/29 03:22 # 삭제 답글

    참, 영화 중간중간에 흐름을 살짝씩 조금만 더 매만졌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역시 후반작업 기간을 그렇게 짧게 잡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한 달이라뇨, 장난도 아니고. =.=; (근데 그렇게 미친 듯이 찍고 만져서 오늘 그 퀄리티로 나왔다니, 쫌 놀라운 사람들이랄까요.) 하긴, 뭐 한 4월쯤 풀려다가 영화가 의외로 잘 나오니까 땡긴 건지도? 혹시 들은 얘기 있으신가요?
  • offside 2008/01/29 06:53 # 답글

    '증오'라는 것은 보통 강한 감정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우생순을 여성의 관점에서 옹호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ozzyz님을 증오까지 하게 만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울러 '여성 영화가 아닌 여장남자 영화'라고 쓰신 부분과 관련해서도 더 설명 듣고 싶습니다. 극중 주인공들의 여성 정체성이 정치적으로 봤을 때 여성의 표피만 쓴 '가짜 여성'의 그것이란 뜻인지... 그렇다면 진짜 여성 영화, 진짜 여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초면에 자꾸 캐물어서 죄송하지만, 이른바 '허보은식 자매리즘'이란 것은 어떤 맥락으로 사용하신 건지도 궁금하네요. 남자감독에 대항해 여자들끼리 협동하는 구도 때문일까요? 아시겠지만 (박근혜, 김규항 등이 엮였던) 과거 허보은 논쟁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선정적으로 읽혀진 측면이 있어서 그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마다 사용하는 맥락이 다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여쭤보는 겁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윗글을 읽고 기분이 상했습니다 (굳이 숨기지는 않을게요. 인터넷을 많이 하기 때문에 웬만한 글들에는 단련이 잘 되어 있는데도, 겨우 "단 두 줄"의 글에 이렇게 충격적으로 타격을 입은 건 참 오랜만이네요).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이 블로그의 수많은 덧글들에 모두 답을 해주실 수는 없을테니... 나중에라도 "우생순과 여성"에 대해 깊게 언급해주실 좋은 기회가 있길 바라며 일단은 이 정도 질문을 남기는 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 aa 2008/01/29 07:59 # 삭제 답글

    아 설레인ㄷ.
  • ozzyz 2008/01/29 08:31 # 답글

    offside/ 최보은식, 이란 말은 지난 날 '여성의 이름으로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했던 맥락에서 온 것입니다. <우생순>은 과연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디에 가 닿아있습니까? 이명박이 극장을 찾은 게 단지 <우생순>이 흥행 1위의 영화이기 때문일까요? 얘기가 길어지네요. 아무튼 최보은식, 이라는 말은 이 짧은 글 안에서 맥락이 궁해 잘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아 수정했고요. 조만간 <우생순>에 관해선 긴 글로.

    N./ 너무 길죠. 많이 들어낼 수 있을 것 같던데요. 2시간 이하로 끊었으면 좋겠습니다.
  • 띵까 2008/01/29 09:43 # 삭제 답글

    김윤석, 하정우란 두 배우와 아이템 자체가 제가 워낙 좋아하는 류라 조금 기대하고 있었는데,(이런 기대가 배반당하는게 워낙 흔한 일이라 기대는 조금만) 지웅님의 글을 보니 급 보고 싶어지는군요.
  • 리사 2008/01/29 09:57 # 답글

    저, 이거 지방에서도 볼 수 있는 거졍? 저 두 배우 쫌 좋아라 하는데..
    우생순은 친구들이랑 극장가서 찌라시 보고 우와, 진짜 재미없겠다 했는데 인기가 많아서 급당황; 근데 안 보고 싶네요.
  • 2008/01/29 12:50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진사야 2008/01/29 13:40 # 삭제 답글

    리사님/ 지방시사 (대구 광주 부산) 12일에 있는 것 같더군요. 확인해 보시길 'ㅂ'

    앗, 추격자 보셨군요 +_+
    2월 개봉 한국영화 중 가장 기대하는 작품이라, 저도 정말 보고 싶군요.
    저도 약간량의 기대만 갖고 보렵니다.

    특히 하정우의 연기변신에 대해서는 정말정말 기대중입니다.
    (아직 전작들의 잔영이 눈알바닥에 아른거리는 게 문제라면 문제군요..T.T)
  • 호호 2008/01/29 17:34 # 삭제 답글

    리사/ 씨네21 홈페이지에서 대구 부산 광주 대규모 시사회 개최하는 것 같던대요. 저도 그 전에 집에 내려가는 관계로 응모하였음..^^
  • 2008/01/30 01:5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ozzyz 2008/01/30 02:13 # 답글

    비공개/ 절반쯤 반성.
  • 연주 2008/01/31 16:55 # 답글

    김윤석씨 만으로도 기대만땅이였는데 이런 좋은 소식!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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