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문자 그대로 숨 막히는 영화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단 두 가지 태도, 즉 국가민족주의와 친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중간은 없다. 여기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관객석의 회색분자들은 서둘러 국가민족주의자가 되거나, 혹은 2시간 20분 동안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는 수밖에 별 방도가 없다. <공공의 적2>가 누구나 싫어할 수밖에 없는 천민자본가를 등장시키고 그 반대편에 대단히 도덕적인 공무원을 내세웠던 것처럼, 여기서는 친일파와 국가민족주의자라는 좀 더 진일보한 극단적 세계관이 펼쳐진다.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적을 상정하고, 그게 싫으면 강우석식 정의 이데올로기-주로 국가나 민족 그 자체로 상징되는-에 편입되도록 만드는 영화권력, 영상폭력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시대착오적으로 느끼게 할 만큼 편협하고 고루하다. 여운을 느끼게 하는 마지막 시퀀스 정도는 그저 <한반도>라는 영화의 존재이유에 관한 변명에 불과해보인다. 그럼 이 ‘위험한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영화가 대중적으로 호흡할만한 여지라도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재미없다는 말이다. 대부분 대통령 직무실에서 이뤄지는 이 영화의 모든 대사는 두 권짜리 단행본을 줄줄 읊어놓은 것 같은 분량이며, 대단히 실험적이라 할만한 ‘촌스런’ 앵글과 클로즈업 테이크가 함께한다. 여기에는 잘 직조된 신파도, 드라마도, 정서적 합의점도 없다. 그저 선동과 설교, 강요, 줄세우기가 난무할 뿐이다. 난 정말 이 영화가 강우석의 전작들만큼 선공할 수 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이 시점에서 <한반도>같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영화의 등장을 이해할 수 없다. <한반도>는 감독 개인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위험하고 공허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반증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영화다.




덧글
포르티 2006/06/27 04:57 # 답글
제목만으로 안보기로 결심한 영화였다지요...june 2006/06/27 06:18 # 답글
한마디로 실미도보다도 허접한 영화란 말씀이시군요 : )함장 2006/06/27 07:07 # 삭제 답글
호호호, 그래도 함대 출현 땜시롱 봐주기로 했슴당 ㅋㅋㅋwinnie 2006/06/27 07:50 # 답글
예고편만 봐도 대사치는게 영 구리더군요-_-좋은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오버와 어색스럼으로 치장하는 감독의 실력-_-
이번에 해외파축구선수들 관련해서도 이상한 발언을 했던데.
좀 영화나 잘 만들었음...
근데 저도 위의 함장님과 비슷한 이유로 보긴 볼거 같군요^^;;;
김영수 2006/06/27 10:14 # 답글
역시나 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영화군요. 한때는 좋아했던 감독 중의 한 사람이였는데 안타깝습니다.riix 2006/06/27 10:29 # 삭제 답글
전작들을 보더라도 공공의 적 1 시절에 계속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레드몽키 2006/06/27 13:48 # 삭제 답글
예고편 보고서 바로 미관람으로 분류해놓은 영화지요^^2006/06/27 14:26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conFrost 2006/06/27 14:29 # 답글
역시... 에휴.괴물이나 대신에 먼저 나와주었으면 좋으련만.
Eclipse 2006/06/27 16:16 # 답글
전에 다른 분이 포스팅으로도 말씀하셨지만 97억 짜리 마스터베이션이라는 말, 정말 공감되더라구요. 가뜩이나 김진명 류의 시나리오는 질색하는데다가,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게 뭔지도 궁금한 지경. 출현하는 배우들 몸값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행인1 2006/06/27 17:01 # 답글
김진명 소설이면 충분한데 또 왜....Jacob 2006/06/27 17:27 # 삭제 답글
강우석에 김진명에 차인표라..^^; 인표는 농담. 인표형님 좋아합니다. 단 인간적으로...리피오 2006/06/27 19:36 # 삭제 답글
감상평만 봐도 그 답답함이 절절히 느껴지는군요.jomjs 2006/06/27 22:09 # 삭제 답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영화가 하나 더 늘어날듯..연어 2006/06/27 22:43 # 답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라 볼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는;김현석 2006/06/27 23:00 # 삭제 답글
우리는 한 번도 이 땅의 주인인 적이 없었다, 였나..그런 뉘앙스의 광고 카피를 볼 때부터 비호감도가 다소 높아졌던 영화였는데..
형의 단평을 읽으니 그 추측이 현실화된 것 같아 씁쓸하네-
렉스 2006/06/27 23:18 # 답글
쫄딱 망해서 모 잡지사 [한국영화파워 50]이니 하는데서 끝간데없이 추락하는 것도 보고 싶(....)20세기 소년 2006/06/28 00:51 # 삭제 답글
<공공의 적2>같은 영화도 흥행이 된 걸 보면... 불안해...멀더 2006/06/28 01:09 # 답글
제목만으로도 눈에 훤하게 비치는건 나뿐인가?PETER 2006/06/28 01:35 # 답글
제목부터 두렵긴 했지만 볼겁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다" ㅎㅎ
보고나서 실망할래요 :-)
네버랜드 2006/06/28 10:38 # 답글
김진명씨도 그렇고 강우석씨도 그렇지만 사람들을 교묘히 잘 자극해서 관심을 끄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미도'에서 사람들의 마초성을 자극한다던지 '공공의 적'에서 권력자들에 대한 반감을 자극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한반도'는 기획때 부터 무엇을 노리고 만들었는지 눈에 확 보이더군요.pirano 2006/06/28 12:48 # 삭제 답글
전 그래도 볼려구요-공공의 적2 (케이블에서) 보고도 절망했지만, 공공의적 1이 전 괜찮았거든요-
propaganda 인 듯 싶기도 하지만 차라리 뭔가 확실한 노선이 있다면 생각할 거리라도 주는 듯 해서 -
이런데도 불구하고 보러갔는데, 카타르시스라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낭패-
독존 2006/06/28 15:58 # 삭제 답글
음.. 우선 보고 판단할래요 -_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흑..피아노못치는고양이 2006/06/28 20:45 # 삭제 답글
감독님이 남자들의 끈끈한 그 무엇... 이런 거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송강호랑 최민식 배우를 돈 밝힌다고(?) 비판(혹은 비난)한 거나 실미도에서 사나운 훈련관은 진정으로 밑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신시키고 범생처럼 생기고 머리를 잘 굴리고 사나운 훈련관에게 대들며 밑사람의 편에 서는 훈련관을 위선자로 변신시키는 극적반전을 가미한 거를 볼 때.... 감독님은 남자들 사이의 마초적 끈끈한 묘한 관계에 잘 안 어울리는 사람을 극히 싫어하시나 봐요.
감독님 왜 날 싫어하셈. 감독님, 안 어울리는 자를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셈.
제이머슨 2006/06/29 01:37 # 삭제 답글
바보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그 감독님. 출연한 배우들도 참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는데, 제가 편협된 걸까요.하민혁 2006/06/29 02:24 # 삭제 답글
강우석을 그렇게 만든 것은 '실미도(의 성공)'이라고 봐야겠지요. '공공의적2'에서 당연히 이미 예견되었던 바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 굳이 한마디 한다면, '실미도'나 '공공의적2'에 열광했던 모든 이들이 공범(?)이었다는 사실(이 '사실'로 일반화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설레발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정도?박정주 2006/06/29 13:56 # 삭제 답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건 영토 침략의 행위가 아닐까요? 그럼 일본은 우리의 적국입니다. 지금 당장 총칼들고 서로 죽이고 있어도 아무 이상할게 없는 적국이요. 그런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통일에 관계된 문제를 수차례 거론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위해서....미칠 일입니다. 참지 않고 표현하신 강우석 감독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알렌 2006/06/30 08:20 # 답글
강우석이나 강제규나 두 강시 감독이 상당히 맘에 안들더군요.그냥 돈에 환장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지들의 돈에 충혈된 눈이나 스크린에 올릴 것이지...
연주 2006/07/01 22:01 # 답글
강제규 감독은 강우석 보다는 상식적이고 건강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레벨로 비교하면 강제규 감독님이 불쌍해요...;;나그네 2006/07/05 03:03 # 삭제 답글
실미도를 보면서 감독의 사상이 참 극단적인 듯 해서 찜찜했는데 한반도가 또 그런 모양이네요? 재밌게 뒤틀고 풍자하던 '투캅스(오리지날 창작이라고 하긴 힘들지만)'와 같은 힘은 다 사라졌나 보군요. 뭐, 강우석 감독 자체가 극단적 마초같은 느낌을 풍기긴 합니다만...그나저나 차인표를 성공한 배우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은 이번에도 물 건너가는 모양이군요. 차인표가 주연한 영화 하나 그냥 빵~ 터지고 나서 계속 좋은 일 하는데 힘 좀 얻으면 좋으련만... 감독이 안되는 건지 본인 연기가 안되는 건지..원.
소년 2006/07/07 12:45 # 답글
강우석 감독은... 솔직히 이제 영화 안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주영아빠 2006/08/08 11:56 # 삭제 답글
극도로 친일에 대한 친근함으로 영화평을 쓰시는것 보니 자신이 그속에 속하여거부감이 느껴져서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쪽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니 보시고 후회하시지 않을 영화입니다.
씨에 2006/10/07 02:29 # 삭제 답글
음....저같은경우 좀 늦게 제대로 이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는데요영화를 본후의 여운이 남아 올블 검색을 했더니 이곳이 나오는군요 그런데
전 대다수의 덧글을 다신분들과 블로그 주인님의 글들이 왜 이렇게 저와 다르게
느껴질까요 참고로 전 분별없이 의지를 표출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HDmix 2008/05/12 14:27 # 답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신화화된 민족주의로부터 성긴 잣대를 강요당했습니다. 역사에 대한 감정이입은 팩트와 본질을 흐리며, 역사에 대한 논의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원천봉쇄합니다. 외부의 적을 상정하여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와 불만을 압살하는 것이 기본적인 선동의 방법임을, 그 선동은 조직, 체제의 대의로 수렴됨이 수순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의 기본스킬이 민주화운동 시대로 끝난 것이 아님을 조금만 눈을 치켜뜨면 알 수 있습니다. 국가와 개인은 운명 공동체가 아님을 뉴스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민족이라는 뜨거운 단어가 범국민적 폭력을 정당화함을, 궂이 국경 너머를 바라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반일(or 반미) 민족주의 판타지라는 것이 여전히 이 땅에서 약발이 유효한 떡밥이며, 또한 그 유효성을 끊임없이 재생산시키고 있는 떡밥이라는 점에서, 정신 놓은 감독이 택할 수 있는 소재라고 겨우겨우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반일민족주의 판타지'를 완성형으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영화 저변에 대놓고 깔린, 짙은 이념의 선전효과에 대한 거부감을 배제하고서라도, 감정이입을 강요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거창한 음악, 잦은 슬로우, 스토리상의 엉성한 연결 등이 너무 당당하게 나서고 있습니다. 대놓고 선동용 판타지를 만들거면, 그럴싸했어야 했습니다. 이념적 반감이 있는 사람이 오락의 견지에서만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끔 하는 게 선전물이 노릴 수 있는 최고의 내공 아니겠습니까.
일본 제국주의는 악인데 군사독재정권은 경제개발의 영웅인, 기만적인 프로파간다가 무섭기에 이 영화의 거창함과 강요가 무섭습니다. 국가라는 정치경제 단위로 당연스레 개인을 호명하고 동일시하는 환각이 끔찍합니다. 역사적 지점에 대한 팩트와 논의를 흐리는 훌리건적인 감정이입을 '애국'으로 번역하게끔 조장하는 방법론이 재수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