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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는 <용가리> 전까지 심형래 감독이 이룩해놓았던 저예산 특촬 장르영화의 빛나는 성과, 이를테면 <티라노의 발톱>같은 뿌듯한 기억을 밟아 짓이겨 끝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으깨 날려버리는 듯한 경험의 총체다. 이 700억짜리 영화는 다음과 같은 볼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오프닝 동영상을 보는 듯한 초반 액션 시퀀스. “뱀 잡아라!”고 외치며 뛰어가는 군인들. 바닥에서 튀기는 불꽃. 두 세 컷 뒤에 3열 횡대로 일사분란하게 쓰러져있는 군인들. 웬 골방에서 주머니에 손 넣고 국방부장관과 대화하는 자칭 FBI. LA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방대한 신상 데이터를 경찰서도 아닌 언론사 랩톱 컴퓨터로 간단하게 검색하고 있는 기자. 보는 이의 이성을 마비시키며 다채롭게 화면을 적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꽤 그럴싸하지만 소리 지르는 것 빼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이내 지치게 만드는 이무기. 영화를 통틀어 그래도 제일 볼만한, 괴수물 장르의 익숙한 마무리 문법을 반복하는 용과 이무기의 대결, 그리고 대망의 엔딩 타이틀곡 아리랑. ('랜선조차 꼽혀있지 않은 컴퓨터'라는 대목은 삭제했어요. 아마 무선랜이었겠죠) 당신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걸 말릴 생각은 없다. 나는 심지어 떡볶이를 밥보다 좋아한다. 하지만 천 원짜리 떡볶이와 동일한 맛, 혹은 떨어지는 품질의 1억 원짜리 떡볶이를 권하고 싶은 마음 따윈 없다. 특히 그 1억 원짜리 떡볶이가 시장에서 갖는 맥락과 산업의 문제를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문제의 떡볶이를 만든 상점 주인이(그는 꽤 유명한 튀기 장사였다) 백화점에서 반드시 성공해보이겠다며 입신의 의지를 드러냈건 말건 관계없이 말이다. <용가리> 이전의 심형래 영화들은 저렴하고 맛깔난 떡볶이 같은 존재였다. 여기에는 낄낄거릴 수 있는 저열함의 재미와 부러 세련되길 거부하는 저예산 장르물의 뚝심, 그리고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걸 한다는 개척의 묘가 존재했다. 순제작비 300억 원, 총제작비 700억 원이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제작된 <디 워>는 전혀 다른 영역의 영화다. 우리는 이 영화에 최소한의 완성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 영화는 <트랜스포머>를 <시민케인>처럼 보이게 만든다. 애국심이나 성공신화에 얽힌 뿌연 감수성을 들어 차별적인 기준점을 두고 <디 워>를 평가하려하는 평자들, 관객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상황을 따져 기계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싶었을 수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겠다”며 철저한 시장논리로 잉태된 영화를 시장적 맥락선 상 위에서 판단하는 것이야 말로 정교하고 공정한 비평이 아닐까. 지적을 하면서도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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