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다원주의 나부랭이에 기계적으로 근거하지 않아도 서로 다르다는 것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 나의 다름과 너의 다름이 어떤 위계도 없이 어울리되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헛소리는 폭력이라 말할 수 있는 세상. 차라리 모두가 이방인인 세상. 진영이라는 환상 안에서 질투와 자기연민에 사로잡혀 서로 잘났고 자신만이 유일한 진짜라고 우기는 인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세상. 우리는 무엇무엇 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엇무엇 해야만 하니까, 식의 당위가 실제를 위협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상식이 통용될 수 있는 세상. 자기 행동에만 특별한 맥락이 있다며 똑같은 행동을 하는 타자에게 쉬운 가치판단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절룩거리는 세상. 조직 안에서의 사람 됨됨이를 따지는 데 유독 천착하지만 정작 진짜 됨됨이에는 예민하지 못한, 인간적일 것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인 반푼이들이 멸종된 세상. 그런 세상.


책이 나왔습니다

이제 막 책이 나왔어요. 표지 일러스트는 김중화, 내지 일러스트는 장재훈, 후면의 일러스트는 oldboy님 작품. 우석훈 선생님이 해제를, 강풀 작가님과 류승완 감독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기존 블로그에 실렸던 내용을 다듬고 보충한 것을 중심으로 새로운 글이 절반의 절반 조금 안 되게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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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

아이고 신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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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도럼>의 공포

<펜도럼>은 매혹적인 SF영화다. 마침 함께 개봉한 <디스트릭트 9> 때문에 온당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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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라는 이름의 막장 캐릭터

누군가, 무엇인가, 혹은 집단의 선택에 성격이 감지될 때, 그것이 일관적이든 전복적이든 관습적이든 간에 관계없이 우리는 캐릭터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면서 ‘캐릭터 열전’의 소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하게 되었다. 헌재는 지난 29일 처리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런 위법적인 절차를 거쳐 통과된 미디어법 자체에 대해서는 유효 판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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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단평

타란티노의 영화는 쥐고 흔들었는데도 의외로 망가지지 않는, 매우 엉성하고 조잡하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다. 마냥 덜그럭거리며 경쾌할 것만 같지만, 난장에도 소위 체계가 가능하다는걸 보여준다. 바로 그 체계 덕분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페킨파가 히치콕 영화를 만든 것 같은 <바스터즈>도 마찬가지다. 긴 호흡의 대사와 장난기 다분한 역사 부정, 비뚤어진 캐릭터들이 종횡무진 뒤섞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호흡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여 온다. 크리스토프 왈츠가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시퀀스 자체가 시한폭탄이다. 브래드 피트의 사투리가 재미있다. 일라이 로스는 친구랑 그만 놀고 영화 찍자. 허지웅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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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들의 이야기

당초 모 웹진에 기고하기로 했던 글. 택시 기사들을 인터뷰해 취합하고 정리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해석하는 자의 말을 보태고 말 게 없이 그냥 옮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준엄하게 분석하든 가볍게 희화화하든 오십보백보로 천박한 것이다. 그것을 자료로 활용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삶 위의 풍경 그 자체에 말을 보태고자 하는 욕망은 오만이다. 저 둘의 지면은 분리되어야만 한다. 이 같은 원고의 경우, 풍경 그 자체가 완벽한 텍스트다. 거기에 내가 무슨 이유로 해석을 덧붙여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튼 그런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고를 싣지는 못했다. 다만 원고료를 받았으니 다른 걸 빨리 써야하는데.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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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선덕여왕, 재보선, 걱정

앞서 두루 많이들 보는 스포츠 신문에 기고한 ‘빨갱이 선덕여왕’은 재보선을 염두에 둔 글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왜 부자를 위해 투표하나’의 연장선에 있는 글이기도 하다. 이해관계를 정확히 투영하지 못하는 민중의 선택은 인류 역사에 걸쳐 오래된 딜레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앞섰지만 그래봤자 근소한 차이고 그래봤자 민주당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득표율을 보니 암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나 더. 내 생각에 ‘빨갱이 선덕여왕’은 대단히 노골적으로 반어적인 뉘앙스를 채택한 글이다. 마지막 문단을 빼더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 마지막 문단이 유치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해를 우려하는 사람도, 실제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짜증이 났다. 그러다 소위 무언가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을 주로 하는 자들의 눈높이라는 게 현실이 아닌 환상이나 제 멋에 근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고민이 많아졌다. 말로는 좀 더 노골적으로, 좀 더 실질적으로 말하고 쓰고 행동하자 하고 정말 그렇게 노력하지만 현실과의 격차가 이렇게 크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려 눈높이를 염려하고 있다니 나도 참 병 맛이다. 눈높이라는 단어의 무게와 적용을 걱정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헤아리거나 이겨낼 수 없는 문제가 된다.


김구라를 상징으로 만드는 예능 정치

이 지면에서 김구라에 대해 다시 다루게 될 줄은 몰랐다. 일전의 글은 어제 김구라의 욕을 팔아먹던 방송의 욕망이 오늘 같은 자리서 화해를 도매가로 처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김구라는 자신의 과오(인터넷 방송시절)를 인정하고 그것을 끝내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과거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지금 김구라의 입담과 예능 호흡은 거의 최고조에 이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라디오 스타>에서 좌중과 시청자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의 재능은 천부적이라는 수사를 동원하지 않는다면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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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선덕여왕

아주 그냥 큰일이 났다. 전 국민이 애청하는 드라마가 빨갱이 분탕질로 선량한 시청자들을 현혹하고 있으니 순국선열이 무덤에서 통곡할 일이다. 나는 드라마를 보다 말고 무릎을 꿇어 천국에 계시는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께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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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레드 사이렌 공연이 열립니다

“현실이 예술보다 더 당혹스럽고 해석하기 쉽지 않을 때 예술을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관한 노래 이야기. 2회 레드 사이렌 공연이 열린다. 단발성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용하다는 생각. 물론 보러 갈 예정이다. 올해는 바드, 사이, 오지은, 한음파, 그리고 안치환이 출연한다. 11월 7일 토요일 저녁 7시 홍대 상상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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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외계인, 용산 <디스트릭트 9>

억압당하는 소수의 사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괴물만한 소재도 없다. 흔히 영화 속 괴물은 퇴치의 대상이다. 그 비정상적인 존재 자체로 정상적인 세계의 질서를 교란하고 지성을 모욕한다. 이때 괴물은 비정상적인 것, 낯선 것, 외부로부터 온 타자라는 상징을 갖는다. 낯선 것은 언제나 공포를 동반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괴물을 없애거나, 혹은 억압하려 노력한다. 마침내 괴물이 제거되거나 잠시 그 기능을 정지하는 순간 세계는 평화를 회복한다. 잠시 이성을 잃었던 문명은 차분한 표정을 되찾는다. 속편 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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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단평

굿모닝 프레지던트 - 장진 감독의 평행 우주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대통령들이기에 미화에 혐의를 두고 분노할 수 있지만, 또한 같은 이유로 깔깔 거리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예를 들어, 평행우주 속 유사 한나라당의 전혀 유사하게 생기지 않은 유사 현직 대통령 장동건이 현직 대통령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 - 미국과의 외교악화를 무릅쓰고 대북관계를 정상화하거나 일본의 군사팽창 야욕을 견제한다. 어떻게 웃음을 참을 수 있단 말인가. 소심한 만큼 머리 좋은 풍자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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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gle

40~50년대와 60~70년대, 그리고 80년대 사이 복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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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전기 레이포스

<시공전기 레이포스>의 데모영상이 공개됐다. 국산 특촬 전대물은 <벡터맨>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은데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라 조금 놀랐다. 일단 음악이 좋고 전반적으로 CG의 활용이 적당한 수준이다. 슈트도 의외로 엉성하지 않다(다만 재질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로봇 CG(이건 좀 무리수)는 실제 작품에서 슈트 연기로 교체된다고 하니 만족스럽다. <파워레인저>의 캐릭터 디자인을 많이 참고한 것 같은데 전대물에 있어서 독창성이라는 영역이 과연 얼마나 유효할 수 있는 화두인지 감안해볼 때 딱히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파워레인저>류 보다는 <후레쉬맨>이나 <가면 라이더>쪽이 취향이라, 조금 더 유전변형 돌연변이에 가까운 괴물이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 아무쪼록 대박 나서 이 쪽 시장이 확 성장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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