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발보아]

내가 인생 최고의 영화로 치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실베스타 스탤론의 <록키>(1976)다. (참고로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운운하는 문제의 리스트는 크고도 방대하기 이를 데 없는데, 여기에는 스탤론의 또 다른 출세작인 <람보>(1982)도 끼어있다. 이 놀라운 반전영화에 대해선 차후에 따로 이야기해보자)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이 크게 놀라는 눈치를 보이거나 “어쩔 수 없는 놈이군” 따위의 반응을 내비치기 일쑤다. 진짜 재밌는 건 그런 사람들 중 태반이 <록키>혹은 <람보>를 본 적이 없거나 시리즈 가운데 하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란 사실이다. 이게 다 수전 제퍼드 때문? 탓할 마음은 없다. 저 두 편의 멋진 영화 이후 등장했던 후속편들은 전편이 이뤄낸 모든 가치와 평가를 짓뭉갠 졸작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록키>는 스탤론이라는 배우의 역사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영화다. 영광을 함께 했고, 추락도 함께 했다. <바나나공화국>이나 <캐논볼>에서 크레딧에 오르지도 못하는 단역을 전전하고 <만딩고>에선 그나마 출연한 분량마저 삭제당해야 했던 가난하고 불운한 배우 스탤론이,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주연을 맡아 멋지게 성공시킨 <록키>는 그야말로 인생막장의 기적과도 같은 영화다. 물론 내가 <록키>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 영화가 스탤론을 얼마나 멋지게 구제했냐면 말이지”따위는 아니다. <록키>에서 록키 발보아는 챔피언에게 도전해 끝내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관심사는 링 위에서의 승리가 아니다. 아무도 구제해줄 수 없을 것 같았던 루저인생이 지속적인 자의식을 갖고 세상에 마음을 열어 끝내 소통에 성공하고야마는 과정이야 말로 이 영화의 진짜 관심사다. 록키와 세계가 화해하는 순간의 정점에 애드리안과의 사랑이 있다. <록키>의 마지막 장면, 피투성이가 된 패배자 주제에 “애드리안”을 애타게 부르는 발보아의 모습은 백스물다섯 번을 보면 백스물다섯 번을 고스란히 다시 눈물지을 만큼 절박하게 아름답다. <록키>의 여섯 번째 시리즈 <록키 발보아>가 미국에서 개봉했다. 스탤론이 다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도맡았다. 현지의 관객반응을 보니 다행히 영화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심지어 1편 이후 최고이거나 그와 동등하다는 말 조차 나오고 있다. 록키와 폴리와 애드리안, 그리고 록키의 익숙한 모자와 자켓을 다시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나는 무척이나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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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고아라 2006/12/21 02:59 # 답글

    대한민국 군대도 적시지 못했던 나의 눈물샘을 적실수 있는 유일한 것이죠. "에드리안~"

  • 백발소년 2006/12/21 04:20 # 답글

    5편도 "너무 맞아서 뇌가 망가진 록키가 몰락한 담에 - 제자 하나 참 잘 키웠는데 - 철저히 배신당하고 - 결국은 제자랑 다시 싸운다"는 인생막장스러운 설정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화는 제대로 망했던 것 같습니다만... 6편이 상당히 기대가 되는군요.
  • 2006/12/21 06:5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나무그늘 2006/12/21 09:10 # 답글

    "아무도 구제해줄 수 없을 것 같았던 루저인생이 지속적인 자의식을 갖고 세상에 마음을 열어 결국 소통에 성공하고야마는 과정이야 말로 이 영화의 진짜 관심사다." 공감!!! 전 2편도 좋았었는데. 나머지도 그냥 무난하게 보았고.
  • 마르스 2006/12/21 09:22 # 답글

    록키와 람보..전 실베스타 스탤론의 비주얼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안봤어요. 마지막 "애드리안" 부분은 TV에서 몇번 본 것 같긴 하지만요.
  • 아줌마 2006/12/21 11:29 # 삭제 답글

    먼저, 안녕하세요
    글을 읽다 어릴때 보았던 영화 장면을 생각하니 갑자기 벅차오르네요.
    돼지고기를 샌드백삼아 치던 장면, 경쾌하고 휼륭한 음악이 나오면서 주인공이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 먼샷 (전문용어가 있을텐데 뭔지 모르겠네요)으로 보여주었던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죠.
  • ozzyz 2006/12/21 12:32 # 답글

    고아라/ 그에 비해 2편에서의 '애드리안'을 부르는 절규는 너무 어설펐어요. 승리 후의 절규라니.

    백발소년/ 전 5편도 좋았어요. 다만 그렇게 순식간에 망할 수 있다는 게 좀 이상했달까요. 5편은 록키의 재기이야기라기 보단 아들과 아버지가 화해하는 드라마였죠.
  • ozzyz 2006/12/21 12:34 # 답글

    비공개/ 누가 누굴 유혹했다는건지. 어이가 뺨을 치고 분노가 치솟는 가운데 스탤론을 닮으셨다는 말에 다시 한 번 광분. 그런데 파티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 미움을 산걸까.

    나무그늘/ 공감! ^^ 언제 다시 봐도 다른 정서와 느낌으로 다가오는 영화에요.
  • ozzyz 2006/12/21 12:39 # 답글

    마르스/ 꼭 한번 보세요. 스탤론의 비주얼,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얼마나 재능있는 각본가인 동시에 배우였는지 알 수 있을 거에요.

    아줌마/ 돼지고기 치는 거, 계단 오르는 거 이번에도 다시 하더라구요 ^^
  • 파인로 2006/12/21 17:04 # 답글

    <록키>의 각본을 스탤론이 직접 썼군요! 근육만 가득한 액션 배우라는 편견이 한방에 날아갔습니다. 이번 <록키 발보아>는 내친 김에 (마치 류승완처럼) 주연, 감독, 각본까지 다 하네요. 편이 거듭될수록 우려먹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던 <록키> 시리즈(원래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록키>를 만든 건 아니라죠)의 화려한 재기를 기대해봅니다.
  • mithrandir 2006/12/21 17:39 # 삭제 답글

    평이 매우 좋아서 기대되는 영화.

    그러나 애드리안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슬라이" 스탤론 할아버지와 금술좋게 살고 있는 탈리아 샤이어 할머님 보고 싶었는데, 참 아쉽더군요.
  • 2006/12/21 18:02 # 삭제 답글


    록키는 범우 사르비아 문고인가 여튼 책으로도 있었던게 기억에 남네요.
    저자가 실베스터 스탤론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읽어보진 않았습니다만.
  • erasehead 2006/12/22 12:23 # 답글

    조금 뜬금없는 덧글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요즘이면 전 왠지 '다이하드'와 '그램린'이 다시 보고 싶어져요. 저만의 명절 영화라고나 할까? 그런데 '다이하드'를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그램린'을 들으면 눈을 치켜뜨는 상황이... "어쩔 수 없는 놈이군"을 읽었을 때 퍼뜩 떠올라 버렸다는....^^
  • 소년 2006/12/22 18:44 # 답글

    감히 Rocky(1976)을 멋모르고 비하하는 작금의 몇몇 네티즌들의 글을 보다가 열이 확- 받았는데... 위안받고 갑니다.
  • ozzyz 2006/12/24 01:34 # 답글

    파인로/ <록키>의 모든 시리즈는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썼죠. 개인적으론 1편과 5편을 좋아한답니다. 그러고보니 1편과 5편 모두 아빌드센이 연출했군요.

    mithrandir/ 정말 기대되죠, 그런데 imdb의 크레딧이나 시사회 사진을 보면 애드리안이 나오던걸요?
  • ozzyz 2006/12/24 01:35 # 답글

    핑/ 저도 그거 기억나요. 사르비아 문고의 책이 꽤 많았거든요. <오멘>이랑 <록키>랑 <우주전쟁>이랑...

    erasehead/ <그렘린>이야 말로 진정한 크리스마스 무비죠!

    소년/ 보지도 않고 그런 이야기하는거에요. 맘 상해하지 마세요^^
  • mithrandir 2006/12/24 04:00 # 삭제 답글

    아, 그게 말이죠. 영화 시작할 때부터 나오는 설정이니 스포일러가 아니긴 하지만...
    하여간 아쉽게도 안나옵니다.
    "슬라이" 스탤론이 그것때문에 탈리아한테 전화하면서 참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 20세기 소년 2006/12/25 00:32 # 삭제 답글

    다시 본 <록키>는 진정 감동 그 자체. 결국 당신 예언대로 거짓없이 엉엉 울어버렸어요. 눈 부릅뜨고(?) 내가 영화 잘 보고있나 주시하던 당신의 갸륵함에 더 감동.
  • ozzyz 2006/12/25 01:50 # 답글

    mithrandir/ 그렇군요. 시사회 사진에서 폭싹 늙은 애드리언을 발견하고 참 마음이 이상했는데 말이죠. 영화에선 어떤 설정인지 모르겠어요. <록키>에서 발보아와 애드리언의 관계는 권투보다 더 중요한 중심축인데 말이죠.

    20세기 소년/ 열심히 보란말야! 라며 채찍을 휘두르는 로마병사가 연상되는군.
  • 별쥐 2006/12/26 12:24 # 삭제 답글

    스텔론, <록키>의 시나리오로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받지 않았던가요?
    이것도 의외라면 의외일 수도.....
  • ozzyz 2006/12/29 18:22 # 답글

    별쥐/ 각본상은 못 받았어요. 아빌드센 감독이 작품상을 수상했죠. <록키발보아>로 각본상 탔으면 좋겠어요. 일단 영화보고 판단.
  • 히치콜 2007/01/19 13:32 # 삭제 답글

    록키 이후에 스텔론이 밟아온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록키의 시나리오를 스텔론이 쓰고 연출했는지 의심이 갈만 합니다 -_-;;
  • 미무 2007/01/26 00:43 # 삭제 답글

    중국에서 봤는데, 정말 감동 입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았던 것에 너무나 분하고 억울 합니다. 몇 번을 봐도 재미와 감동이 있을 것이고, 개봉관 마지막 상영날 마지막 회를 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이벤트가 아닌가 싶네요...

    록키 1편 다음으로 감동적인 영화 입니다. 솔직히 록키 5도 나름대로 감동을 주려곤 했는데, 완결을 짓지는 못했거든요. 현 챔피언과 록키가 경기 한다는 것이 좀 작위적이긴 하지만, 경기 장면과 해설을 보면 마치 실전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 입니다. 너무 감동 감동... 적극 추천입니다!!
  • 포돌이 2007/02/21 14:43 # 삭제 답글

    작금은 한글타자연습중이고 이젠는 정말로 자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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