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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래된 거짓말이 있다. 이 거짓말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고 절대자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모든 건 계획돼있다고 이야기한다. 빤한 의구심을 캐물으면 그것을 믿는 자들은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믿어온 무엇이 어떻게 거짓말일수 있냐고, 더불어 그 여부는 산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몫이 아니라 대답한다. 이 거짓말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지 않거나 다른 것을 믿는 다는 사실만으로 억압받고 희생당하고 살해당하는 세계의 현실, 그 옳고 그름의 기준조차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심지어 원죄라는 이름의 어떤 것이 어느 위대한 자의 희생으로 치유되었으니 이 거짓말을 믿기만 하면 영원한 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말한다. 특히 이 부분은 온갖 부조리를 어른의 이름으로 서슴지 않으면서, 다만 그 거짓말을 믿고 기꺼이 동참하는 자들의 쉽고 천부적인 당위가 된다. 그런데 이 거짓말에는 놀라운 점이 있다. 이 오래된 거짓말은 그것을 믿는 자들에게 만큼은 평안과 안식을, 사랑을, 희망을, 어떤 주관적인 의미에서의 완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변하거나 희석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동일한 질량만큼의 희망을 줄 수도 없으면서, 우리는 과연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을 꾸짖을 수 있는 것일까.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그렇다. 영화 개봉을 두 주 정도 남겨두고 언론 시사회가 열린다. 영화라는 매체 주변부에서 어떻게든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스멀스멀 나타나 손님 행세를 한다. 한국영화의 경우에는 상영 전 반드시 무대인사가 앞선다. 제작자와 감독과 배우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한마디씩 듣는 것도, 그걸 두고 사진을 찍는 것도 여러모로 시간이 드는 일이라 정작 상영은 뒤처지기 마련이다. 심하면 3, 40분도 걸린다. 그럴 땐 조용히 보도 자료에 불을 붙여 무대에 던지고 싶지만 누군가의 엄연한 밥줄이 걸려있는 일이다보니 쉽고 편하게 짜증내기도 영 미안하다. 요번 주 금요일 르네21에서 <대한민국 표류기>를 주제로 강의한다. 책 이야기를 정색하고 하는 건 처음인데 아무래도 6개월 정도 지났으니 남의 책 이야기마냥 편하게 할 수 있을지도. 김부선은 참 만나기 어려운 취재원이다. 잡지 인터뷰 건으로 몇 개월의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좀체 쉽지 않았다. 그녀는 많이 미안해했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할 수 없는 건 “그간 언론에 의해 너무나 시달려왔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뭐라 말하고 어찌 전달되든 결국 사람들에 의해 왜곡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기사를 쓰는 자나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수준이 전과 다르다고 설득해보았다. 허사였다. 매체를 소비하는 대중과 언론 그 자체를 향한 그녀의 불신은 에로배우, 마약 쟁이, 미혼모 등의 수사로 쉽고 편하게 매도당해온 시간만큼이나 대단히 뿌리 깊어 보였다. 관련 기사: 대한늬우스 - 4대강 살리기 김태촌과 똑같이 생긴 최규석의 신간 <100도씨> 관련해서 알라딘에서 이런 걸 한다. 최규석 팬들에게 둘러싸일 생각을 하니 차라리 이명박의 서민 스킨십이 참을만하겠다 싶어 전화를 끊고 다시 걸고 삼세번을 거절했으나 거마비를 많이 준다기에 덥석 물고 역시나 후회하는 중. 나는 내 책 독자들하고도 안 만났으면서 이런 데는 왜 가는지 모르겠다. "또 한 명의 HOT한 저자 허지웅"이라는 문구가 참 단무지적이다. <100도씨>는 그간 최규석 작품 가운데 스토리텔링 부분에서 몇 단계 진보한 작품이다. 웹으로 볼 때보다 인쇄물로 보는 게 더 낫다. 추천한다. 문화관광부가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대한 집중 종합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한예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창의력과 실기학습효과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서사창작과를 비롯한 6개 이론 관련학과의 축소,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황지우 시인은 전형적인 표적 감사임을 항의하고 총장직을 사퇴했다. 사표는 혜성의 속도로 처리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론교육이 전제되었기에 지금의 한예종이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크게 분개한 이들은 문화관광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미술계 인사 170여명 또한 한예종 사태를 비롯한 문화관광부 정책에 항의하며 유인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지난 20일에는 영화감독 100명의 선언이 뒤따랐다. <2009 외인구단>이 끝났다.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엔딩이다. 마지막 경기를 채 보여주지도 못하고 조기 종영 당했다. 그럴 만하다. 너무 못 만들었다. 상황들의 합리도 어이없고 무엇보다 상상할 수 있는 한 최악의 캐스팅이었다. 얼굴만 봐도 삼성이 떠오르는 윤태영이 대한민국 대표 궁핍 오혜성을 연기한다는 게 애당초 말이 되느냔 말이다. 게다가 맨발적으로 아주 지저분하게 생겨가지고. <이장호의 외인구단>의 최재성 버전 오혜성에 근접할 수 있는 건 찾고 뒤지고 헤집어보았자 원빈 정도다. 당시의 최재성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꽃미남이란, 지금 우리 우주의 이 시간대에선, 전무하다. 단팥빵에 포크를 박력 있게 찔러 넣으며 너는 내게 신화였다, 따위 대사를 읊어도 포스가 줄줄 흘러 샐 수 있는 건 최재성 뿐이었다고! 그런 촌스런 순애보적 남자다움이야 말로 외인구단의 정수였고! 뒤늦게나마 적절한 캐스팅을 상상해본다면, 최재성이 손병호, 원빈이 오혜성, 윤상현이 마동탁, 임수정이 엄지, 문근영이 현지 정도랄까. 어차피 실현 불가능한 캐스팅 목록이지만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이제와 시대착오적인 외인구단 텍스트를 새삼 끄집어낼 이유 따윈 없었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트리플>을 보는데 이거 꽤나 물건이다. 피겨스케이팅 소재 물타기로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작품인줄 알았더니 놀랍게도 아니올시다. 갈등을 만들어가는 층위도 다양하고 배우들도 모두 괜찮고. 배우 깜냥 뽑아내는 거야 이윤정 PD 재능이겠지만. 특히나 요즘 아역들은 왜들 이렇게 연기를 썩 잘하는지 모를 일이다. 다음 주에 쓸 칼럼들 가운데 최소 두 개는 이걸로 낙점. 그나저나 이거 보다보니, 아, 민효린 같은 여동생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데. 나 정말 잘해줄 자신 있는데. 모처럼 엄마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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