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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위기, 라는 말은 일종의 관습적 수사가 된 지 오래다. 요즘에는 ‘절대 위기론’이라고 하니 뭔가 좀 더 시급해보이긴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반 관객들은 별 관심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 위기론의 정체를 호들갑으로 파악한다. 양치기 역할을 자처해온 건 언론이었다. 수익이 줄면 당장 망할 것처럼 위기라고 거품을 물고, 한 두 영화가 흥행하면 ‘한국영화 부활’ ‘쌍끌이 구원투수’라며 칭찬을 퍼부어댔다. 사실 이들 역시 한국영화의 진퇴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야말로 수치를 나열하고 표피만 훑으면서 지나간다. 밑 빠진 독이 다 된 한국영화 시장에 한 편이 모 나오고 아홉 편이 도 나왔는데 ‘한국영화 만세’라고 싸잡아 환호해버린다. 혹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외화를 벌어오면 그게 바로 국부가 되고 충무로를 살찌우고 나아가 국민의 주머니 쌈짓돈이 될 것처럼 법석을 피운다. 혹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거의 흡사하게 들리는 ‘상상력이 희망이다’ 따위 하나마나한 곡소리나 입에 물고 있다. 이 모든 게 서사의 위기라는 말,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은 심지어 1950년대에도 똑같이 나왔던 이야기다. 도대체 왜 지금 이 시점에 충무로의 상상력이 고갈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요컨대, 부조리에 가까운 구조적 병폐의 정수를 들여다볼 의지가 박약하다. 그저 매 사안마다 대중의 감성을 쉽게 자극할 만한(미치도록 클릭하고 싶어지는) 주제를 부각시켜 기사 소비욕구 창출에 열과 성을 다할 뿐이다. 심지어 “한국영화가 잘 안되면 기자들은 더 좋다. 위기론을 팔아먹을 수 있으니”라고 이야기하는 기자마저 발견된다. 세상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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