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다원주의 나부랭이에 기계적으로 근거하지 않아도 서로 다르다는 것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 나의 다름과 너의 다름이 어떤 위계도 없이 어울리되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헛소리는 폭력이라 말할 수 있는 세상. 차라리 모두가 이방인인 세상. 진영이라는 환상 안에서 질투와 자기연민에 사로잡혀 서로 잘났고 자신만이 유일한 진짜라고 우기는 인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세상. 우리는 무엇무엇 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엇무엇 해야만 하니까, 식의 당위가 실제를 위협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상식이 통용될 수 있는 세상. 자기 행동에만 특별한 맥락이 있다며 똑같은 행동을 하는 타자에게 쉬운 가치판단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절룩거리는 세상. 조직 안에서의 사람 됨됨이를 따지는 데 유독 천착하지만 정작 진짜 됨됨이에는 예민하지 못한, 인간적일 것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인 반푼이들이 멸종된 세상. 그런 세상.


책이 나왔습니다

이제 막 책이 나왔어요. 표지 일러스트는 김중화, 내지 일러스트는 장재훈, 후면의 일러스트는 oldboy님 작품. 우석훈 선생님이 해제를, 강풀 작가님과 류승완 감독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기존 블로그에 실렸던 내용을 다듬고 보충한 것을 중심으로 새로운 글이 절반의 절반 조금 안 되게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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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노홍철

안녕하세요, 가이 포크스입니다. 독재 정권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이 정권에 투표한 당신들이 더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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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옴니아2의 CPU

애플 아이폰과 삼성 옴니아2 사양에 관련한 오보가 좀체 수정되지 않고 있다. 그간 지적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매체는 물론이거니와 공중파 뉴스에 이르기까지 OS 반응속도와 활용도는 아이폰이 좋은 반면 전반적인 사양은 옴니아2가 높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삼성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옴니아2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클럭 속도를 가진 모바일 CPU가 탑재돼있다. 실제 뉴스에서의 관계자 인터뷰 때도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사실이 이 부분이다. 그러나 옴니아2에 쓰인 S3C6410(삼성)과 아이폰에 들어간 S5PC100(삼성)을 클럭 속도만 가지고 기계적으로 비교한다는 건 높은 클럭수를 가진 펜티엄 4가 그보다 낮은 클럭수로 작동하는 I7보다 빠르다는 식의 무식한 주장에 불과하다. 아이폰에 쓰인 CPU가 (옴니아2의 경우와 비교해)동작 체계와 내부 캐쉬 메모리 용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상위 기종이다.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숫자만 가지고 따져보더라도 상황은 같다. 옴니아2 CPU의 클럭 속도는 최소 533, 최대 800Mhz다. 반면 아이폰 CPU는 (전력소비량 조절을 위한 자체 조정을 감안하지 않는다면)최소 600, 최대 833Mhz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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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이 건강하셔야 우리도 건강하니까

"대통령님이 건강하셔야 우리도 건강하니까.. 내복은 입으시는지" 선우용녀, 대통령과의 대화 중.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이명박을 죽일 수 있다면 암이라도 걸리겠다.


88만원세대, 진보간지, 패션좌파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5878

기사를 읽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사실 안타까움이 더 강하다. 문제의식은 알겠는데 접근이 잘못됐다. 내가 수차례 진보간지 이야기를 하면서 패션좌파에 대해 언급했던 건 당연한 반어고 전략적 역설이다. 그렇게라도 당위에 치우친 1등급 진보 인증을 분쇄하고, “들어는 봤으나 알 필요는 없는” 진보진영 게토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자는 이야기다. 누가 시키거나 부르짖지 않아도 닮고 싶고 알고 싶은 진보가 되자는 이야기다. 옷 잘 입는 건 좋다. 멋있는 좌파가 필요하다. 그러나 옷 잘 입는다고 멋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옷 잘 입어서 새로운 좌파가 되겠다는 생각은 심지어 코미디다. 전과 다르겠다는 패기는 언제나 유효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가장 기본적인 상식까지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파격이 아니라 파괴다.

더불어 88만원 세대 담론에 관련해 상대적으로 소위 명문대 학생들의 관심이 더 높은 현상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일전에 루저 문화를 다룬 발제문에서도 밝혔듯이, 88만원 세대의 개념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20대 그룹이 존재한다. 그런 그룹은 통계적으로 명문대에 더 많다. 양극화의 영향이다. 이것은 물론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현상이다.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세대와 젠더를 초월해 계급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의 단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대 내 착취와 양극화를 들어 88만원 세대 담론이 무효라는 지적은 오류다. 오히려 (이미 저자들의 손을 떠난) 88만원 세대 담론의 발전을 위한 자료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찌됐든 IMF세대가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의한 체계적 영향을 ‘세대의 이름으로’ 받은 첫번째 사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법으로서 20대 비정규직과 기성세대 비정규직이 연대해야한다는 박권일의 주장에 공감한다.


매주 최종회 같은 천사의 유혹

<아내의 유혹>은 명품 막장이라 불렸다. 이유 있는 수사다. 거기 비밀스런 이야기 따윈 없었다. 오로지 구박과 복수와 눈 밑의 점만이 있을 뿐. 속도가 쳐지면 그냥 막장이 된다. 구박이나 복수가 미적지근 애매하면 또한 막장이 된다. <아내의 유혹>에는 광속의 서사와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는 걸로 만들어내는 평균 이상의 연기력, 더불어 진물 나는 구박과 피 튀기는 복수가 있었다. 그래서 명품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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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이스트, 우리는 친구를 연주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악기 하나씩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라는 이름의 이 악기는 사람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자기 악기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기 악기를 개조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바꾸고, 고치고, 두드려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또한 타인의 악기마저 그렇게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곧잘, 다른 사람의 악기를 연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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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 단평

정말,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리지널 시리즈와, 특히 종전의 97년 극장판을 소화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꽤 어렵겠다. 형식적인 면이 아니라 서사적인 면에서. 온갖 개념과 떡밥들이 가혹할 정도로 던져지는데 이 정도면 보지 말라는 것 아닌가? 기존의 팬이라도 이젠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편집판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겠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적당히 변주되고 비틀어지는 것 따윈 없다. 파격이라는 수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게 바뀌었다. 스포일러 공개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토우지는 더 이상 3호기 파일럿이 아니다. 아스카의 성격과 역할이 많이 바뀌었다(오리지널과 비교할 때 가장 성숙해진 캐릭터다). 예고편 떡밥 증폭 전문 캐릭터 카오루는 두 번 등장한다. 두 번 등장하는 주제에 입만 열면 폭탄급이라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세번째 사도와 붉은 바다에 대한 음모론이 많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다. 새로운 캐릭터 마리는 역할이 많음에도 이야기 깊숙이 들어오지 않아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제레의 시나리오가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오리지널에서 추측만 되던 사실들이 많이 드러난다. 무겁고 무거운 후반부를 고려한 것인지 중반에 주인공들의 단란하고 따뜻한 관계가 그려진다.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회의 신지 상상 시퀀스가 떠올라 많이 짠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벌써)<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재현이다. 단순한 공기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똑같은 컷도 두 세 개 발견된다. 특히 레이 자폭(오리지널과는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는)에 관련된 마지막 시퀀스는 복합적인 의미에서 압권이다. 이렇게까지 벌려놓고 후속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를 어떻게 전개할까. 서드 임팩트의 첫 단계가 벌써 시작되었단 말이다.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당황스럽고 행복하다.

ps: 붉은 바다에 관련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이 평행우주가 아닌, 오리지널로부터 유래한 같은 연속선상의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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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고 싶은 드라마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

진심으로 추모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는 일이, 아주 가끔 벌어진다.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선 그런 캐릭터를 만나본지 오래되었다. <모래시계>나 <임꺽정>, <네 멋대로 해라> 정도가 마지막일까. 예전 드라마를 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주 느끼는 거지만, 요 몇 년 사이 한국 드라마의 질적 저하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캐릭터가 난데없는 독백으로 방금 벌어진 상황을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꿉놀이 수준의 갈등을 가지고 지지고 볶아 극을 진행하는 드라마 따위를, 전에는 정말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찌 된 건가.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수준이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한꺼번에 주저앉기라도 했단 말인가. 혹은 그 반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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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에 관련한 세 가지 생각

어느 여대생이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다. 그녀가 사랑 없이도 조건보고 결혼할 수 있다 말했다. 또한 (키가) 180센티미터 이하인 남자는 루저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루저가 되었다는 대한민국 남성의 구 할이 분노로 폭발했다. 하물며 북한의 수령님도 아주 그냥 크게 분노해 서해에 배를 한 척 띄웠다는데 확인된 바는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난 한 주의 한반도는 그 놈의 루저 이야기로 참 많이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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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1. 회사를 그만두었다. 당분간은 좀체 진행하고 있지 못했던 단행본 작업에 치중할 생각이다. 올해 안에 원고 두 개는 꼭 넘겨야 하는데 잘못하면 하나 밖에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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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좀비가 될 수 있다

공포영화의 괴물에도 족보가 있다. 뜯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대중적인 사랑을 독차지하는(관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괴물의 속성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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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루저 발언

180센티 이하는 모두 루저고 사랑 없어도 조건보고 결혼할 수 있다 말하는 대학생을 보게 되는 일이 조금 끔찍하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상징이나 대표성도 없는, 천박한 인간 하나가 밑천을 드러내는 말을 했다 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분노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 천박한 인간에게 루저라고 규정된다 해서 딱히 기분나쁠 건 또 무언가. 세상의 모든 바보들에 분노하기에 관심가져야 할 일은 많고 하루는 너무 짧다. 역시나 분노한 네티즌들의 수사력이 투입된 것 같던데, 그 얇고 천진한 한마디 위로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그냥 루저 짤방이나 보고 즐겁게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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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를 보기위해 무릎팍도사를 인내하기란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가 ‘홍보 팍 도사’라는 오명을 얻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를 일으켰던 연예인에게 공공연히 불공정한 면죄부를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소리도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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